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부터 비가 처량하게
내린다.
기다리는 비라면 적게 오던 많게 오던 반갑지만 이번 비는 옥상바닥에 아스타 대궁이 잘라
잘게 썰어 널어 놓았는데,
밤부터 비가 와서 그대로 비를 맞게 되었다.
해질무렵 내가 보았는데
밤에 비가 오면 어쩌나 하면서도
그것을 치울 기운이 없고,
남편에게 치우라 말도 못해서
옥상바닥에 깔려 비를 맞고 있다.
옥상에서 꽃을 키운지가 15년정도 되는데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소국인데,
실제로 보면 이렇게 국화꽃이
작을 수 있나?
참 앙증스럽게 이쁘다.
꽃색도 맘에 든다.
사진보다 색이 더 진하다.
지금까지 처음 만나는 국화꽃이다.
국화꽃이 종일 비 오는 날 피었다.
아기들아 하루만 참아라.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을거다.
병원에 다녀오면서도, 갈 때도 비가 왔다.
10시쯤에 전철을 탔는데
빈 좌석이 거의 없었고,
올 때는 정오경이었는데도
빈좌석이 거의 없었다.
비까지 오는 날인데도.
출근 시간도 아닌데도.
단순한 노란색이 아니고,
너무 고와서 화들짝 놀라움으로 보게 된다.
참 곱다.
꽃의 크기는 그냥 소국이다.
봄날 멀리 두 곳에서 받았던 국화를 키워 삽목지 잘라서 삽목 해서 심은 국화이다.
가을 햇빛
한옥에 살 때 가을이면 무를 썰어 툇마루에 널어 말렸다.
찹쌀풀에 소금간과 조청을 넣고 짠지처럼 담아서 작은 항아리를 화단에 묻었다가
한 겨울 김장김치가 조금 물릴 때
먹었는데 깔끔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았다.
아이들이 도시락을 두개 사 갈 때
도시락 반찬이 되기도 했었다.
이 집으로 이사 와서 오그락지를
썰어 채반에 널어 옥탑에서 말릴 수 있는 것이 두 번인가 하고는
말리다가 비가 오거나 해서
곰팡이 피어서 세 해를 버리고는
말리지 못했고 건조기로 말린 것을 사서 담아보니 오그덕거리는 것이
달라서 오그락지 담는 것을 그만두었다.
친구 동생이 호박 익은 것 푸르 둥둥한 것을 승용차로 한차
싣고 왔다고 우선 두 덩이를 주었다.
또 주겠다 하는데 길쭉하게 생긴 것이니 거실에 모양으로 둘 수가
없어서 건조기에 말리고 있다.
말려 두었다 떡을 할까 한다.
생각해 보면 기후가 30여 년 전부터
서서히 변해 왔던 것 같다.
아이들이 우리 지방에 살지 않고.
다들 아주 바쁘게 살고 있다.
준서는 대학생이 되었고,
평소에는 1주일에 한 번씩
마트 인터넷장을 보고 배달로 받는데,
준서가 필요한 것이 있다 할 때는 마트에 간다고 한다.
가면 무거운 것을 준서가 두 개를 들고라도 저그 엄마에게는 가벼운 것 하나만 들게 한다고.
이번 주는 주말도 없이 일을 했더니
준서가 세탁기 돌려 삶는 빨래까지 해서 건조기로 말려서 각자 설합장에 넣어 놓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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