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스치듯 지나간 만남....

이쁜준서 2008. 10. 29. 19:32

나이가 들면 뭐예그리 남에게 이쁘게 보일려고 꾸미지 않는다.

운동갈 때는 그냥가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외출하거나 잔치에 갈 때는 화장도 하고, 옷도 자리에 맞게 입는다.

운동은 온 몸에 땀으로 목욕을 하기에 화장을 하는 편이 더 어색한 자리이다.

어쩜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예의일 것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블벗님들이 계신다.

얼굴도 모르면서, 글로서 생각과 맘을 나누면서 정도 생긴다.

어느분께서는 준서외할아버지와 함께 한번 놀러 오시라는 분, 어느 분께서는 준서를 데리고 한번 놀러 오시라는 분등,

길 찾아 나선다면 몇몇곳은 가도 될만한 인정으로 지내게 되었다.

 

그중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분도 몇분이 계시고 직접 통화를 해 본 분은 네 사람이다.

그런데 그 중 택배로 물건을 보내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준서네로 가면서 내려서 전해 드려도 되는 물건도 택배로 보내드렸지

중간에 내려서 드려도 되는데 그리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젊으신데, 나이든 할미라 조심스러웠기에 그렇게 했었다.

 

그런데 늦게 산행을 하고, 어두워서야 귀가했는데, 전화가 왔다.

사시는 곳에 있는 농산물을 부탁드려둔 것이 있고, 정상대로라면 오늘 배달될 것인데, 아랫쪽으로 오시는 걸음이어서 그냥

차에 싣고 오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우리동네로 올 수 있는 거리에서 전화를 주셨기에, 싰으러 들어간 준서외할아버지께 이야길 했고,

준서외할아버지가 감던 머리를 부랴부랴 행구고 나왔던 모양인데, 나는 다 씻고 나왔거니 했다.

갔다 와 다시 씻으러 들어간 것을 보니 씻다 나왔던 모양이었다.

 

준서할미도 등산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나갔더니 하마 도착해 계셨다.

준서외할아버지 사진은 블로그에 몇번 올렸던 적이 있어 먼저 준서외할아버지를 알아 보시고 우리쪽으로 몇걸음 다가 오셨다.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었는데, 고향으로 가시는 길이었고, 어두워서 꼭 잡지를 못해 저녁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는데도

저녁 식사도 못하시고 가셨기에 미안할 따름이다.

 

참으로 반가운 잠깐의 만남이었다.

근처까지 왔노라시며 하시는 말씀이 저를 꼭 만나지 않으시겠다면 어디 물건을 맡겨 놓고 가시겠다 했다.

준서할미가 내 막내동생과 막내 시동생 같은 젊은 사람을 만나기가 송구해서 였는데, 그 송구스런 만남은 길바닥에서 어두침침한

대학교 경비실 앞에서 준서외할아버지와 함께 잠깐 스치듯 지나갔다.

 

같이 카페를 하고 있는 사람중에는 30대도, 40대도 있다.

남자도, 여자도 있다.

그들은 많은 시간을 같이 한 사람들이어서 동등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블로그 벗님들은 조심스러웠다.

 

잘 다녀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