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윤활유 같은......

이쁜준서 2012. 10. 18. 08:55

들에 김장 채소가 가뭄에 물이 없는 곳은 키는 자라지 않고, 작은 속 잎만 식구 늘여 놓았는데,

가을 채소라서 그렇지 이 가뭄에 봄  채소라면 여려서 하마 고사 했을 정도의 가뭄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 김장채소는 청석 땅이고, 다행스럽게 근처에 물이 있어 자주 가서 물을 주는데도

다음번 물을 주러 가면 시든 모습이다.

아예 물을 주지 않은 것은 커지도 않고, 생명을 식물 스스로가 어느 정도까지는 유지하고,

물을 자주 주는 것은 자라면서 또 물이 모자라면 곧 시들기도 하고,

식물도 생명이라 스스로가 조절을 하는 듯 하다.

 

 

수기님 댁 채전 밭

 

집수리 할 일이 있어 2층에서 일을 하는데, 그 옆 가구에서 고구마를 주었다.

친정에서 얻어 온 것이라면서 고구마가 너무 크다 하면서 준 것인데, 그 중 작은 것으로 골라서 준 듯 했다.

고구마는 생각지도 않게 들어 온 것이고,

도기냄비에 아주 작은 불로 맞추어 놓았고, 타임을 맞추어 놓았더니  고구마는 저절로 익어 있고,

정말 요긴하게 맛나게 먹었다.

마침 전날 나박김치를 담구어 놓은 것이 있어, 김치는 준서할미가 담았지만 그 또한 요긴 했다.

 

 

박꽃

 

옆 집에 신축공사 중이라서 여름내내 시끄럽고 먼지에 시달려 왔는데,

세멘트 몰탈이 필요해서 조금 얻으러 갔다.

저녁 무렵이라

하루 공사는 마칠 때가 되었는데, 세멘트 가루를 본드액에 넣어 섞어 놓은 것인데, 한 통이 남는다면서

다 가지고 가라고 했다.

공사 하는 마당에 푹 부어서 없애야 하는 참이고, 우리 집 마당에 작은 화단이 낮았는데 높일 수 있었다.

그 또한 요긴하게 사용 했다.

 

건축자재가 좀 필요 했다.

이웃 친구네 남편이 화물차가 있으니 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면서 필요한 양을 계산하더니 또 사다 주시고

연장도 다 빌려 주셨다.

한번도 않 해본 일이라 조금 걱정은 되지만, 준서외할아버지 손으로 하는 일에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힘이 들지만 하다보면 이번 참에 엄두도 내지 않았던 일을 배우게 될것이다.

그 또한 이웃의 윤활유 같은 인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호의로 배푸는 일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구마 몇개가 점심이 되고, 그 인정에 등 따뜻해 지기도 하고

세멘트 몰탈을 너무 많이 개어서 하루 일과는 끝나가고 부어 버리고 통은 내일 쓰야 해서 씻어 두어야 하는 것이긴 했고,

준서할미는 미장칼로 조금 얻어 오면 될 일을 엉뚱하게 얻게 되어

마당의 작은 화단을 벽돌로 높이게 되긴 했지만,

 

 

 

무겁다면서 댁이 어디냐?고 들어다 드리겠다시던 준서외할아버지보다 연세가 높아 보였던 분의 인정이

윤활유 같았던 것이다.

들고 오기야 준서할미가 요령껏 들고 왔고, 사용하고 통을 씻어서 현장에 갖다 놓았지만.

 

 

사람 품을 사서 하던지, 아니면 그 과정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이어서 준서외할아버지 일거리를 만든 것이긴 하지만,

친구 남편 내가 가르쳐 드린다면서 재료 사 갖고 와서 영수증 보고 계산하자면서

씽~하니 차 몰고 가서 재료 사다 준 인정도 맘 따뜻하게 해 준 일이였다.

 

밤에 출근하러 가던 젊은 아기 아빠는  마당에 올릴 물건들이 버겁다 싶었는지 올리는 일을 도와 주고 갔다.

이번에는 준서할미가 받는 입장이었지만,

준서할미도 그렇게 하고 지낸다.

굳이 노력한다고 표현 하지 않는 것은  그냥 눈에 보이면 맘이 그렇게 되기에

 

일이란 할 때는 힘이 들어도 해 놓고 나면 뿌듯한 기쁨이 있다.

그래서 준서할미가 늘 일을 만들고 살기도 하고.

 

예전 시골에서의 인심과는 다른 현대이고 도시이기는 하지만 단독주택은 그래도 인정이 살아 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 보관  (0) 2012.10.21
새벽 잠을 깨어서  (0) 2012.10.20
작은 끈이라도 있어야 만나게 되는 관계  (0) 2012.10.14
고구마 2012년  (0) 2012.10.14
2012년 농사 -풍작과 흉작의 모습들  (0) 201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