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어느 30대의 가장인 세 자녀의 엄마 이야기

이쁜준서 2007. 2. 3. 16:49

TV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를 볼 겨를이 없다.

준서를 따라 다녀야하고, 또 놀아주어야 하고, 또 준서가 잠들면 할 일도 하고 컴퓨터에 앉기도 하기에

언제나 시간은 빡빡하고 잘 간다.

어쩌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중에서도 내가 흥미를 가진 것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다.

준서 말처럼 기분이 좋다. 그냥 좋다.

 

어제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이야기를 봤고, 인간시대 마지막 회를(금요일) 봤다.

인간시대에 나오는 설흔살이라는 엄마가 초등학생 2명, 유치원생 1명을 거느린 가장이었다.

끝까지 다 보니 이혼을 했는 모양이고, 친정아버지가 아이들을 지에비에게 떼어 주라고 했다는데,

3명의 아이들과 길거리 청소 미화원을 하면서 사는 이야기였다.

새벽 5:30분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길거리 청소를 나갈 때면 스쿠터를 타고 이 겨울 추위에 완전무장을

하고 나갔다.

옆에서 보던 준서가 그 차림을 보고는 아저씨라고 했다.

요즘은 30대 초반의 나이를 가진 처녀들도 많은데 그 가냘픈 몸으로 길거리 청소를 한다는 것도, 세 아이의

엄마이고, 이혼을 했다는 것도, 또 참 아름다운 용모를 가졌다.

별 분장도 않한 얼굴은 눈도 컸고, 코도 뾰족하니 남들이 성형한 것에 못지 않게 잘 생겼고, 몸매도 아주

좋았다.

아마도 요즘 세태의 마음 가짐이 아닌 그 마음씨에,그 근면함에, 그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인간시대에

나올 수 있게 하였으리라.

 

혼자 사시는 친정 아버지도 길거리 청소 미화원이었던 모양인데, 언니와 아버지를 찾아가서 좋아하시는

국수를 장만하면서 반찬도 장만하고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어릴적에도 엄마가 없어서 고생하고 컸다는데, 그의 세 자녀들이 장성하면 좋은 날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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