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사흘을 비가 내렸다.차겁고, 눅눅하고 그런 날씨가 서글픈 사람의 서글픔을 더 보태게 하는
그런 비였다.
겨울 가뭄이 오래 되어 자연에는 단비이기도 하다.
동네에 잘 가던 미장원이 이사를 가버리고는 친구와 버스를 타고 다른 미장원으로 간게,
3년이 넘었다.
그 미장원에는 쉰을 갓넘긴 원장1명, 머리 감기고, 풀고하는 시다는 원장의 친언니가1명,
미장원의 뒷일과 그 집의 식사와 밥을 책임지는 또 다른 언니가 1명, 미용사가 1명이 일하는
공장 같은 곳이였다.
그 집 식구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손님이 들기 시작하면
퍼머 머리 손님이면 원장이 롤을 말고,
염색과 코팅은 미용사가 하고, 때때로 퍼머머리 손님 롤 말기와 컷트만 하는 손님은 미용사가 하고,
중화제 바르고, 풀고, 감고는 원장의 언니가
모양 잡는 컷트를 할 때엔 원장이 하는 그런 코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언제나 서너명이 되고, 공장의 벨트가 돌아가는 것처럼 일하는 작으마한 미장원에서
머리를 해 왔다.
그 집엔 오래 된 손님들이 많아서 집에서 음식이 많으면 미용실로 가지고 오고, 그 미용실에서도
건빵이나 고구마(아주 작은것으로)를 삶기나, 부엌 담당인 원장의 언니가 나물전도 부쳐서 내오고
머리를 감고는 따뜻한 방에서 자는 사람도 있고, 참 재미난 곳이였다.
그러나 희한하게 그 바쁘던 것이 손님이 뚝 끊어지면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짬이나고, 그 시간에
그곳에 있던 손님들은 누구나 점심을 먹는다.
잔치국수일 때도, 수제비일 때도, 김치국밥일 경우도, 밥일 경우도 있는데, 그 집엔 한달에
쌀을 80Kg 이 든다고 했다.
손님들이 먹는 양이 그 중 2/3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얼마나 손님이 많은지가 짐작되는 그런 미장원이였다.
나이가 많아도 그 원장의 컷트 솜씨는 희황할 정도로 가위질이 자유자재 였고, 그래서 온 손님이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오고 그러니 그렇게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야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를 잡아야 하는 것이 불편했던 곳
이기도 했다.
준서를 데리고 있으니 준서를 데리고는 갈 수 없고, 준서에미가 오면 맡기고 두번 갈것을 미루다
한번에 하는 것으로 다녔다.
그랬는데 작년에 그곳에 미용사로 일하던 사람이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개업을 해 왔다.
준서를 유모차에 태워 다니기도 했고, 추울 때는 차를 타고 가고 그래서 준서의 메니큐어 전용
미장원...하하하...이 되기도 했던 곳이었다.
그 미용사도 고등학생의 학부형이기도 한 40대이다.
적당한 사람 구하기가 힘이 들어 혼자서 바쁘게 하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어제는 친구와 친구의 언니와 내가 함께 갔고, 중간 중간 손님들이 왔다 갔고,
맨 끝의 머리 컷트를 할 때는 밖엔 비가 오고, 우리 세명만 있었다.
그런데 세 사람의 머리 모양이 제 각각 조금씩 달랐다.
나는 앞에 수식어가 붙는 상고머리, 친구는 段 단발머리, 친구언니는 段 상고머리라 하던가?
정확한 이름은 잊었고, 아뭏턴 그랬다.
내가 왜 이글을 길게 쓰는가하면 그 미용사가 한달에 한번이상은 꼭 세미나를 다니고 있어 하는
말이다.
유행의 흐름을 알고 하니, 원체가 찬찬이 만지는 솜씨에 개업 할 때보다 컷팅의 기술이 늘어나는
것이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거다.
살아가는 자세가 그러니 날로 날로 발전이 있는 것이다.
아들이 고등학생, 중학생 두명이 있는데, 일을 마칠 때 쯤이면 중학생 아들이 미용실 문 닫으려
버스를 타고 온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와 같이 집에 들어가서는 엄마 밥을 채려 준다 했다.
밥도 그 중학생인 둘 째가 저녁밥을 챙긴다고 했다.
바르게 자란 그 아들들은 아마도 그 엄마의 본심으로 사는 모습에서 이심전심으로 전해진
심성이 자리 잡은 것일 테다.
어둠이 내릴 때, 비까지 오는 길을 우산을 받으며 왔지만, 와서 저녁을 준비하는 내내 기분이 좋아서
국도 끓이고, 찌개도하고, 두부부침개도 하고 즐거웠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를 먹이며..... (0) | 2008.01.25 |
---|---|
주방에서...... (0) | 2008.01.24 |
논고둥 잡기(어린시절 2) (0) | 2008.01.21 |
만두 (0) | 2008.01.21 |
어린시절 1 (0) | 2008.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