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잃어가고 있고, 또 잃었기도 한.... 1

이쁜준서 2008. 11. 5. 00:16

사진출처  "나찾다 없거든..." (블로그명)  " 들꽃님" 방에서....

 

들꽃님 방에 갔더니 새로 문종이를 바르셨다.

아~하! 하고 오래 전 이맘 때쯤에 손시려가며 문종이를 발랐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 우리집은 안채는 오래된 황토벽돌로 지어져 있었고, 살다 새로지은 집은 반양옥이라 부르는 집이였다.

지금 우리들이 부르면 다 한옥집이라 부르지만, 황토벽돌로 지은 집은 애초 3칸 초가집이였다.

그 집으로 시집을 갔었고,참 오래도록 살았었다.

초갓집은 내가 시집을 갔을 때 지붕이 개량되어 있었다.

여름이면 시원했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정이 낮은 그런 집이였다.

 

애초 초갓집이였던 것은 문이 저 위 그림처럼 달려 있어서 문을 떼지 못하고 헌 문종이를 물을 뿜어 떼어내고,

반양옥은 미닫이라 문을 떼어내어서 마당에서 문종이를 떼어내고 다시 새 문종이를 발라, 마당에 세워서 문종이를 말리고

손가락으로 팅겨서 맑고 투명한 소리가 나면 다시 방에 끼웠다.

언제나 문종이를 바를 때는 손이 시릴 때 했었는데, 덜 추울 때 하면 좋을 것을... 했었다.

시어머님께 그렇게 배웠기에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세월이 흘렀어도 늘 그맘 때쯤에 문종이를 새로 발랐다.

 

저 얇은 종이 한장과 문풍지로 동지,섣달의 칼바람을 막아 주었으니 경이롭게 생각하면 경이로운 것이기도 한다.

저 한옥에 살 때는 안으로 문고리 한번 걸지 않고 살다 왔다.

그 시절은 그렇게 인심이 있었던 것이다.

 

편리함만 쫓아 살다보니 저런 정겨움과 지혜로움과 손가락으로 튕겨볼 때 나는 그 투명한 소리를 듣는 감성도 잃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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