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새벽 잠을 깨어서

이쁜준서 2012. 10. 20. 05:35

몸이 일을 해서 무지 고단하면,

잠 자는 자리는 춥지 않을 정도로는 않되고,

연탄불에 달구어진 구들장의 따근따근하고 지글지글 끓는 듯 한 것이 제일 좋지만,

그 시절은 훌훌 지나가 버렸고,

 

전기요를 깔고 따근하지 않지만 따뜻한 잠자리에서라도 잠을 자야 합니다.

몸이 고단해서 일찍 잠들었더니, 새벽 4시에 잠을 깨었습니다.

 

예전 준서할미가 어린이였던 시절, 부산에는

이 이른 새벽 시간이면

재첩국 사이소~오, 재첩국 사이소~오 라 외쳤지요.

그 시절에는 국물에 뭣을 섞어서 뽀얀 국물을 만들지도 못했는데도, 재첩국을 끓여 투명한 뽀얀 국물이

재첩조개도 제법 많았고 정말로 시원하고  아무 다른 것으로는 조미 하지 않았는데도 그 감칠 맛이라니.....

정말로 그 시절 그 맛대로 한번 다시 먹고 싶어집니다.

도시에서는 종량제 쓰레기를 거두는 차가 지나갑니다.

 

한옥에 살 때는 시어머님께서 늘 새벽에 일어 나셨지요.

토속신앙을 종교처럼 믿으시던 분이시라,

세수 하시고, 몸 정갈하게 하시고, 비록 수도물이지만 그날의 새 물 받아서 조앙에 한그릇 바치고 ( 조앙은 부엌신)

마당에 나가셔서 동서남북으로 절을 하시고,

마당, 집으로 들어 오는 골목길 비질도 하셨지요.

 

시부모에게나 남편에게나

제대로 대접은 받지 못하셨어도, 지극하게 섬겼던 세대분들이십니다.

그 분들은 세상 소풍 마치신 분들이 더 많으시고, 요양원으로 요양병원으로 가신분들이 반이고,

아픈 다리 무릎 관절 수술해서 그래도 노인정에 모여 들 계십니다.

 

이제 그분들이 살아 오시면서 겪었던 인생 고갯길을 준서할미 세대가 겪어면서 따라 갈 것입니다.

친구의 친구는 양로원 자원봉사를 가는 사람이라 합니다.

그러면서 혼자 시어머님이 계셔도 양노원 자원봉사 가는 횟수만큼도 찾아 가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합니다.

고향의 전답을 다 팔아 간 도시 자식들은 명절이 되어도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오지 않은 집들도 있다 합니다.

 

준서할미는 그래도 현역입니다.

준서외할아버지와 근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도 해 냅니다.

어제 한 일 중에는 정확하게 자로 재어서 칼날로 재단을  하는 일도 했습니다.

물론 준서할미도 힘껏 했지만, 모든 일에 주도로 준서외할아버지가 했고, 준서할미는 그저 보조일 뿐이었습니다.

준서외할아버지는 걷고, 뛰는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고단한 몸을 푹 늦잠이나 잘 것이니

잠은 새벽 4시경에 깨어 졌고, 

잠은 오지 않고,

추운 것이 싫어 양말 신고 얇은 목 토시 하고, 조끼 걸치고,

무 차 따근따근 한잔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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