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간장, 된장의 맛

이쁜준서 2011. 3. 11. 08:58

예전 대대로 한 집안에 새 며느리가 들어 오면, 바로 장독을 관리하게도 하지 않았고, 도장이라 불렀던 곡식과 잡곡, 곶감, 대추등등의

먹거리를 넣어 두었던 남쪽에서는 도장이라고 불리우는 광이 있었다.

그 도장열쇠도 받을려면, 한 세월 지나가야 받았다.

도장열쇠를 받아야 시어머니가 부릴 수 있는 권세? 도 받았는 것이고,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장독관리는 시어머니를 따라 거들다보면, 직접 장을 담구는 것은 시어머니가 하셔도  해가 나면 장독뚜껑을 열어 놓고,

저녁이면 뚜껑을 덮고, 장독을 깨끗하게 닦고 관리하는 것은 도장열쇠를 받기 전에라도 며느리가 해 왔다.

 

준서할미는 시어머님께서 후하신 분이시고, 장독이래야 많은 것도 아니어서 늘 반들거릴 정도로 시어머님께서 닦으셨지만.

지금이야 설명절을 지나고, 첫번째 말날이 빨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으면, 두번째 말날에 장을 담지만,

시어머님께서 장을 담으신 것은 음력정월 초 사흘날에 어김 없이 담으셨다.

 

메주덩이를 만들어 놓고, 집안에 초상이 나면 메주가 변해서 그 메주로는 장을 담을 수 없다 하셨고,

간장과 된장에 틔가 생기고, 탁하면 그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하셨는데, 젊은 준서할미는 그 말이 늘 생경스러웠지만,

어른이 하시는 말씀이라 듣기만 했을 뿐이었고,

준서할미가 장을 담아 온 것도 근 20여년이 넘었는데도, 장에 틔가 생긴것도 없었고, 장이 맛이 없지도 않았으니

장은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장독을 놓으면 되는 것이거니 하고 살아 왔다.

 

어제 올해 일흔 둘이 되시는 친척동서분이 다치셔서 근 두달이 되었어도, 집안 일 하나도 할 수 없어 식사까지, 샤워까지도

시숙님이 하신다 해서, 이것, 저것 준비해서 갔었다.

우리가 남의 짐 음식을 먹으면 대체로 맛이 있다.

우리집 간과 양념이 달라서, 입에 익은 맛이 아니고, 새맛이어서 그렇다고 본다.

청국장 맛난것을 택배로 받아서 3Kg도 가져 갔기에, 된장도 우리것으로 조금 퍼서 갔다.

겨울에 된장키우기를 해 놓고 처음으로 떠 낸 된장이어서 준서할미도 실상 간도, 맛도 모르는 된장을.

가서 쇠고국을 끓이는데, 시숙께서 찾아 주시는 간장을 부어보니, 맛은 고사하고라도 딱 믹스된 거피를 탄 색이였다.

그 간장으로는 국이 제 맛이 날리가 없어서, 소금도 보태어 간을 해 국을 끓였지만,

 

우환이 있으려면 장맛부터 변한다고 했는데,

집안에 뒤수숭한 일이 생기고, 맘도 편하지 않으면 장독 관리를 철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하루 하루 가면서

장맛이 변하는 것이 아닐까?

그 간장을 국자에 따르면서 준서할미도 맘 닦고, 정말로 일상을 열심으로 살아야 겠구나로 겁이 덜컥 났었다.

 

동서야!

친구에게 매실도 얻어 먹었고, 간장도 얻어 먹었고, 된장도 얻어 먹었다 하셨다.

작년에 장을 담그지 않아서 간장은 드릴 것이 없고, 이 된장이 입에 맞으시면 전화하세요라 했다.

 


 

그 댁은 우리집과는 참 멀리 떨어져 있다.

버스간에서만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곳이다.

준서할미가 내릴려는데, 준서할미는 앉아서 왔고, 오후 다섯시 무렵이었으니 버스가 복잡했고, 준서할미 옆에 내내 서 계신 분도

함께 내리게 되었다.

준서할미 짐이 한쪽은 4Kg이 훨씬 넘었고, 다른 한쪽도 2Kg이 훨씬 넘었으니 보기에도 딱해 보였는지 한쪽을 들고 내려 주겠다 하셨다.

그런데 그분도 예쉰에 가깝게 보이는 분이셨고, 호의로 짐을 받아 들고 버스에서 내릴려면 힘이 들겠다 싶어 짐을 드릴 수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너무 짐이 무거워서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 인사만 드렸다.

내려서는 택시를 타고 들어갔고.

 

앞으로 준서에미들이 노년이 되어 살아가야 하는 세월에는 준서할미처럼 그렇게 무겁게 짐을 들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을 것이고,

누가 무거워 보여 짐을 들어 주겠다는 사람이 없을 듯 생각된다.

60년대, 70년대 배고픈 세월을 살아 왔고, 엔간한 짐은 이고, 지고, 들고, 십리길은 보통이고 삼십리길도 다녔던,

우리 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보다는 몸도, 마음도 당차고 인정도 있는 것이다.

황토물을 먹인 누비천으로 된 개량한복에 조금 나오는 속옷도 그 빛깔이었고, 들고 있는 손가방도 황토물을 먹인 천으로 만든 것이였다.

점 잖으셨던 그 분의 복색도 특이했다.

그분께 그 인정 나눔에 고마움을 이 글로 남깁니다.

그런 인정도 우리세대가 끝이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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