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보초병이 되다.

이쁜준서 2011. 9. 2. 13:27

아침 일찍은 날씨가 맑았다.

시집을 오면서 솜 이부자리 두채를 해 왔고, 맏집이다 보니 시동생들 가족들이 명절이면 와 하루나 이틀을 묵었다 가기에 설명절에는

이불이 다 나왔으나 난방이 잘 되면서 솜이불은 장 속에 잠자는 때가 더 많았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두 아이들이 함께 거처하는 방을 내어 주면서 솜 이불 두채를 솜 타는 곳에 갖고 가서

이불 세채를 새로 만들었다.

그러다 이사를 올 때 솜이불 한채만 가져 왔고,  지금도 겨울철에 식구가 많아지면 사용하기도 하기에 솜이불 한채는 갖고 있다.

 

큰 맘 먹고 솜이부자리 요와 이불을 장농에서 들어내고, 호청을 뜯어내다가 아예 이불은 두고 요는 속통까지 벗겨 내었다.

이불 속통과 요 솜을 머리에 이고 옥상에 가져다 널었다.

널어 놓고 내려와서는 세탁기를 돌리고, 요 속통은 비누물에 담구었다 손빨래를 했는데, 세탁기 빨래가 나오기 전에

하늘은 먹구름만 가득 해 졌다.

그래도 그 동안에 요와 이불을 한번 뒤집기 까지 했는데, 하늘은 점점 더 어두어 져서 욕심을 내다 솜에 빗방울 하나라도 맞힌다면

않되겠다 싶어 걷어 왔다.

 

   

빨래줄에는 이불빨래들을 해서 쭉 널어 놓고는 망창으로는 작은 빗방울은 보이질 않아 망창까지 열어 놓고

보초병처럼 하늘을 바라 본다.

혹여 비가 오면 옥상으로 줄다름질 해야 해서....

 

준서할미 새댁 때부터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 하기 전까지는 늦 가을이면 툇마루에 무를 사다 무 오그락지 만들려고 썰어 널었다.

깨끗하게 잘 말랐다.

메주를 만들어서도 짚을 깔고 툇마루에서 꾸덕 꾸덕 겉이 마를 때까지 손 보아 가면서 말려서,

짚으로 처마 끝에 달아 말렸다.

그랬던 날씨가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는 그 오르락지가 채마르기 전에 날씨가 흐려서 천천히 말라서 깨끗하게 마르지

못하기도 하고, 비가 와서 곰팡이가 피어서 그 많은 무 썰어 말리던 것을 두어번이나 버릴 수 밖에 없도록 날씨가 변해 갔다.

 

  

그 때야 단층집이 였고, 지금은 높은 옥상이 있는 집인데도, 옥상에 말리면 아주 잘 말라야 하는데도,

토란대를 사다 손질해서 말리다가는 비가 오거나 너무 흐린 날에 잘 마르지 않아서 또 버리기도 하게 되었다.

가을 일조량이 그렇게 적어 져 가는 것이다.

 

처서가 지난지도 한참이 지났고, 9월이 시작되었는데도, 하루 종일 먹구름이 낀 날은 많지만, 하루종일 햇빛이 반짝이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한동안 없었다.

오늘처럼 무엇인가 옥상에 말리려고 갖다 두면 노심초사 하늘을 보는 보초병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변했던 기후가 올 해는 기여히 일을 냈다.

6월부터 시작한 장마는 7월 한달도 점령을 했고, 기여히 전국을 돌아 다니면서 물폭탄을 퍼 붓고,  그 피해는 전국적으로

각각의 농가에 지대한 피해를 입히고 건고추대란을 몰고 왔다.

건고추가 귀하다보니 돈은 고하간에 모임에 가면

"고추 구했나?" 란 질문부터 하게 된다.

친구들 말을 들어 보면 그래도 어찌 어찌 고추는 다 구했는데, 5~10근 정도 줄여서 구했다고 했다.

고추값이 다락보다 더 높아서 건고추량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한다.

모두들 고추장은 담그지 않을 것이고, 김치도 고추가루를 적게 넣는 김치와 제대로 넣는 김치와 백김치로 담글 예정이라고 한다.

 

1960년대는 우리 경제가 국민들이 밥도 배 부르게 먹이지 못할 지경이어서

그 시절에는 100만원이라는( 화폐개혁 이전이나 이후 다 마찬가지로) 돈은 아주 거금이었다.

그 때는 100만원이 생긴다면 뭣을 할거냐? 란 물음도 있었다.

그 때는 자동차를 산다는 것도, TV를 산다는 것도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그랬던 100만원이

블벗님 한 분댁에서 태양초 건고추 50근 구입한 값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있던 나비들이 우리나라에서 보이질 않은 종이 많은데, 백두산에 갔더니 있더라 했다.

환경이 바꾸어져 온난화가 되고 그래서 북방계나비들이 북쪽인 백두산에서만 보인다는 것이다.

참나무들이 어떤 곤충으로 인해서 말라져 간다 했다.

온난화로 없던 곤충이 우리나라로 와 생긴 일이라 한다.

 

옥상에 이불을 널어 놓고, 깨나, 콩에 거풍을 한다고 널어 놓고 보초를 서고 있는 준서할미이지만,

이 바꾸어진 자연환경은 어찌 보초를 서야 할까?

이 크고 지속적인 변화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기에 그 환경으로 안정기가 되기까지는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준서할미 하늘보고 보초 서면서 또 덜컥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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