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요즘아이들

이쁜준서 2012. 3. 3. 23:26

준서할미가 첫아기 준서에미를 임신하고,

다섯달이 넘어서부터는 하루 하루 불러 오는 배를 하고는 남의 앞에 서기가 참 부끄러웠다.

그 때는 70년대라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골목으로 난 작은 창으로 긴 막대를 넣는지? 는 몰라도

벽에 걸린 옷도 걷어 가던 시절이었다.

갓 설흔인 준서외할아버지 친구가 일을 하고 왔더니 입고 벗고 하는 바지를 봉창으로 걷어 가버려서 입을 옷이 없다면서

우리는 결혼을 했으니 그래도 바지가 넉넉할 듯해서 옷을 얻으러 왔다.

 

친척들이 오시면 어쩔 수 없이 인사하고 식사 챙기고 해도 앞에 서는 일은 삼가하는지라

8개월 들어서는 젊은 남편이었던 준서외할아버지 친구는 우리 집에 오는 것을 삼가했고, 친척들이 와도

시어머님께서 다 하시고 우리 방에 있기도 했었다.

요즘 사람들은 만삭인 모습을 사진관까지 찾아가서 혼자서도, 남편과 둘이서도 사진을 찍기도 하던데,

왜 그렇게 남 앞에 서기가 부끄러웠는지 모르겠다.

지금 준서할미 시선은 어쩌다 길이나, 전철에서 보게 되는 임신 중인 젊은 댁들이 참으로 이쁘더구만.

 

요즈음 사람들은 다 태교를 하는데,

동화책도 엄마, 아빠가 읽어주고, 좋은 음악도 들려 주고,

우리 때는 별 다른 태교가 없었다.

그저 종이장판 방바닥에 앉을 때도 종이가 겹쳐진 곳에 앉지 않고, 종이 한중간에 앉고,

과일도 벌레 먹은 것, 반듯하지 않는 것등을 먹지 말라 했고,

누운자락 아기들이라도 머리 맡으로 다니지 말고, 발채로 다니라 했고,

누가 싸우는등의 험한 꼴은 비켜 다니고, 화를 돋구고 큰소리로 싸우지 말라 하셨다.

 

 

그 물자도 귀하고, 먹는 것은 더더욱 귀한 시절에 어찌 벌레 먹은 과일, 반듯하기만 한 과일을 먹을 수 있었을까?

준서할미의 입덧이라는 것은 아예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여서 딱 그 때 나오는 수밀도는 달콤하고 수분이 많아서 그것만

삼킬수 있어 상품으로 내지 못하는 것을 한 바구니 헐하게 살 수 있어 그 수밀도를 사서 성한 것도 먹고,

벌레 먹었는 것은 도려 내고 먹었었다.

요즈음은 태중에 있는 아기를 밖에서 태교를 시킨다고 동화책도 들려 주고 음악도 들려 주고를 하지만

그 때는 태중에 아기를 기르는 동안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선한 맘을 닦으려고 했던 시절이다.

 

 

태교가 중요하기는 하다.

밖에서 동화책을 들러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 주는 것도 좋고 중요하겠지만,

태중의 아기가 자라고 있는 엄마들의 마음 공부가 더 먼저이지 싶다.

 

 

배속에서 그 엄마의 미분, 적분의 강의를 들었던 아기가 다 수학을 잘 하지는 않을거다.

준서할미가 백일까지 준서를 돌보면서, 또 세살부터 4살까지 돌보면서 잠자리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 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잠 자는 동안에 좋은 음악만 좋은 것이 아니고, 들려오는 강약도 다르고 소리의 질도 다른 세상의 소리도

자연 그대로 잠결에 들어야 한다 싶어서,

좋은 음악을 들려 주는 날도 있었고, 그냥 잠 재우는 날도 있었다

 

사람은 사람과 사이에서 사랑도 배우고, 감성도 배우고, 또 지식도 배우게 된다.

그 상대가 각각이고, 또 각각의 상대에게 배우기에 더 다양한 모습을 볼 것이다.

 

오늘 TV에서, 어린이와 그 부모중 한사람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였다.

처음으로 참석한 7~8세쯤 되는 여아에게 알겠느냐?고 했더니 알겠다고 대답을 했고,

그런데 하나도 맞히지 못하는데라 어른 한명이 말을 하니,

생글생글 웃으면서 - 저는 여기서 같이 하는 것이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대답을 했다.

 

어른들이 보는 것은 경쟁에서 이겨야 재미가 나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싶었던 어린아이가 그 프로그램에 참석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동요의 가사가 그 어린아이의 맘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을 한다 싶었다.

 

 

한창 자라는 준서에게 바라는 것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똑똑함 보다,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눈치가 빠르지 않고, 어린이 답게 순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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