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봄은 화사하지요?
봄을 기다립니다.
도시에 살던 친구가 친정인 시골로 들어 갔다.
도시 집은 비워 놓고 1년 반정도 병원에 약 처방 받으러 오고 한번씩 왔다 갔다 하더니
빈 집인 채로 오래 두니 않 좋더라 하면서 도시 집은 세 놓고, 영 시골살이를 한다.
친구는 도시에서 다니던 교회에서 맡은 일도 했지만 시골로 갈 무렵 책임 있는 일은 나이가
많아서 정식으로 은퇴를 했지만, 누구나 하고 뭐던 잘 나누던 사람이었다.
시골에 갔더니 도시 자식들은 이제 된장을 가지고 가지 않고,
큰 항아리에 버쩍 마른 된장이 반 항아리 이상 있고 버린다 해서 달라 해서
자기 친정 집에도 빈 항아리가 큰 것이 있어,
콩을 삶아 갈고,
농사 지은 고추씨도 넉넉하게 갈아 넣고,
멸치 머리도 많이 갈아 넣고,
섞어서 된장을 뭉근하게 해서 담아 둔것이 있다고, 내년 봄에는 푹 익을 것 같다고,
교회 된장 없는 사람들 퍼다 주면 좋아 한다면서 자기는 그 많은 양의 된장을 퍼 내고 치대고 또 다시 항아리에 넣고, 허리가 아퍼서 해마다 수술을 하나? 하다가 또 참고 넘어가고, 하는 사람이다.
12월 31일날 전화가 왔다.
백내장 수술 어제하고 병원에 하룻 밤 잤는데, 의사선생님 오늘 보시더니 퇴원해도 괜찮다 한다고,
무오르락지, 고추장, 뭐 뭐, 하면서 동생들, 사촌동생까지 여덟집인가 나누어 주고,
양은 적어도 형님것도 담아 두었으니 다음번 도시로 나오면 그 때 가져다 주겠다 하면서
된장 이야기를 했다.
된장 너무 조금 주지 말고 그래도 꿀병에 하나 정도는 달라고 했더니,깔깔 웃는다.
지금까지 살아도 형님이 뭐 달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그것도 욕심내어서라면서.
그런데 우리 집 된장도 맛이 있는데 누구 집에 된장이 맛나다 하면 말은 못해도
속으로는 그 된장 조금 맛 보고 싶다란 생각은 늘 한다.
오늘은 내가 사는 곳과는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 몇년 전 농가집을 사 입주한 친구가 왔다.
막장, 어디서 얻었다는 옻된장, 깻잎 삭힌것, 감말랭이, ( 작년에 갔을 때 막장이 맛있다고 했더니)
감말랭이는 감 조각을 보니 대봉감 사서 두 아들 집에 줄려고 만든 것이지 싶은데,
뭐를 줄것이 없어서 자기들 먹을 양을 내가 축낸 것이지 싶었고,
일을 하는데 마침 노는 날이라 남편하고 기름을 짜러 가는 길에 들렸다 했다.
봄에는,
오늘 온 친구에게도,
반찬류 담아 놓았다는 친구에게도,
꽃 피는 식물들 챙겨서 보내 주어야 겠다.
컴퓨터 책상과 조금 떨어지 탁자의 칼란디바 화분의 녹색잎은 해가 질려고 밖의 빛이
약해지니 그 빛을 반사해서 윤기가 자르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