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세치아
준서외할아버지가 사자고 해 몇일전 샀다.
준서외할아버지는 처음으로 보았다 했으나,
오래 된 식물이라 값도 헐하다.
준서할미보다 한살이 적은 이웃이 왔다.
풋들깻잎 반찬을 했다면서, 일 하시는 분들 상에 놓으라면서 가지고 오후에 왔었다.(어제의 일)
30대 때부터 혼자 살아 왔고, 또 채소를 차에다 싣고 오일장을 돌며서 장사로 근 30여년을 살아온 사람이다.
커피 한잔 물을 끓일려고 부엌으로 들락거리는 준서할미와 말하는 중에 하는 말이 "희야 오늘은 좀 우울하다" 라 했다.
그러면서 거실에 두줄로 놓여진 화분들에는 녹색도 있고, 한창 꽃도 피어 있으니 우울할 때 저런 꽃이라도 볼 수 있으면 했다.
내가 아는 집들은 꽃들이 선물로 들어오면 결국은 나중에는 죽어버리던데, 희야집과 (텃밭을 같이하는 친구를 지칭하면서)
영래씨 집만 화분이 점점 늘어난다고 했다.
초여름에 애기부용을 꺾꽂이해 세 분으로 이식해 텃밭하는 친구를 하나 주고, 두 분을 키우던 중이어서 한 분을 주었다.
아무것도 없지 싶어 분 받침까지 가지고 가라고 했더니, 물받침이 있는 분받침이 하나 있다 했다.
작은 가지를 물에 담구어 뿌리를 낸 것이다.
50Cm 가 넘게 가지가 자랐고, 예쁜 3단꽃을 피웠다. 3단의 색이 선명하고 곱기도 하다.
어렸을 적 추석빔으로 엄니가 손수 바느질 해 주셨던 한복 색 같기도 하다.
그이도 내가 가는 병원에 갈 일이 있어 그이 화물차로 병원으로 갔다.
차에 앉더니 가방에서 한웅큼이나 되는 봉투를 꺼냈다 넣었다.
교회에 가 대화 중에 돈이 없어 초등학생 아들이 체육복을 사달라 해서 못 사주었다는 대화를 들으면 사주라고 돈을 주고,
이래 저래 딱하다 싶을 때 도와 줄려고 장사에서 떼어 놓은 돈인데, 요즘 운동하러 간다고, 일요일 말고는 교회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없어 1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재미가 없다고 했다.
돈도 벌고 싶지 않고, 뭔가를 해야 하는데, 딱히 열중할 일도 없고, 때때로 우울하다고 했더니, 친여동생이 하는 말이
돈을 벌어 언니자신도 좋은 옷도 사입고, 좋은 음식도 사먹고 그렇게 즐기는 것이 없어 그렇다고 하더라 했다.
언니 자신에게도 쓰고 남는것을 남을 도와 주라고 한다 했다.
남편이 취중운전으로 사상자까지 나오는 대형사고를 내어, 대학생인 아들 둘을 공부시키기 위해,이혼을 하고, 부산에서 하던
사업도 접고, 대구로 와 한7년간 주야로 일을 해 아들 둘을 대학까지 마친 사람이 갑작스레 외롭다 했다.
내가 왜 이렇게 객지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싶다 했다.
이바지 음식을 배울 때 알았는 사람인데, 그리 귀하지도 않으면서 아쉬운 것이 김장김치이고, 집에서 담은 간장과 된장이어서
나누어 먹던 사람이다.
지금도 노령을 준비한다고, 침술도 배우고 있고, 피부미용사 자격증 국가공인 시험이 올해가 첫해라면서,
필기는 합격을 했고, 실기시험을 준비중인 사람이다.
시험이 끝나고 12월에 운동하러 오겠다 했기에,운동하는 곳에서 그 사람 이야기를 했더니,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그렇지 자기는 하나님을 믿기에 외롭지 않다고 했었는데, 어제는 우울하다고 했던 것이다.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서로간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옷이 이쁘다, 머리모양이 이쁘다, 아니면 자식들 이야기, 남편들 이야기등을 하기에 할일 없는 말들 같아서 자기와는 맞질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요즘 즐거운 것은 운동하러 가 젊은 사람들의 하하, 호호 하는 것과 쾅쾅 하는 음악에 맞추어 춤 추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 했다.
고구마라도 삶아 가면 맛있다고 먹어 주는 사람들이 보기 좋다 하기도 했다.
외로움은 큰병이다.
돈 걱정도 없고, 건강하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버젓한데도 속으로는 주눅이 드는 것이 외로움이기도 할거다.
자기 돈을 내어 집을 고치는 공사일도 남을 믿지 못하기에, 자꾸 이렇게 저렇게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말을 바꾸는 행동을 한다.
일을 해 주겠다고 약속 된 일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했다.
지금도 건물 발수공사가 그렇게 걸려 있다.
같은 연배여서 그 외로운 맘을 다 알겠기에, 맘이 쨘~하다,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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