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가을 나들이

이쁜준서 2006. 10. 13. 22:33

이 가을은 준서가 나들이를 하면 좋은 날씨인데 차라리 그리 덥던 여름날 오후 6시 30분경 더위와 햇볕을 피해 나들이 하던 때 보다 자주 가지 못했다.

추석 전후로 집을 한 열흘 떠나 있었고, 갔다 와서는 그동안의 나의 빈 자리를 메꾸느라 분주했고, 오늘에야 준서를 데리고 계명대 한옥으로 갔더니 인공으로 하는 냇물과 연못의 분수도 보았고, 방아개비도 큰 것으로 한마리 잡았고, 준서랑 바람이 살랑 불면 큰 도토리 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도 주었고, 시장에 가서 미꾸라지도 보았고, 준서에게는 즐거운 하루였다.

두 돐이 10월 4일 지난 준서는 꾀가 더 늘어서 무엇이든 하지 말라는 것만 하고 낮 시간 저에게 투자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하고 말은 더 않듣는다.

설명이 필요 없이 커 가는 과정 인듯하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제 준서를 데리고 업고, 안고, 지하철 타고, 버스타고, 나들이를 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보냈다.

저녁 때는 시장가서 장을 봐 왔는데 내일 남편이랑 준서랑 맛 난 음식을 해 먹어야겠다.

아이들은 모두 객지에 있기에 저들 퇴근하면서 전화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케익 같은 단 음식을 먹지 않아 무엇을 보낼수도 없고, 또 기본적으로 요즘 TV에서 생일 타령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생일이 뭐 대수라고, 늙은 노인네도 아니고 말이다.

친정 어머니가 작년에 돌아 가시고 시어머님은 계시다.

아직 어버이날 아이들에게 꽃을 받아 보지 않았다.유치원 때 종이 꽃은 받았었네.

그냥 할머니께 드리라고 하고 살아 왔다.

웬지 가을이 짙어가니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가을이어서 그렇다.

단풍이 고울 때 등산도 하고 싶고, 친구와 만나서 수다도 떨고 싶고,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이 그립다.

단풍 보다 더 고운 준서가 있고, 고운 새소리 보다 더 고운 재잘 거리고 까르르 웃는 준서의 웃음이 있는데

요사한 할미의 마음은 가을 들판으로, 가을 산으로 달려가니 웬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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