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준서에게 받은 휴가

이쁜준서 2007. 1. 25. 23:37

지 엄마를 따라 간 준서를 엄마가 연수가 있어서 내가 가서 같이 있다 온지가 6일째이다.

왜 그리 하루 하루가 잘 가는지 모르겠다.

준서 엄마가 멀리 있어서 주말이라고 데려 갈 수도 없고, 준서가 잠들지 않으면 항상 아기는 내 옆에서

놀아야하고, 어디든지 데리고 다녀야 했으니 오랫만의 휴가이다.

할 일이 태산처럼 많은데, 쉬라고 그런지 준서네 집에 있을 때 거실(마루) 에서 심하게 넘어져서 집에 와

침을 맞고 있다.

왼쪽으로 어깨부터 엄지발가락까지 골고루 부딪혀서, 한꺼번에 다 맞지도 못하고 상체를 먼저 하채는 상체가 끝난 뒤에 한다고 했다.

침 맞은 어깨가 은근히 아프다.

 

내가 휴가라고 친구들은 영화를 보자는 사람, 도매시장을 가자는 사람, 식사를 하자는 사람, 다 사양했다.

시간을 잡아 먹는 것은 내게는 다 일이다.

그동안 숯가마에 한 번 갔었고, 꼭 챙겨야 할 한 사람을 챙겼고, 병원, 한의원 들락 거리고 그랬다.

5일 있으면 준서가 오는데, 아직 침도 더 맞아야하고, 왜 그리 시간은 잘 가는지 모르겠다.

 

준서가 오기 전에는 주말이면 팔공산이나, 앞산이나, 가야산을 다녔다.

해가 긴 초 여름에는 간혹 팔공산 정상에서 갓바위 쪽으로 넘어가면 빠른 걸음이 아니어서 한 7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날도 있었다.

앞산에도 청룡산으로해서 수박골로 내려 오면 6시간 정도 걸리기도 했었다.

산악회에 등록해서 가 보면 가기는 여러 곳의 산으로 가지만 길이 멀어지면 정상에는 오를 수가 없었다.

그냥 산오르기가 좋아서 친구 몇명과 다녔다.

준서가 오면서부터는 내가 갈 수가 없었고, 재미가 없다면서 친구들도 가지 않아서 미안할 따름이다.

 

준서 밥 먹었니? 쉬야는 바지에 하지 않았니? 칭얼대지 않니?

준서엄마가 내게 준서를 맡겨 놓은건지 내가 준서를 지 엄마에게 몇일 맡긴 건지 말로는 휴가라면서

하루에도 서너번은 전화한다.

준서는 심심해서 칭얼대지만 그래도 엄마랑 아빠랑 여기 살거야라고 한다는데 말이다.

항상 지 엄마, 아빠를 지하철 계단 앞에서 이별했어도, 울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울 것 같다.

꾀가 들었고, 말을 하니 엄마랑 있던 집을 생각할거고, 가자고 하면서 울 것 같다.

노는 뒷 모습이 때로는 애처롭기도 했는데 엄마를 찾으면서 울면 어떻게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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