봄비 온 뒤 풀빛처럼

2024/11 45

선한 심성으로

내가 어릴 적부터 좀 자립적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 집어 주기도 했고 도와주기도 했다. 동서가 둘이 있는데 큰동서는 내가 결혼 하고 세 해 뒤에 시집을 왔는데 그때 유행하는 꽃무늬 홈드레스를 입고 있으면 정말로 이뻐서 사랑으로 보고 또 보게 되었고 둘째 동서는 15살 차이라 그냥 형제로서 이뻤지 사랑해 지는 것은 아니였다. 국화인데 구절초처럼핀다. 30여 년 전만 해도 참깨를 두 됫박 사지 넉넉하게 사지도 못하는데 큰동서에게 적게 준다고 주어도 반되도 더 되게 퍼주게 되니 어느 해는 장독간 항아리에 넣고 올해부터는 안 준다 했는데, 올 때면 간장, 된장 고추장을 가지고 가니 둘이서 담으러 올라가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내려가서 비닐봉지와 참깨 뜰 그릇 가지고 오라 하고는 또 손 크게 담아 주었다. ..

샘물 2024.11.05

마트장 보기

저번 주말 토요일 과수원에서 팔러 나오는 곳에 늦게 갔더니 다 팔고 짐을 꾸리는 중이었다. 어제는 오전 10시에 가서 부사 큰 것으로 12개 2만 원에, 단감 적당한 크기로 12개에 5천 원을 주고 샀더니 핸드카트는 묵직했습니다. 묵직한 핸드카트를 가지고 전철을 타고 세 정류장 가서 홈플러스도, 하나로 마트도 있는 동네로 가서, 300g 정도 담긴 한우 양지 3팩을 뭇국 끓인다고 사고, 다른 마트에 가서는 죽을 끓인다고 갈아 놓은 한우 2팩을 사고, 한우 설도로 얇게 썰어 공처럼 감아서 놓은 불고기감을 두덩이 샀더니 세근이 넉넉했습니다. 불고기 양념을 두근정도 해서 냉동실에,냉장실로 나누어 넣었고, 한근은 육고기 상태로 적딩한 크기로 썰어 냉동실에 넣고, 갈아 놓은 소고기 1팩으로는 죽을 끓여 놓았습니다..

샘물 2024.11.04

가을비/ 소국 피다

어제 늦은 밤부터 비가 처량하게 내린다. 기다리는 비라면 적게 오던 많게 오던 반갑지만 이번 비는 옥상바닥에 아스타 대궁이 잘라 잘게 썰어 널어 놓았는데, 밤부터 비가 와서 그대로 비를 맞게 되었다. 해질무렵 내가 보았는데 밤에 비가 오면 어쩌나 하면서도 그것을 치울 기운이 없고, 남편에게 치우라 말도 못해서 옥상바닥에 깔려 비를 맞고 있다. 옥상에서 꽃을 키운지가 15년정도 되는데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소국인데, 실제로 보면 이렇게 국화꽃이 작을 수 있나? 참 앙증스럽게 이쁘다. 꽃색도 맘에 든다. 사진보다 색이 더 진하다. 지금까지 처음 만나는 국화꽃이다. 국화꽃이 종일 비 오는 날 피었다. 아기들아 하루만 참아라.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을거다. 병원에 다녀오면서도, 갈 때도 비가 ..

10월의 꽃 2024.11.02

어느새 어둠이 내려 앉았다

초등 고학년 때 시골에서는 수업 마치고 십여 리 길을 빨리 옵니다. 와서 소 이 까리 쥐고 풀 뜯어먹게 하느라 바쁘게 집으로 옵니다. 어찌 보면 어린 우리들이 놀 시간은 들에 소를 놓아두고 아이들끼리 모여서 노는 그때입니다. 여름 메뚜기 뛰고 날고 할 때는 댕댕이덩굴로 나선형으로 올라가게 엮어서 메뚜기를 잡아서 넣기도 하고 강아지풀에 메뚜기를 꿰어서 집에 와 아궁이 불에 구워서 먹기도 했지요. 집에 돌아올 때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을 때이고. 밥 짓는 연기가 온 동네에 피어 오를 때이지요. 어둠이 내려앉는다는 것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쉼이 오는 것입니다. 저녁에 또 보리밥을 먹기 싫으니 칼국수나 수제비를 햇감자 캐 놓은 것을 넣고 끓인 것이기를 바라면서 집에 왔는데 바람대로 이면 얼마나 좋던지요. 저녁을..

샘물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