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처음으로 무당집을 간 것은 고등학교 때 친구집을 갔었는데, 집 앞에 대나무가 있고, 산 위 하꼬방을 겨우 면한 집의 안방임즉 한 방에
제삿상 같은 것에 부처님을 모셔 두었고, 부처님 뒷편으로는 그림(탱화)이 있었던 것 같다(부산이어서 산에 집이 많았다)
그 방에서 나는 향냄새에 우선 놀랐고, 그 분위기에 놀랐다.
그런데 결혼을 해 왔더니, 동네 시어머님 친구분들이 절에도 다니시고, 팔공산 갓바위에 기도하러 한달에 한번을 다니시고들 계셨다.
음력 초 사흘날에 갓바위로 기도하러 집에서 점심을 하시고는 대여섯명이 함께 동네를 나서시는데, 가시기 전 기도가 참으로 철저하셨다.
일단 음력 초하루부터는 멸치젖국이 들어 있는 김치도 잡수시지 않고,(찹쌀풀만 넣은 김치가 있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목욕재계를 하셨다.
공들 덜 들이고 갓바위로 가면 가다 뱀을 만나거나, 몸을 다치게 된다 하셨다.
그것만이 아니고, 구정을 쇠고 나면 일년 신수를 보러 몇군데나 다니셨다.
음력 10월이면 고사를 지냈고, 신주단지에 쌀을 햅쌀로 갈아 넣고, 작은 북과 요령으로 동동, 딸랑딸랑하면서 부엌으로, 마당으로
방으로 무당들이 비손을 하고 경을 읽고 그리했다.
음력 정월에는 산신제를 지내기도 했고, 음력 정월 보름에는 용왕제라고 물가에 가 제를 지내기도 하셨다.
준서할미는 새댁시절이었고, 시어머님 친구분들은 50대 초반이어서 그런 동네 분위기는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그러시던 분들이 60대 후반이 되시면서 한집 두집 신수 보는것을 그만 두면서 미신에서 놓여나셨다.
신수보러 가면 40대엔 50대가 되면 고대광실에 살거라 하고, 50대엔 60대가 되면 자식복 있어 복 누릴 것이라 했건만,
살아보니 갈 수록 태산인게 세상살이라면서, 여전히 절에는 다니셔도 미신을 믿지는 않으셨다.
연세들이 들어가시면서 큰 수술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자식들은 품안의 자식이었고, 며느리들도 세월따라 큰소리 내게 되었고,
그러다 한 두집씩 그 동네를 떠나 이사를 하게 되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일년에 한 두어번은 만나신다 했다.
이젠 준서할미 친구들이 딸, 아들을 결혼시키고 손주들도 보았다.
얼마전 초등학생일 때 남편이 저 세상으로 가고 남매를 키운 친구가 며느리를 보았다.
장가가면 내마음대로 못할터이니, 엄마 등산복 다 사드린다고, 갔었다 한다.
하도 돈이 많아 등산파카는 사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때 살것을.... 했다.
장가 가서는 나를 해주면, 저거 장모도 해 주어야 할것이고, 내 아들의 월급도 며느리 돈이 될것인데 라 했다.
그러면서 또 그랬다.
딸이 엄마 눈이 쳐지니 둘이 같이 돈 내어 수술해주자고 했더니, 비상금 다 찾았다면서 99만원에 얼마간 더 있는 돈을 찾아 누나를
주고 갔다 했다.
아이들 잘 키워 출가시키면 끝날 것 같았는데, 그 친구는 대구 자기집은 빈 집으로 남겨 두고, 구미 딸네 집으로 가 외손녀를 보살핀다.
6남매를 낳아 5남매가 성장한 친구는 지금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다.
내년 1월이면 남편이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 친구는 지금도 신혼처럼 살긴 하는데, 그동안 큰 수술을 세번씩이나 했고,
허리가 좋지 않아 늘 치료중이다.
그래도 그렇게만 살아도 편한 노년이다.
필공산
준서할미가 병으로 오래 앓지 않고, 자다 가기를 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오만인 것이다.
부부 서로간 하룻밤 사이에 가버린다면 남은 자는 그 허망은 어쩌라고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잘 한것 보다는 못한것이 더 많게 살아온게 대다수의 부부간 일 것이다.
정말 부부 일신으로 병간호도 해 보고, 희망도 가져 보고, 서로간 귀함도 아는 지극한 사랑의 사간이 필요한 것인데.....
그래야 남은 자도 가는 자도 한이 남지 않을 것인데....
우리 시엄니께서 늘 하시는 " 갈수록 태산이다 " 란 말씀은 만고 불변의 말씀이시다.
아무리 갈 수록 태산이라도 우리의 삶의 모습이 그렇다면 끌어 안는 수밖에 더 있으랴...
완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고운 모습은 뵈었지요.
그 고운 모습을 정말 이쁜 돼지님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보여 주셔야지요.
감기 조심하셔요. 투병중인 친구는 감기가 무서워 단독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늘 성원드리겠습니다.
그냥 준서할미입니다.
우연하게 블로그를 하게 되었고, 그 후 준서가 왔고, 준서에미에게 준서의 그날 그날의 모습과 하룻동안의 일을
보여 주려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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