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시치미를 뚝 떼고, 하늘은 쾌청 하기만 합니다.
도시 여인네인 준서할미는 뉴스로 보여 주는 참담한 태풍 피해 장면을 보면서 맘이 편하지 않으면서도,
기한을 정해 놓고 준서네로 와 있으니, 하나 하나 밀린 일을 해야 합니다.
체력의 한계가 있으니 그야말로 쉬엄쉬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침대에 깔린 봄 가을 덮고 자라고 해 준 누비 이불을 걷어 세탁기에 넣었고,
그 앞에 돌린 것은 삶는 코스로 속옷과 수건들을 돌렸습니다.
올 여름 특별하게 더웠던 날씨에 습기까지 있는 화장실의 곰팡이를 잡으려고 휴지를 비잉 돌리고 락스를 뿌려 놓았습니다.
바람이 잘 들어 오고 앞 뒤 문을 열어 놓았으니 락스 냄새가 잘 날아 가겠지만, 금방 씻어 내는 것이 아니고,
락스를 뿌려 두었으니
오늘은 냉장실 청소도, 오이 몇개로 썰어서 담아 줄려던 오이장아지도 내일 만져야 겠습니다.
그리고는 게르마늄 수저통을 락스를 뿌려 두었다 주방세제로 씻어내고, 식초를 탄 물에 수저를 삶아내고 그 물을
손잡이가 예쁘게 치장된 티스픈과 과일 포크, 과도를 스텐소쿠리에 담아서 손잡이가 아닌 곳으로만
뜨거운 물을 흘려 부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뭔가 허전 합니다.
단 음식을 싫어하는데도 커피 한잔에 작은 과자 한봉지 포장지를 뜯었습니다.
아마도 우리집이 아니어서 그렇지 싶습니다.
준서가 외갓집에 저 혼자 3주를 있은 것은 준서할미보다 더 나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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