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다 싶었는데, 막상 할려면 절차도, 형편도 능력에 맞지 않아서 쉽고도 어렵다는 말을 하지요.
그런데 결혼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 아니고 -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준서할미 세대가 아가씨 적 시절에는,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어렵거나, 직장 일이 어려우면
시집이나 갈까? 라 그 때 아가씨들은 그렇게 말하기도 했지요.
그 시절에는 시집을 가면 직장생활을 거의가 접는 경우가 많아서 였지만,
막상 시집을 와 살아보니 시어머니 시집살이만 고추보다 매운 것이 아니고,
가정을 이루고 보니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맞추어 살아가는 것도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 덜 맵지 않았지요.
뭘 몰라서 시집이나 갈까? 했었지요.
그런데 우리 자식세대들은 시집을 가도 맞벌이를 하고, 부부 두 사람이 일 해서 막상 가져 오는 돈은 적은 돈이 아닌데도
나가는 돈이 워낙 많아서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절약하고 절약해서 집이라도 장만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고,
그러니 신랑감 보는 눈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집을 사 주는 것은 못 되어도 아파트 전세집이라도 얻어 줄 수 있고, 시댁 어른들이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고,
남편 되는 사람의 직장도 번듯해야 하고, 사람도 유머 감각도 있어야 하고, 키도 커야 하는 등등,
그런 신랑감을 찾으려 하니, 그런 신랑감은 또 그 신랑감 자기의 능력보다 더 번듯한 능력과 외모를 지닌
데라빠진 넘들은 처갓집 경제력까지 염두에 두고, 아가씨를 찾는데,
모든 조건이 어느 정도라도 만족할 신랑감은 어렵습니다.
시집가서 고생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면서 나이가 한해 한해 차서 그러다 보면 마흔 고개가 보이게도 됩니다.
연애따로 결혼따로 라면서 요즘 아가씨들 연애를 했다고 결혼을 꼭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친구 아들은, 즈그들끼리 결혼 약속을 하고 다른 지방에서 인사하러 왔을 때, 보아 두었다는 전세집이 버거워서
우선은 좀 낮추어 얻으라고 했다는데,
생글생글 웃고 갔는데, 그 담날로 그만 만나자 했다는 집도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에 장가를 못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즈그들끼리 연애를 하면 그래도 좀 나은 편이긴 합니다.
이상은 여자의 입장이고,
튜립꽃이 화려 하고 더 눈길을 확 끕니다.
그렇다고 가꾸지 않고, 들에 핀 풀꽃인 제비꽃이 덜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다고 곧 행복의 척도는 아닙니다.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단 결혼을 했다하면 많이 벌건 적게 벌건 자기 번돈은 자유롭게 쓸 수 있었는데,
돈은 벌어도 정말 쥐꼬리만한 용돈만 얻어 쓰야 하고,
술값을 좀 과하게 쓰면 과장되게 이야기 하면 아내에게 된통 혼이 나야 하고,
(준서할미 세대들은 술값으로 결혼예물로 받는 시계를 빼주고 와도 군말 없이 그 돈을 주었지요.
그런 경우가 한두번이었겠습니까?)
맞벌이를 하다 보니 집안 일도 같이 해야 하고,
우리세대는 집안 일 거들었던 것이 있어, 결혼해서 하나 하나 배워 가면서 음식도 잘 하게 되었지만,
우리 딸 세대들은 고등학교 때는 대학입시 공부 하느라고 집안일 못했고, 대학생이 되었어도 집안 일 할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혼을 하고 직장 생활하다 보니 늘 주는 음식만 먹고 지냈으니, 음식을 잘 할 능력도 없고, 시간도 없어,
자기 엄니 음식처럼 집에 들어 가면 따끈따끈한 음식 얻어 먹는 일이 잦은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고보니 부모님도 손주라고 보아 주시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으로 맡겨 놓고, 아이라도 아프기라도 하면 아내는 눈물 바람이고,
아내가 직장일로 아이를 데리러 갈 형편이 못되는 날은 부랴 부랴 아이를 데려와야 하고,
자기 엄마는 손주 몰라라 하시니, 내 딸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외손주 키워 주시는 장모님께는
기가 죽어 기 죽는 것이 아니어도 늘 미안스럽고,
이건 결혼을 해도 행복 시작이 아니고 고생 시작이기도 합니다.
준서외할아버지는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과 견해가 다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여자들이 결혼해서 고생 하느니, 혼자 산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앞으로는 남자들이 자유 없고, 힘들어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합니다.
준서외할아버지가 정말로 그렇게 될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닐겁니다.
친척 조카들 중 학력이 고졸인 아이들이 장가를 못 가는 것을 보고 속 상해서 그러는 것일 겁니다.
친척 조카 중에는 고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아도 아주 성실한 사람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나온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총각시절 잡화 도매상회에서 장사를 배워서 차 한대 사서 중소도시나,
동네 작은 슈퍼에 물건을 대겠다고 준비를 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대형마트가 생기고, 그 장사를 하다 접었지요.
그 다음 시작한 것이 약재를 달이고, 과일즙을 내는 것을 했는데, 처음에는 좀 괜찮다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니
또 접었지요.
그러다 자동차 도색하는 기술을 배워서 기술자로 일을 하고 있고,
아내는 남매 아이들은 시댁에서 키워 주셨고, 백화점 옷코너의 점원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잘난 사람만 찾을 것이 아니고, 사람 됨됨이를 보고 서로 노력해서 이루어 가면,
그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 부부로 만나 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에 큰 애로가 없으면 부모님들도 손주들을 거두어 주어야 한다 싶습니다.
자식들 세대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손주들도 한창 자랄 때 먹는 것도 제대로 먹여야 하고,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겨 두고
어찌 따뜻한 사랑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겠습니까?
오죽하면 준서외할아버지가 앞으로는 남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때가 온다고 했을까요?
이 글을 쓰면서 우리 딸도, 우리 사위도, 우리 준서도 생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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