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열무김치 담기

이쁜준서 2012. 8. 21. 06:30

 

이른 아침 5시부터 움직이기 시작 했다.

옥상 바닥에 퍼질고 앉아서 마늘을 까고, 현관 앞에 퍼질고 앉아서 열무김치 거리를 다듬었지,

다리 펴고 앉아 쉬는 시간은 없었다.

일 하는 중간 중간에 아침식사 준비를 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중간 중간 준서에게 간식을 챙겨 주고,

그 바쁜 와중에 월요시장에서 국산콩으로 기른 콩나물을 사게 되어 저녁밥은 콩나물 밥을 하고.

 

 

거의 고사 직전에 버려진 것을 건사해서 살린 인삼벤자민

 

식전에는 어제 뜯어 두었던 쇠비름을 옥상에서 삶아 널고, 화분에 물을 주고,

오전 11가 넘어서는 월요장으로 열무김치거리를 사러 갔다.

이맘 때는 열무김치를 잘박하게도 담고, 국물 넉넉하게도 담아서 먹으면 폭염에 잃은 입맛에도 그래도 밥 먹기가 좋으니,

폭염에 물기 많은 열무가 잘 자라지 않으니 품질이 좋지 않아도,

한단이나 두단을 사는 사람들이 비잉 둘러 섰고, 사람들이 비잉 둘러 선 곳은 어김 없이 열무와 얼갈이 배추를 파는 곳이 였다.

딱 두군데였지만.

 

열무김치가 제대로 맛을 낼려면

가시가 있는 열무라야 하는데, 열무가 반질반질한 것이여서 한 두단 담을 것도 아니여서 나오는데,

여러가지 채소를 가족 세사람이 파는 곳에 좋은 열무가 있었다.

아까 본 것은 2,500원이었는데,

한 단에 3,500원이었는데도, 가시가 있는 열무이고, 단도 충실했다.

 

 

이 선인장은 옥상 식구가 된지도 몇년이 지났지만,

역시나 버려진 것을 주워다 생명을 올린 것이다.

 

 

열무 7단에 24,000원,

얼갈이 배추 5단에 10,000원,

오이 10,000원,

생강 1,000원

열무김치 재료를 사는데 45,000원이 들었다.

김치는 김치통으로 3개가 나왔다.

 

준서네가 김치가 없고, 우리 집에도 준서할미가 없는 동안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열무 김치가 필요해서 많이도 담은 것이다.

열무김치를 이렇게 많이 담은 적도 없었고, 굳이 한단에 3,500원씩이나 하는 열무로 김치를 담지도 않는데,

저번에 준서네에 갔더니 김치가 없었다.

준서할미가 김장 때 보내주고, 시댁에서 두어통 얻어 먹으면 김치를 사서 먹어야 한다.

김치를 산다는 것이 마트에 가도 잊어 버리는지?

께름칙해서 막상 사지지가 않는지?

준서가 작년에 와서 하는 말이 김치가 없어서 눈물이 난 적도 있었다 했다.

준서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김치가 작은 조각으로라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김치를 좋아 한다해서 김치만으로는 밥을 먹지 않는데, 다름 반찬을 먹어도 꼭 김치는 있어야 한다.

열무김치를 담는데 양념거리, 젖갈등은 다 있는데, 김치거리 채소를 사는데만 45,000원이나 들이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오이 소박이를 길이대로 담아서 열무김치 담으면서 두켜로 넣었는데,

열무도 오이소박이도 어울려서 맛이 들면 좋은 맛이 날 것이다.

 

 

마늘, 양파는 집에 있고,

옥상에서 홍고추, 정구지(부추) 따서 다듬어 놓았으니 그렇지

다 사야 했다면 50,000원도 더 들어 갈 번 했다.

 

 

작은 포트에 심어진채로 고사 직전이었는데

이젠 생생하게 자라는 중,

위 세가지 식물은 준서할미가 좋아하지 않아서 사지 않았던 식물입니다.

친구들이 준다고 해도 받지 않았던 것들인데,

고사 하기  직전 버려진 것들이라 거둔 것입니다.

옥상에서 자랄 때는 문제가 별로 될 것이 없는데,

겨울에는 그것도 따뜻한 실내에서 떠억하니 자리를 차지할 것들이라 부담이 되는 식물들입니다.

 

 

 

다듬어 씻고, 절이고 씻고,

풀물도 많으니 끓여서 물에 담구어서 식히고,

양념 만들고,

김치를 담고 나니 밤 12시에 가깝다.

오늘 하루는 참으로 빡시게 일을 한 날이다.

 

몸은 물 먹은 해면인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그 밤에 빙과 하나를 들고 옥상에 올라 갔더니

실내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중이였는데, 자연 바람이 실내보다 더 시원했다.

 

2012년 8월 20일의 일을 8월 21일 정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