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음식

입맛들이 변해서,

이쁜준서 2018. 5. 17. 20:38




예전 우리 외갓집이 있는 곳에서는 조선토종 정구지(부추) 솔 잎처럼 가느다란 것을 겨우내 재  거름을 부어 주었다.

봄이 되면 솔잎 같은 가느다란 정구지가 올라 오고, 그저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면 베어다 쌈으로 먹었다.

우리 외갓집이 있는 곳은 1년에 젓갈을 3번 담을 정도로 젓갈로 양념장까지 만들고,

젓갈 독에 국자를 넣어 누르면 맑은 젓갈(액젓갈처럼) 올라 오고, 그 젓갈을 떠서 고추잎 나물은 무치고,

미나리도 그 액젓갈에 무쳤다.

봄에 처음으로 멸치젓갈을 담고, 조금 더 있다가는 전어 젓갈을 담고, 가을에는  자잘한 칼치 젓갈을 담았다.

각각 맛이 달라도 그 시절 젓갈은 바닷물이 맑고, 소금도 맑은 바닷물로 만든 것이라,

3년 간수 빼고 하는 것 없이도 젓갈은 감칠맛이 났다.


젓갈 양념장만 하는 것이 아니고, 된장독에서  된장을 뜨고,  고추장 독에서 고추장을 뜨고,

깨소금 정말 아주 약간만 넣고,( 다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마늘 넣고, 풋고추가 넉넉한 철에는 풋고추 다져 넣고,

아니면 파 쏭쏭 썰어서 넣고, 그렇게 쓱쓱 섞어서 상에 놓았을 뿐이지만,

요즘 사람들처럼 그 양념장을 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시절 장을 요즘보다 덜 짜게 간을 해서 담았을 리가 없는데, 그 때는 양념장을 그렇게 만들어도 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살다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그렇게 해 놓은 양념장이 짜다 싶어졌고,TV 방송들에서는 짜게 먹으면 않된다는 것은 머리에 박히도록 주지를 시켰다.

그런데 양념장을 만든다고 무엇 무엇을 넣고, 끓이는 것은 실상 생된장과 생고추장으로 섞은 것보다 맛이 있지도 않다.

물론 내 개인적인 입맛이지만,

딱 호박잎을 쪄서 먹을 때 강된장을 한 것 이외는 나는 그렇다.


올 봄에는 씨를 뿌리기가 늦어서 상추모종을 40포기 했다.

이제 살음을 해서 아직은 상추 잎이 작지만, 한 번에 한 두잎씩 돌려 따기를 해서 먹는다.

큰 포기로 자라면 두포기만 해도 한끼 먹고도 남으니, 굳이 큰 잎으로 자라지 않아도 된다 싶어서 그리 한다.

상추에, 풋고추에, 오이에 쌈장이 자주 상에 올라야 했다.

성의 없게 고추장에 된장을 약간 넣고, 즉석에서 만들어서 먹기는 해도 제대로 된 쌈장 맛이 나질 않았다.





오늘은 마음 먹고 쌈장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은 염도를 낮추어야 해서, 건새우, 건멸치, 표고가루를 갈아 놓은 것이 있어서,

물을 넣고, 끓였다. 청주가 있어서 찔금 넣기도 했다.

쌈장은 고추장 맛보다 된장 맛이 우선 되어야 쌈장  같아서 된장, 고추장을 적당히 넣고,

쪽파 알뿌리를 얇게 썰고, 대신 마늘을 넣지 않았고, 매실을 다지고, 땅콩을 갈아 넣고, 깨소금을 넣고,볶은 콩가루를 넣었다.

무엇을 그렇게 많이 넣었던가?

이맛 저맛이 섞여서 예전 우리 할머님 세대분들 같으시면, 된장 독에서 날 된장만 떠 오라 하셨을 것이다.

염도 낮추는데 성공을 했다.

맛도 그만하면 있었다.(요새 입맛으로 )


그러나 예전 내 어린시절에 장독에서 된장, 고추장 떠 내어 쓱쓱 떠낸 그릇에 섞어서 그 시절에야

물자가 다 부족했던터라 깨소금도 제대로 넣지 않았지 싶은 그 때의 쌈장 맛은 나질 않는다.

뭐를 그리 많이도 넣는지?

하면서도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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