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콩나물죽도 시래기 경죽보다 호사스러웠다.

이쁜준서 2008. 10. 23. 18:48

 

군자란

지금 꽃몽오리져 있는 것이 피기나 할까...?

저렇게 한창 이쁘게 핀것이 있는데, 저 꽃몽오리들은 어쩔 것인가...?

군자란이 필 계절이 아닌데, 핀 귀한 꽃이다.

오랫만에 온 비에 생기가 살아난다.

 

 

초등학교를 다닐 적 시골에서는 직접 농사를 지어도 보리고개를 당하는 집들이 간혹 있었다.

그 때 스므마지기 농사를 지은 우리집은 그리 양식을 아껴 먹지는 않아도 되었지만, 그 때를 살아 왔던 살림살이들이 양식을

아껴 먹어도 보리고개를 다 겪어셨던 분들이고, 육이오 때 피난은 가지 않았어도, 밤이면 인민군이 동네로 내려 오기도 한,

궁핍하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 오셨기에 집집마다 양식을 아껴 먹었다.

아껴 먹는다는게 일철이 아닌 겨울에 하루에 한끼, 죽을 끓여 먹었던 것이다.

 

 

목베고니아 

여름내내 그렇게 꽃을 피웠는데 아직도 새로운 꽃몽오리가 달린다.

이젠 준서할미 키에 육박하는 크기인데 균형을 잡고 잘도 큰다.

아주 오랫만에 비가 왔다.

저렇게 비를 맞은지가 오래 되었고, 이젠 가을도 깊어 졌는데, 꽃이 피어 있고, 새로운 꽃몽오리들이

생겨 귀해서 담아 올렸다.

 

 

       

꽃몽오리 한개가 맺히고, 그 꽃몽리가 두개가 되고... 

두개가 네개가 되고....그렇게 벌어져서는 저 위의 꽃처럼 저렇게 피어나는 신기한 꽃이다.

 

 

 

 

 

 

 

무농사가 요즘 무 같지 않았다.

요즘 무처럼 그렇게 허여멀겋게 굵고 크지가 않았다.

작으마한 무가 무우 청이 달린 부분에는 보라색이 났었다.

그 무를 가을에 수확해서는 무 구덩이를 두개쯤 만든다. 그리고는 무를 묻고, 무를 내는 구멍을 만들고, 짚으로 막아두고

꺼내 먹었다.

저녁을 먹고는 호롱불 밑에서 저녁 때 무 구덩이에서 꺼내다 놓은 무를 쌀알 크기보다는 조금 크게지만 쌀알과 어울릴 정도로 작게 쓴다.

아침에 밥을 할 때는 무를 넣고 밥을 하면, 밥은 담백해야 할텐데,

단맛이 나 그 밥이 싫었다.

숭늉에는 무 냄새도 나고, 어찌나 싫었던지. 차라리 보리밥을 매일 하지

왜 무밥을 할까가 불만이었다.

 

아침밥 한덩이가 남아 있으면 낮에는 김치를 숭숭 썰어 넣거나, 아니면 무씨래기 삶아 놓은 것을 넣고 된장을 풀고는 죽을 끓인다.

김치밥국에는 농사지어 밀가루로 빻아다 놓은 것으로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하기에 씨래기 갱죽보다는 더 좋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식은밥 한덩이를 넣고 했기에 고구마등을 삶아 간식으로 보태어 먹기도 했다.

 

그 때 겨울에는 사람이 거처하는 방에다 콩나물을 앉혔다.

한 시루 않혀서는 그 콩나물로 나물도 해 먹지만, 저녁에 콩나물 경죽을

끓일려고 그렇게 콩나물을 길렀던 것이다.

저녁에 먹는 콩나물 죽은 그래도 쌀을 넣었다.

 

 

 

 

콩나물밥은 그 후 도회지에 살 때 해 먹었던 것이고, 쌀을 늘여서 먹어야 하는 시절이어서 그 맛있는 콩나물로 콩나물밥은 엄두도 못내었다.

그래도 콩나물 경죽은 쌀이 들어있었고, 저녁밥 대신이라 먹고 더 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준서할미가 어렸을 적에는, 깡보리밥에 위만 쌀과 보리쌀이 상반이 되는 것으로 덮어 있는 도시락이었지만 배는 고픈 시절은 아니었다.

여름에는 보리쌀이 더 많은 밥을 먹었고, 겨울에는 상반은 되는 보리밥을 먹었다.

 그 때의 늘 의문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보리와 쌀을 고르게 먹으면 좋을텐데... 였는데, 준서할미가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보리밥은 여름에는 먹을 만 하지만, 겨울에는 보리밥이 맛이 없으니 그렇게 했을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 시절은 하얀 쌀밥이 별식이었기도 했다.

콩나물죽도 씨래기 경죽보다는 호사스러운 때 였으니 하얀 쌀밥이 어찌 별식이 아니었겠는가?

 

저녁을 먹고 긴 겨울밤을,

남자 어른들은 남자 어른들끼리 어느집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았고,

처녀들은 어느집에 모여서 수를 놓았고, 나이든 안 어른들은 또 어른들끼리, 우리 아이들은 아이들 끼리 모여 놀았다.

다 호롱불 하나를 켜고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어두운 줄도 모르고 수도 놓았었다.

생고구마나, 생무가 아니면 먹을 것이 없으니 밥을 해 먹자는 약속이 되어 있는 날은 집에서 나갈 때 쌀을 한옹큼씩 가지고 간다.

부억엌에는 큰가마솥과 국등을 끓이는 작은 가마솥이 있고, 그 쌀로서 작은 가마솥에 밥을 짓는다.

그 하얀쌀밥에 땅에 묻어 놓은 김치와 동치미 김치로 먹는 밥은 보리밥만 먹다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였다.

 

비 온 뒤라 날씨가 조금 차겁다.

팔팔 끓는 물에 노란 들국화 한송이를 넣은 차를 이 밤에 마시니, 입안에 향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