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 지칭개
누가 대접 해 주지 않아도 혼자서 봄이면 새싹이 올라오고, 때 되면 이런 고운 꽃을 피운다.
묵은 밭에 군락으로 피어 나고, 풀로는 참 흔한 풀이다.
그런가 하면 아직 꽃도 채 지지 않은 때, 낮 기온이 덥다 싶을 때가 되면 꽃대궁이와 꼿송이 밑에,
진딧물이 까맣게 생기게도 된다.
누울자리 보고 발 뻗는다
상황과 여건을 살핀 후에 일을 행한다.
친정 모친 여든 아홉 드신 해의 생신에 다녀 온 외사촌 언니가 서울에서 16일 날 갔다가.
17일 폔션에서 5남매 자손들이 모여서 생신을 하고 모두 18일 헤어 졌어도 일년에 생신 때만 가기에
언니는 5박 6일의 일정으로 어머니와 함께 있다 오늘 집으로 왔다면서 전화가 왔다.
큰 집에 혼자 살고 계시는데,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연락을 하면 차를 타고 달려 올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그나마 믿을 수 있고, 귀는 남의 말을 열마디 중 짐작으로 서너마디를 알차 차리시지만, 그렇다 보니 당신의
말씀만 하시니, 지근 거리에 있는 막내딸은 하루에도 한번은 꼭 가 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고생을 하는 모양이었다.
몇일 있는 동안, 내가 죽어야 하는데란 말씀과, 너그 큰고모처럼 죽음 복 타고 가야 하는데라 하셨다 한다.
우리 큰이모님은 일본 원자폭탄의 후휴증로 해방 되어 귀국길에 반은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남편과 귀국 하셨지만,
한국으로 나와서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먼저 가시고,
6,25 때는 울산의 고아원에서 보모로 일 하셨기에, 그 인연으로 그 당시에는 중학교만 졸업하면 보육원에서
나가야 해서 갈 데 없는 보육원 아이들이 부산의 이모님 댁으로 많이도 거쳐 갔고,
그 중 한 남자아이는 양아들로 삼아서 결혼까지 하고, 손자 둘을 얻어 함께 살았지만,
내 자식도 아닌데, 중병으로 자리 보전해서 오래도록 잘 보살펴 줄 아들이 아닌 형편이셨기에,
평소에 동맥경화가 있으셨는데, 그냥 앞드려 잠 자는 듯 혼자 이 세상 소풍길 마치 셨으니
이 세상 하직하는 길에- 죽음 복은 타셨던 것이다.
그 반면 우리 엄니께서는 풍으로 한쪽 수족을 못 쓰시면서 만 3년을 살다 다시 재발해서 고생을 많이 하시고
가셨다.
여동생은 엄니가 처음 풍에 들어셨을 때, 우리 엄마 고생하고 사셨다면서,
방 바닥보다 침대가 편하셔서 침대를 사 드리고 비단 이불을 아주 좋은 것으로 해 드리고
남동생이나 올캐가 또 그렇게 잘 할 수가 없는 자식들 이었다.
언니는 저렇게 귀가 들리지 않아서 당신의 말씀만 하시고,
TV소리 크게 틀고 계시는데, 남동생들 집에 가셔도, 처음에는 모셔 간다 해도 이내 엄마 때문에 불란이 올테고,
지금은 엄마가 가시지 않으려 하시지만,
중병이라도 들어서 오래 고생 하시면 어쩌시나.... 라 태산 같은 걱정을 했다.
남동생이 셋이라도 막내 동생만 모실 형편인데, 올캐도 직장생활을 하는데라 면서 큰 걱정을 했다.
언니도 일흔 하나이고, 몸이 늘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 병구완을 해 드릴 형편도 못 되고.
무덤가에 할미꽃
우리 동생들 이름을 부르면서 그렇게 엄마에게 애착을 가지고 잘 하는 아이들은 드물다.
그러니 누울자리 보고 발 뻗는다 하는 속담처럼 엄마가 고생을 하시고 가셨지만,
외숙모님은 연세도 높으시고, 가실 때는 짚불 꺼지듯이 그렇게 가실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지인의 친정 엄니는 딸만 둘이어서 작은 딸은 데릴 사위로 보아 살다가 외손주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니
분가를 했고, 혼자 사시다 딱 일주일 편찮으시고 돌아 가시는 것을 보았다.
이 세상 사시면서 늘 한으로 사셨고, 중병으로 자리 보전을 오래 하신다면, 병구완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형편이셨으니 죽음 복을 타고 가신 듯 했다.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세상이 흘러 가는 이치는 참으로 공교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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