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사람

"남의 복 꿔다 살지 않는다, 다 지 복이지..."

이쁜준서 2009. 2. 11. 22:28

 

 

일년에 한번 피는 난꽃이 피기 직전이다.

창가쪽으로 뻗었던 것이 화분이 돌려져 굽었다.

꿀이 맺혀 있다, 저 이슬 같은 것을 손가락으로 찍어면 꿀처럼 끈적이고, 또 꿀처럼 달다.

 

서로간 옥상에서는 옥상 벽쪽으로 다가서면 얼굴도 환하게 보이고, 대화도 되는 거리이다.

한쪽은 동대문이고, 한쪽은 서대문 집이니, 삥 둘러서 가야하니, 밖에서는 얼굴 볼 기회가 드물다.

혹여 시장길에서, 지하철 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서 만나면 인사를 할 뿐 정작 한동네에 살아도 커피 한잔을 하지 않았다.

재 작년에 집을 사 이사를 왔기에, 그이는 아직도 전에 살던 동네로 놀러 간다고 했다.

간혹 서로의 집 옥상에서 인사 말을 주고 받는 정도인데, 지난 늦가을에 얼굴을 보고 겨울 들어서는 오늘 처음으로 보았다.

 

서로간 반가워 했는데, 어쩌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옆집 아줌마는 처음 이사와서 몇일 있다 준서할미 나이를 물었다.

나이를 가르쳐 주었고, 되 물었더니 한참 적어요라 했다.

몇달을 지나고 이야기 중에  서너살 적을거라 짐작했을 뿐이다.

 

그 아줌마와 오늘의 옥상벽 앞에서의 대화이다

" 나는 탕 국물에 빠져 죽어도, 맏이에 시집 갈거다 했어요.(맏 종손이라해도의 뜻) 

우리집은 식구가 많고, 아버지 형제분이 많아 명절 때면

이방이고, 저방이고 방들이 다 따뜻했는데, 명절 때면 혼자 사시는 종숙모님 댁에 가 잠을 자야 했는데, 늘 방이 추워서..."

 

" 나는 맏이에 시집가 음식도 많이 하고, 많이 퍼주고 그렇게 살끼다 했어요"

"친정에서는 5남매 맏이이고, 시집에서는 4남매 맏이라요"

 

" 내가 시집와 두달 되었을 때부터 우리 시어머님 시뉘들 중신이 들어 오면 맏이는 않되고, 지차자리에 해 주소 하셨지요."

  "그러면 어머님은 맏이부터 낳은 것이 아니고 지차부터 낳았습니까 라 묻고 싶었는데, 결혼해 34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묻지 못했심더"

 

"시누이 하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데, 명절이 되면 하루 전날 네식구가 우리집으로 와  명절 다음날 갑니더,

지긋지긋한데 명절 전날 저녁밥 먹을 때까지 않오면 또 기다려 지데요.

그러면 핸펀으로 어디고? 안오나? 하면 오는 중이라 합니더."

 

 

 

           

 

탕국물에 빠져 죽어도..란 말은 처음으로 듣는 말이라 처음부터 깔깔 웃었다.

이야기는 위에 쓴 것 보다 더 많이 이어졌다.

입담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옆집 아줌마가 나빠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이해를 할 수 있는 말이고, 틀린 말이 아니다.

다 복이었다 생각하세요. 한 세월 살아온 지금에 우리들 몸 건강만 있으면 됩니다라 했다.

준서할미가 깔깔 웃는 바람에 코매디가 되었다.

 

 - 남의 복 꿔다 살지 않는다, 다 지복이지_  란 시어머님 말씀이 생각난다.

즐거움도, 고된 것도 다 복이라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