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이였다.
뚝뚝 떨어진 관청 두곳에 긴한 볼일이 있어, 전날 종일 눈이 와 질퍽거리던 도로와 인도가 빙판이 된길을 나갔다.
준서를 데려다 주고 돌아가던 준서에미가 엄마 내일 등산작대기라도 들고 나서세요라고 전화로 당부를 한 것이 있어
등산화를 신고 등산작대기를 들고 한발만 삐끗해도 낙상을 당할 수 있어 택시를 타기로 작정을 하고 집을 나섰다.
일단 택시를 탈려고 해도 큰길로 나가야 해 나갔고, 횡단보도를 건넜더니,
버스정류장과의 인도로 걸어야 하는 길이 짧아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꺼억꺼억 거리고 가는데, 같이 타신 튼실한 나무작대기를 짚으시고, 왜소한 할아버님께서는
다리가 시원치 않으시니, 버스를 탈 때 길은 미끄럽고 빨리 못나갈 것 같아 빙판인 도로에 서 계신다고 도로로 내려가다 한번 미끄러 지셨던 모양이다.
준서할미보다 더 연세가 많은 노인들이 더 많이 탔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 우체국을 내려야 하는데.... 혼자 말씀을 하시고는,
다리 아픈 사람이 앉았다 일어설려면 어려우니 곧 내리신다 싶어 서서 계신다.
버스는 계속 꺼억꺼억하면서 앞 뒤로 쏠리면서 가는데,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님 한분이 어찌 되었던 앉으세요라 짜증난 말로 나무랐고,
" 그래 내 요량만 해 가지고......"
자주 꾸지람을 듣는 아이들마냥 중얼거리시면서 좌석에 몸을 구겨 넣듯이 앉으셨다.
다리 아픈 사람은 한 정류장 전에 버스가 정차했을 때 서서 준비해야 하지 움직이는 버스에서는 서서 좌석 밖으로 나오고
출입문쪽으로 나오기도 힘이 든다 싶어서 다다음이 우체국입니다라 했더니
" 예" 란 대답을 하셨고, 앉으시라고 나무라시던 분이 일어서서 출입문에 하차벨을 눌러 주셨다.
좌석 옆마다 하차벨이 있는 버스가 아니었기에.
그런데 그 할아버님만 걱정스런 것이 아니였고, 좌석에 들어 가는 것도 겨우 들어 갈 정도의 지박한 몸인 할머님도,
그 몸으로 낡은 운동화를 신고 빙판길 출입을 한 모습,
좌석이 없어 아예 출입문쪽에 서 있으면서 전화를 하는데, 그래 침 맞으러 간다고 하고,
간혹 준서할미처럼 등산화를 신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운동화를 신긴 했고, 그런데도 신발 바닥이 미끄럽고, 통급인 미끄러운 신발도,
그런 차림으로 긴한 볼일이 아니라면 빙판길에는 출입을 삼가 했으면 좋겠는 걱정스런 노인들을 보았다.
아직이야 준서할미가 노인은 아니지만, 몇년이 후딱 지나면 노인이 될 것이다.
속은 살아 있고, 몸은 둔해지고, 그런 부모를 보는 자식들은 맘고생이 될것이고.....
열심히, 열심히 노인으로 살아가는 맘 공부 해야겠다.
모두들
" 그래 내 요량만 해 가지고....." 란 그런 생각으로 조심하면 될 것이라고 빙판길을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집앞 소방도로나 큰길의 인도는 조심을 하면 괜찮을 정도가 아니고, 버스에서 내려 딛는 차도는
버스 타기전 환승할려고 내린 40대 아주머니도 내리면서 미끌어 질 정도로 빙판인 날이였다.
준서할미는 인도의 길을 보아 가면서 버스도 타고, 택시도 타고, 평소 같으면 큰도로에서 내리는데, 집 앞까지 타고 들어 왔다.
집에 왔더니, 준서할미가 없는 동안 준서외할아버지와 준서가 옥상에 눈사람 다섯개를 만들어 놓았다 하는데,
옥상 올라가는 돌계단이 무서워서 아직 못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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