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처럼
요즘 등산화 끈은 아주 조밀하게 짜여진 둥글고 묶어 놓으면 잘 풀린다.
준서할미가 묶은 등산화 끈이 그렇다는 것이다.
준서외할아버지와 같이 야산을 오르면서 가다 다시 묶기를 몇번 했다.
그런 얼마전 산에 갈려고 등산화를 신는데 가만이 있어 보라면서 끈을 묶어 주었다.
벗을때 끈을 풀지 말고, 이렇게 걸고리에서 빼고, 신을 때는 바짝 당겨서 걸고리에 걸어주면
단단하다면서,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아가 없으니 대신하나 " 라 하면서 계단을 먼저 내려 갔다.
젊었을 때 요즘처럼 같이 산을 올라가면서 자주 쳐다보았다면, 그 눈길에서 자유롭고 싶었을텐데,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노년의 나이를 말이다.
보호 받는 눈길이 싫지 않음이.
어제는 먼곳에서 택배로 드릅을 선물 받았다.
보내주신 분의 따뜻한 맘과, 그 자체만으로도 고급인 식재료라 그냥 살짝 데쳐서 찬을 만들기엔
아까웠다.
준서외할아버지께 맛난 음식을 해 주고도 싶었고.
오전 산행이 집에서 나서 집까지 돌아오기까지 3시간이 걸렸고, 갔다와 삶는 빨래까지 했고,
참깨도 볶았고, 생땅콩도 볶았고, 몸이 좀 고단했다.
어두워 질려는 참이었고, 땅콩을 볶는 중이었는데, 튀김 해 드릴까요? 했더니 그냥 먹자고 했다.
준서할미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힘이 들어보여서 하는 대답이었다.
튀김가루를 사와 (튀김가루를 조합하기도 귀찮아서) 드릅나무 순으로 튀김을 했다.
본래의 향은 많이 감해졌지만, 그래도 드릅순의 향과 바싹한 씹는 느낌! 그 색감과 튀겨진 모양!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행복한 저녁식사 였다
얼마전 부산에 갔을 때 칠순을 넘기신 이모님댁에서 1박을 했다.
이모님은 눈을 아껴야 하시고, 이모부님은 신문을 읽으시면서 여보~~~~ 또 여보~~~
설명을 하시면서 읽으셨다.
나이가 이렇게 많이 들고, 몸이 아프니 부부가 제일이다 싶다라 하셨다.
아들이고, 딸이고는 뭣을 부탁해도, 아니면 스스로 도와주어도 맘에 부담이 되는데,
부부간은 아무런 부담이 없다 하셨다.
자잘한 다툼과 자잘한 정으로 노년이 아름다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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