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어린시절 1

이쁜준서 2008. 1. 19. 06:51

내가 중학교 때는 외가에서 다녔다.

우리는 면소재지에서 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중학교는 군소재지에서 다녔고, 외가에서

다녔던 것이다.

외사촌 오빠가 있었고, 한살 아래인 외사촌 동생은 공부를 잘해 희망을 삼고, 부산으로 중학교를

보내게 되어 외사촌 언니는 밥해주러 부산으로 갔었고, 어린 아기 둘이 있었다.

닭을 카웠는데, 낮에는 풀어 놓으면 뒷집과 경계를 이룬 대밭으로 가 있을 때가 많고,

구 구 구 하면서 모이를 줄 때는 우르르 나왔다.

그 때까지는 우리나라의 토종 닭이 있었던 시절이라, 우리집에서 한마리 들고 온 닭은 토종 닭이라

몸통도 작고, 색갈도 더 못했고, 알도 작았다.

그러니 그 닭과 비교하면 그 때 외가의 닭은 몸통도 좋았고, 깃털의 색도 더 밝고 좋았다.

 미종이라? 했던가 수입종의 닭이었다.

시골에서 닭을 키우는 것은 물론 알도 받으려고도 했지만 한마리, 한마리 잡아 먹는 것에

더 치중되었던 것 같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도 잡아 준다는 그런 이야기만 보아도 말이다.

쇠고기는 설명절 때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밀도살을 해서 한모가지(한몫 한몫의 뜻) 를 가지고 오면

여러부위의 고기가 섞여 있었던 시절이었고, 돼지는 동네 잔치가 있어야 한마리 잡던 시절이니

육고기는 닭고기가 제일 만만했던 시절이었다.

 

집 앞에는 논들이 있었고, 우리 외가가 제일 앞 집이었고, 그 뒤로는 우리의 채전밭 뒤로는

쭈욱 밭이 있었고, 그 밭쪽으로 나가 언덕을 내려가면 철로가 있었고, 철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바다도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고래고기로 유명한 장생포 항구쪽으로 가는 철로였지 싶다.

가끔씩 대나무로 만든 낚시대로 바다쪽에서 고기를 잡아 오는데, 그 때의 이름이 꼬시래기라는

고기였고, 마당에서 손질 할 때엔 고기가 튀어 오르기도 했다.

울산이 공단이 되기 전의 모습이고, 마루에서 보면 비탈진 배 과수원의 배꽃이 필 때의 모습은

참으로 좋았던 동네였다.

그 시절에는 울산배라면 그 맛이 알아주던 시절이었다.

 

아침에 학교가다가도 논에서 물이 졸졸 흘러내리면 미꾸라지가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러면 학교 가는길임에도 잡아다 집에 갖다 두고 십여길을 걸어서 다녔다.

내 고향의 집은 집 앞 철로를(동해남부선) 넘으면 논들이 있고, 집은 동네이름이 아예 "밭가운데" 였으니

밭이였고, 집 뒷쪽으로 많이 올라가면 계단식 논을 지나 산으로 가게 되는 그런 곳이였다.

외가동네는 그 때도 전기가 있었는데, 내 고향은 내가 결혼을 해 인사드리러 갔을 때도 전기가

없는 그런 산골 동네였다.

 

그러니 외가에서는 장대같은 소나기가 오면 비와 함께 미꾸라지가 마당에 툭툭 떨어질 때가

있는 그런 곳이였다.

닭모이라고 구구하고 주긴하지만 그리 곡식을 자꾸 줄 수 있는 시절이 아니였고, 가만이 두면

어디에서 닭들이 헤집고 모이를 찾아 먹지만 닭 몸집을 커게 키우기 위헤 개구리를 잡아

주었다.

대나무를 길게 잘라 앞부분을 납작하게 해서 (칼질을해서) 오빠와 내가 논둑으로 다니면서

깡통 가득이 잡아다 주고 했는데 삶아주었는지 생것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먹고 자란 닭은 장닭은 장닭대로 암닭은 암닭대로 몸집도 컸고, 깃털의 색이 밝았다.

달걀을 모았다 가끔식 닷새장에 가지고 가면 알이 좋다고 빨리 팔리고, 그 중 내 닭 -토종닭-이

낳은 알은 언제나 끼워주는 알이였다.(하하)

 

그러고보니 구구 구구하고 불러 주는 닭모이엔 쌀겨, 보리겨에다 채소를 숭덩숭덩 썰어 썩어서

주었는데, 아마도 그 모이는 달걀의 노른자의 색갈을 좋게 했을것이다.

소풍 때(그 때는 원족이라했다) 두어개 �아갔던 달걀의 맛이 좋았던 것은 꼭 부족한 시절 때문은

아니였던것 같다.

항생제도 먹이지 않고, 자연에서 먹이를 먹었던 유정란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의 닭은 개구리도 먹었고, 어쩌다 죽은 뱀도 먹었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고둥 잡기(어린시절 2)  (0) 2008.01.21
만두  (0) 2008.01.21
"할미" 란 호칭(글에서 나를 할미라 불러서)  (0) 2008.01.17
같이 산책을 가.....  (0) 2008.01.16
얕은 야산이었지만 처음으로.....  (0) 200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