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여자들은 참 간단하데요. - 어느 아흔 하나 할아버님의 말씀

이쁜준서 2016. 3. 7. 21:44


비슬산



오늘은 만난지 11년차인 친구들과의 모임에 다녀 왔습니다.

서너살까지의 아기 손주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은 손주 사진이 담긴 스마트폰을 서로간 내어 놓고, 자기 집에도  이쁘고 이쁜 손주들이

있는 할머니들이 아기 사진을 처음 본 사람마냥 이쁘다고 이쁘다고 노래처럼 합니다.

이 친구 손주 사진을 보아도, 저 친구 손주 사진을 보아도 집에 있는 우리 손주가 생각나면서 아기들이라면 다 이뻐서 죽고 못살

정도로 야단을 하지요.

그런데 오늘 만난 친구들 중에는 나이차가 많아서  아들이 이제 군복무 제대를 한 친구도 있고, 그 중에서는 준서가 제일 큰 아이이고

친구들 나이차 나듯이 손주들 나이도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이 모임에서는 손주 자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할머니들 속성 이바구이구요.


그 중 한 친구는 평생을 까다로운 남편 성격 맞추어 주고, 까다로운 입 맛 맞추어서 음식하느라고 힘이드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게  남편 맞추어서 살다가 몇년 전에 허리 수술을 했었고, 지금도 편히 앉는 것이 힘이 드는 사람인데,

수술을 하고 운동처방을 받아서 운동을 2년간 하면서 몸이 많이 풀렸고, 지금도 꾸준하게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여전히 앉고 서고 할 때는 몸을 조심하는 사람입니다.

허리 수술 하기전부터 해 오던

붓글씨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꾸준하게 하러 다니는 사람입니다.

올해가 붓글씨 공부 한지 7년차라 했습니다.


그 붓글씨 교실에는 아흔 하나이신 남자 어르신이 계시는데, 글 쓰시는 것에 욕심도 없으시고,

오시면 딱 2장 글을 쓰시고는 점심 먹고 오후에는 언제나 가신다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오후에는 무엇을 하시느냐? 빨리 집에 들어 가시면 심심하시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마눌이 내게 짐이 않되려고, 요양 병원으로 자기 스스로 가 버려서 오후에는 마눌에게로 가서

같이 놀아 주고 집으로 가서 저녁 식사 찾아 먹는다 하시더랍니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집 청소를 하고 하는 집안 살림은 다 잘 할 수 있는데,

밤이면 너무도 쓸쓸하다고 하시더랍니다.

딸 자식들이 반찬을 가끔씩 해 오기도 하고, 내가 반찬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내 마눌이 해 주던 그 음식의 맛은 이제

내 평생 못 먹을 것이 되었네요라 하시더랍니다.


여자들은 참으로 간단하던데요.

자기 손으로 살림 전처럼 다 못 하겠다 싶으니,요양병원으로 가 버리니 그 사람이야 삼시 세끼 뜨신 밥 얻어 먹을 수 있고,

같이 입원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살고 있고, 또 손발 자유로와서 마음대로 병원내에서 마실 다니고, 외로운 것도 없던데 

나는 혼자가 되어서 병문안도 가 주어야 하고, 저녁이면 외롭고 쓸쓸하고 그렇다 하시더랍니다.


친구가,

그 말씀을 듣다가, 갑작스럽게 머리에 돌을 맞은 듯 맘의 충격이 와서 또 맘 한가지 내려 놓으니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아졌다 했습니다.

그래 내 남편 그 까다로운 성격, 까다로운 입맛 맞춘다고, 이렇게 몸이 아퍼도 그 수발 다 들었는데, 언제 면하게 될까?

하고 속 눈물 흘린 적도 있는데,

그렇게 살다 어느 날 내 몸 건사도 못할 정도가 되면 음식하는 것, 살림살이 하는 것 한 순간 손 놓게 되는 것을,

그 중 어느 날 더 입맛에 맞은 음식 해 주면 남편이고, 딸이고 입이 귀에 걸리는데,

어느 한 순간 그렇게 손발 묶어 놓은 듯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나마 해 줄수 있는 것도 또한 행복이라 싶더라 했습니다.


그 날은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서 집에 올 때 해물 넉넉하게 사 오라 했고, 그 사온 것으로 해물찜을 해 주었더니

남편도 딸도 입에 귀에 걸려서 먹더라 했습니다.

그래 내 솜씨 부려서 음식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 주자 그것도 행복이라고, 준서할미는 충분하게 수긍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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