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수다쟁이가 된 친구...

이쁜준서 2008. 12. 7. 05:23

남편으로 인해 어려운 세월을 산 친구가 있다.

갓 결혼해 같은 동네에서 살게 되어, 기추를 하게 된 친구들인데, 그 친구는 남편이 술도 과했고, 바람도 피웠고,

때때로 부부 싸움에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그렇게 어려운 세월을 살았다.

30여년의 세월을 그렇게 살아 왔다.

 

 

그 친구는 맘이 천심인 사람이다.

늘 그런 맘으로 살아서, 우리야 오랜 세월 같이 한 사람이지만, 일터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작은 직조공장에서 베를 짜면 그 직조된 베에 얼이 있나를 검사하는 작업 -검단이란 것을 하는 사람이라,

그 직조 공장이 돌아가는 한은 결근을 할 수가 없다.

아마도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에 나와도 손색이 없을정도의 기술을 가졌을 것이다.

처음 신혼 때는 70년대여서 누구고 다 같았다.

공무원을 하는 가정이나, 큰 회사에 다니는 가정이나,작은 공장에 다니는 가정이나,

그 친구의 남편은 용접 일을 했는데, 그 집이나 사는 형편이 다 같았던 것이다.

나라 경제가 좋아지면서 80년대를 살아오고, 90년대를 살아오면서 그 기추의

각 가정의 살림살이는 달라졌다.

 

 

 

그 친구네 남편은 직업을 도배하는 것으로 바꾸었고,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그 친구도 직조공장으로 일을 나가게 되었던게,

아마도 20년이 넘게,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매를 둔 자식 때문에 이혼도 할 수 없었고, 남편과의 생활도 그렇고, 자기 몸도 저러다 중병들면 어쩌나...? 라 우리가 걱정하게

되는 그런 형편으로 살아 왔다.

딸이 시집을 가고, 아들은 대학 졸업 후 객지에서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남편은 술에 만취되는 횟수가 줄어 들었다.

그렇지만, 이제 며느리을 보고,  사위를 본 다른 친구네 남편들처럼 마눌에게 곰살궂게 하는 그런 사랑은 아직도 받지 못한다.

사위가 어찌나 장모를 챙기는지, 혹여 싶어 매일 전화를 해 오고, 오면 싫다는 장모를 업는다 했다.

장인어른께 시위하듯 그렇게 대한다 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어느 자리에서고,늘 말을 듣는 사람이었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식당에 가도 늘 구워 주는 고기를 먹는

늘 한켠인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살아도 맘이 천심이라 그 맘으로 대접을 받게 되고, 직장에서는 그 기술로 대접을 받는 모양이었다.

 

 

딸이 지난달에 첫딸의 첫돐을 하고 그 달에 둘째를 출산하게 되었다.

재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할 것이라,병원에 있는 일주일간은  봐 주어야 하는데,

직장은 하루도 쉴수가 없고, 남편은 늘 술을 자시니,

그 첫돐을 갓 지난,아기를 맡길 수 없는 형편이었다.

어제 한달만에 만난 그 친구는 30여년을 보는 동안에 그렇게 수다스러운 모습은

처음이었고,

준서할미가 앉은 자리가 어중간하니, 고기도 자기가 다 구웠다.

자신감 있고, 수다스러워져, 지금 집에서 돌보는 만 13개월이 지난 아기 이야기를

그렇게 수다스럽게 했다.

그 외할아버지가 낮시간에 아기를 보면서는 술도 자시지 않고, 밥도 챙겨 먹이고,

데리고 동네를 다닌다 했다.

에미를 떨어져 와 할미가 직장을 다니니 할미는 나가면 손을 흔들고,

외할아버지는 나가면 꼭 따라 나갈려 하고,

 

 

외할아버지가 자고 있으면 언제 깰려나...? 싶은지 자주 자주 들여댜 보고 눈을 뜨면 얼굴에 여기 저기 뽀뽀를 한다 했다.

이제 만 13개월이 지난 아기가 낮시간 할미가 없으니 그 외할배를 에미대신으로 맘을 정한 것 같았다.

 

가시내 그거 때문에 내 웃는다. 웃기 싫어도 웃는다(남편이랑 마주 쳐다보고 웃기 싫은 맘이라는 뜻) 했다.

그런데 할미들과는 달라서 세세하게 할배가 보살피지 않으니, 아기가 스스로 자기를 보호하는 행동을 하는 모양이다.

저녁에 퇴근한 할미는 아기가 다칠세라 못하게 하는 일이 많고, 할배는 늘 데리고 나가고, 집에 들어오면 할배 자신이 힘이 드니

그냥 아기 하는대로 둘 수 밖에 업고, 할미가 가까이 가면 저를 제지하는 것이 많으니 밀어 낸다 했다.

이젠 추워서 집안에 있어야 겠지만, 동네에 나가 있으니 등하교 길의 초등학생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했다.

그런데 아기가 아주 예쁘게 생겼다 했다. 그러니 길에 나가면 초등학생 언니들이 아기를 보고 뛰어 오기도 하고,

그 동네의 인기 쨩! 인 모양이다.

 

 

복덩이 아기인 모양이다.

할배, 할미 부부간 쳐다보고 웃게도 만들고, 아기를 거두어야 하니 아기가 와 있는 동안은 할배가 술도 자시지 않고,

아버지에게 진저리 쳤던 자식들도 그 아기를 거두는 아버지를 맘으로 받아 들여가는 모습들이고,

복덩이 아기다.

늘 그 친구를 우리들은 염려을 했다.

퇴근해 와 아기를 거두다보니 코에서 단내가 난다면서 코, 입등에 물집이 생겨 딱지가 앉아 있고, 고단함이 배여나왔지만,

그래도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으로 보았다.

그렇게 자신감 있는 얼굴도 처음이었다. 

 

그 친구가 천심으로 살아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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