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할미 세대 중에도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도 있다.
우리들은 자라면서 엄한 훈육을 받았고, 남녀 차별이 많게 길려 졌고, 울음도 길게 울지도 못햇다.
어찌 고집 센 여아들이 긴 울음을 울면 - 가시내가 팔자 사납구로 어디 울음이 기냐면서 뚝 뚝 뚝 세번만 어른들이 하시면
울던 울음도 그쳐야 했는데, 그치고 싶어도 울던 참이라 입 다물고 울음을 삼키기도 했었다.
그렇게 자랐기에 뭐든 참고 살았지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술로 풀 생각을 못했었다.
대부분의 우리 세대들은 시집살이도, 남편 시집살이도 다 참고 살았다.
자식 훈육이야 했지만, 자식이 장성하면 또 그 자식 맘 상할려나? 싶은 염려로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도 참고 산다.
준서외할아버지 종방간이 여러 명이 되고,
젊어서는 한 술을 하시는 분들이셨는데도 나이가 들어 가면서 준서외할아버지 남자 형제간도 술을 끊었고,
종방간에도 술을 끊으시고 명절에 모이면 그저 막걸리 서너잔 하시는 정도이시다.
그런데,
큰조카들은 내년이면 대학생 학부형이 되는 사람도 있고, 중간 조카들도 다들 초등학생 학부형이다.
명절이면 차사 돌아가면서 모시고, 산소 인사드리고는 서울쪽에 사는 조카들은 처갓댁으로 가고 큰집으로 다시 모인다.
남자분들은 윗대 안어른들만 있으셔서 우리 부모님대와 안방으로, 우리대 동서들은 대부분 거실에,
조카, 질부들은 시숙이고, 제수씨인데도 우리 대와는 달리 평소도 서먹함도 없고, 술 자리에서는 아무 가리는 것 없이
한자리에서 술을 마신다.
다른 어떤 자리보다 정겹게, 부담스럽지 않게 술을 마신다.
시부모님 대가 안방으로 거실로 계셔도 계서도 질부들은 즈그들 남편과 시숙, 시동생들과 함께 술을 당연한 듯 먹는다.
그렇다고 콩가루 집안은 아닌 것이,
우리 백모님께서 돌아 가셨을 때는 큰조카들은 손님을 맞고, 안내 하고 일 처리를 하고
큰조카들에게 아우 되는 조카들은 손님 상도 차리고 치우기도 하고, 어찌나 일을 잘 처리 하는지
장례병원 직원들이 이제껏 보아 온 중 이렇게 손발이 척척 맞아 일하는 젊은이들을 본 적이 없다 했다.
아이들 잘 키우고, 알뜰하게 살림도 잘하고, 맞벌이를 하는 질부들인데도 술 먹는 것은 당연지사인 듯 하다는 거다.
요즈음 세상은 여자들도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한다는 것이다.
목욕탕 사우나실에 들어 갔더니 정기권을 끊어 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여럿이 있었고,
작은 사우나실에 벽을 등지고 마주 보고 있었다.
그중 40대 초반의 날씬한 댁이 무릎에 피멍이 들어 있었고, 병원에 가라는 사람, 한의원에 가보라는 사람,
지금이야 그런대로 낫는다 해도 나중 다리 아프다고 치료하라는 사람 의견이 분분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평소 술을 즐겨 먹는 사람은 아니고, 어쩌다 술 자리에 앉게 되고 그 다음 헤어지고는
자기 혼자서 택시를 타고 여기 저기 내리면서 술을 먹다가는 나중에는 필름이 끊어진다 했다.
3개월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어제 또 그랬는데,
지갑에 24만원의 돈이 있었는데, 하룻밤이 지나고 지갑에는 3,000원만 있고,입었던 옷 주머니에 몇천원씩 있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다녔던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넘어져 다리를 다치게 되었는지? 메니큐어를 한 긴 손톱이 어떻게 심하게 부러졌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준서할미는 여자들이 술로서 스트레스를 풀고 만취를 하고 만취 끝에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술을 마시는 풍토가 걱정스럽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라면 초등학생이거나 중,고등학생의 자식들이 있을텐데,
걱정스러운 것이다.
요즘 아이들 부모의 경제력이 있으면 있는대로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뿌리 깊게 자라지 못한 세대들인데,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줄 엄마들이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맘은 이해가 되어도 그러지 않아야 한다 싶다.
바꾸어진 사회 풍토가 술을 마시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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