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필요 없는것들....

이쁜준서 2008. 11. 20. 01:49

 

 물푸레나무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자잘한 꽃이 사이사이에 피어 있다.

                                                                                                                                  위 나무의 꽃, 이 추워지는 계절에 필까...?

 

 

우리 집에는 냄비도 크고, 솥도 크고 큰 살림도구들이 많다.

처음으로 독일산 휘슬러 압력밥솥이 들어 와 유행처럼 퍼지더니, 알미늄으로 만들어진 풍년압력밥솥이 나왔다.

기제사 때도 우리 형제들과 종형제들이 몇몇 집이 오지만, 명절 때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기에 제일 큰것으로 샀다.

그 큰 솥의 한 가득한 밥도 모자라기에, 전기밭솥에 따로 밥을 더 해야 했다.

전기밥솥도 제일 큰거였다.

그 전에는 어떤 솥이였나 하면, 알미늄으로 된 솥이었고, 연탄불에 직화로 밥을 했었다,

마당 한켠에 알미늄 큰 솥을 걸어 놓고, 불을 때어  잔치 때 국들은 그렇게 끓였다.

그 때 그시절에는 집집마다 알미늄 솥이 층층이로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우리 생활문화가 발달하게 되어, 전기밥솥도 전기압력밥솥으로 바꾸어지게 되고, 직화로 하는 밥 솥도,

풍년 압력솥 말고도 여러 메이커 이름을 달고 솥이 나왔다.

결혼을 해 와 준서할미 손으로 시동생 2명, 시누이 1명 결혼도 시켰고, 또 결혼한 사람들도 처음에는 자주 왔었지만,

객지로 가기도 하고, 대구에 있다고 해도 자녀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우리 집에 모여서 밥 먹는 일이 평소에는 자주 없게 되었다.

우리 식구만 먹기에, 직화로 하는 압력솥의 크기가 작아지고, 또 아이들이 객지로 가고나니, 더 작은 압력솥으로 바꾸어 지게 되었다.

처음엔 전기 압력솥이 희한하게 밥 맛이 좋았는데, 한 2년 사용하고 나니 처음하고는 달라졌고, 전기압력솥을 사용하면,

전기사용량이 300키로와트를 넘게 되어 전기 압력솥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상 밥 맛도 직화로 한것이 더 맛이 있고.

 

묵은 살림이기도 하거니와, 모이는 집이고,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동서들이 김치를 우리집에서 담구어 가기도 해서,

일년에 몇번 사용하지 않는 큰 그릇들이 많은 것이다.

이사라도 가게 되면 버릴 그릇들이 많을 것 같다.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고, 사용빈도가 낮아 자리차지를 할것들이라서.

하나 하나 애착으로 장만했던 것들인데, 세월을 살다보니 필요가 없다란 것에 걸리게 된것이다.

 

준서가 에미집으로 가기 전에는 깔금하게 하고 살았다.

준서에미는 자잘한 것으로 꾸민다고 늘어 놓는 것을 싫어해 가구도 없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인데, 준서가 가면서,

택배 16개를 보낸 짐과, 그 후 준서용으로 책을 많이도 구입했고, 알게 모르게 준서의 물건들을 구입하게 되었다.

우리 준서는 색종이를 오려 놓고도 버리지 못하라고 한다.

준서 모르게 버려야 한다.

우리 생각에는 필요 없는 것이지만, 준서에게는 금방 놀았을 때는 다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 준서것은 아직은 필요 없는 것에 걸리지 않는다.

작아진 옷들도 다 중하게 보관하고 있으니까.

 

준서할미 냄비를 잘 태운다.

타임웟치가 벽에 걸려 있는데도, 잠시 있으면 가스불을 끌 것인데 잊지 않는다 해 놓고서는 냄비를 태우는 것이다.

그러니 제법 큰 냄비들을 사용한다.

적당한 냄비가 두개나 새것이 있는데 아까워 못쓰고, 큰 냄비를 사용한다.

그렇게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필요 없는 것이 될것이고....

큰 냄비 호박죽 끓일 때는 꼭 필요하다.

양쪽 불에 얹어 놓고 한참에 두 솥도 끓인다.

 

이렇게 큰 그릇들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지난 세월들이 생각나서 이다.

준서에미, 준서이모를 업고 다니던 시절에는 아이들이 빨리 빨리 커서 제 발로 걸어 다니면 좋겠다 싶었다.

동네 어른들 말씀이 그 때가 제일 좋을 때라 하셨다.

이제야 그 말씀의 뜻을 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