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2024/11/02 2

가을비/ 소국 피다

어제 늦은 밤부터 비가 처량하게 내린다. 기다리는 비라면 적게 오던 많게 오던 반갑지만 이번 비는 옥상바닥에 아스타 대궁이 잘라 잘게 썰어 널어 놓았는데, 밤부터 비가 와서 그대로 비를 맞게 되었다. 해질무렵 내가 보았는데 밤에 비가 오면 어쩌나 하면서도 그것을 치울 기운이 없고, 남편에게 치우라 말도 못해서 옥상바닥에 깔려 비를 맞고 있다. 옥상에서 꽃을 키운지가 15년정도 되는데 처음 있는 일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소국인데, 실제로 보면 이렇게 국화꽃이 작을 수 있나? 참 앙증스럽게 이쁘다. 꽃색도 맘에 든다. 사진보다 색이 더 진하다. 지금까지 처음 만나는 국화꽃이다. 국화꽃이 종일 비 오는 날 피었다. 아기들아 하루만 참아라.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을거다. 병원에 다녀오면서도, 갈 때도 비가 ..

10월의 꽃 2024.11.02

어느새 어둠이 내려 앉았다

초등 고학년 때 시골에서는 수업 마치고 십여 리 길을 빨리 옵니다. 와서 소 이 까리 쥐고 풀 뜯어먹게 하느라 바쁘게 집으로 옵니다. 어찌 보면 어린 우리들이 놀 시간은 들에 소를 놓아두고 아이들끼리 모여서 노는 그때입니다. 여름 메뚜기 뛰고 날고 할 때는 댕댕이덩굴로 나선형으로 올라가게 엮어서 메뚜기를 잡아서 넣기도 하고 강아지풀에 메뚜기를 꿰어서 집에 와 아궁이 불에 구워서 먹기도 했지요. 집에 돌아올 때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을 때이고. 밥 짓는 연기가 온 동네에 피어 오를 때이지요. 어둠이 내려앉는다는 것은 하루 일과가 끝나고 쉼이 오는 것입니다. 저녁에 또 보리밥을 먹기 싫으니 칼국수나 수제비를 햇감자 캐 놓은 것을 넣고 끓인 것이기를 바라면서 집에 왔는데 바람대로 이면 얼마나 좋던지요. 저녁을..

샘물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