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사람의 맘은

이쁜준서 2021. 12. 25. 07:01

 

크리스마스 안부 인사를 드린다고 친척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다.

저녁 식사후 설겆이 중이시라면서,

처음 이야기는 허리가 탈이 있어 다리가 많이 아프다 하시는 건강 이야기,

많이 아프면 가는 병원이 있는데 주사는 맞고 주는 약은 먹지 않는다고 하셨고,

의지로 몸을 다스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텃밭은 야산에 있고,

집에서 나가 전철을 타고 마을버스를 환승해서 두분이 가셔서 농사랄 것도 없지만,

농사철에는 쌈채소, 풋고추, 파, 쪽파를 키우신다고,

6평 컨테이너 집에 아쉬운대로 점심도 간단하게 끓일 수도, 선풍기도 작은 냉장고도

누워서 쉴수도 있고, 공기가 너무 좋아 다녀 오면 머리가 가쁜 한데

올 가을에는 다리가 너무 아퍼서 몇번 못 가셨다고.

이제 연세 90을 바라보는데 의사도 그냥 아프면 와서 주사 맞으면서 그리 지내라 한다고.

 

3남매에서 다섯 손주를 보셨는데, 

공부로는 제일 제일 기대를 했던 손녀가 누구나 감히 바라보는 대학에 1차는 합격 했는데 과락으로 떨어지고,

적당한 대학을 입학을 했는데, 자기 적성에 맞지 않다고 꼭 대학을 졸업해야 하느냐면서, 대학은 끝내고,

외국에 공부하러 떠난다 했는데 코로나로 발이 묶이고 집에 있다고,

아주 똑똑하고 자기 주도적인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대학을 그만 두고 또 외국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에 참 맘 아펐다 했다.

그 아이는 외사촌 고종사촌간인 외사촌 남자 동생과 여섯살에 같이 밥을 먹게 되어도,

동생이라고 생선 가시를 골라 밥 위에 얹어 주던 심성의 아이였다고.

괜찮다고, 

이만큼 인생을 살아 보니 자기가 행복한 그런 삶을 살면 된다 싶다고,

그 연세에 목소리도 젊으시고 말씀 하시다가 한번도 멈칫하는 것도 없이  30분이상 통화를 했다.

 

내가 준서를 데리고 있을 때, 하루하루 늘 배워가는 것이 아기들이라,

3살, 4살 아기의 말은 직관적으로 감성적으로 하는 이야기라 너무도 탄복을 하게 될 때가 있었다.

정말로 똑똑하다고 하면, 남편은 커 봐야 안다고, 아기때는 다 똑똑하다고 이야기 했다.

둘째네 집에 코로나가 있기 전까지는

명절 때마다 왔다 갔고 , 우리가  가면 한참을 있다 왔고,

올 봄에도 다녀 왔다.

산후구완을 6개월정도 했기에 그 때 아기를 품안에 많이 안아서 그런지 떨어져 있는 기간은 길고,

만남은 잠깐인데,

아기는 나를 기억하는지 하루 쯤 얼굴만 익히면, 엄마가 없어도 밥도, 잠도 나하고는 엄마 찾지 않고 잘 지냈다.

아기 아빠는 밥은 저가 먹여 주어도 되는데 잠은 엄마가 없으면 칭얼거리는데,

저하고 않되는 것도 어머니와는 된다고 했다.

시어머님과 통화에 우리 아이들 안부 물으시면 아기 이야기를 하면,

아기들이(조카들이) 에미를 좋아 했고, 에미가 아이들에게 잘 해 주었다 하셨다.

 

친척어르신께서 기대를 할만큼 손주들은 똑똑 했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거나 대학생이거나 하다고,

우리 모두가 다 겪는 것이지만 아기들이 자라고 또 청소년이 되고, 대학 입시가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자라면서 특별하게 그 자람에 힘이 들기도 하고, 어릴 때와는  기대와는 다른 현재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던 자기가 행복한 삶이면 되겠더라 하셨다.

 

이제 우리 노년과 노인들의 문제이다.

숙제는 풀 수가 없으니 현실은 성적표일까?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노년도 노인이 바로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람의 맘은 그냥 훌훌 현실과 지난 날로 마음껏 넘나든다.

나는  오늘 이른 아침  가족 여행을 갔었던 때로  다녀 왔다.

 

이 시간도 지인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힘들게 투병 중이시고,

시어머님께서는 실내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지내시고,

나 역시도 건강은 좋지 않은 것이고,

현실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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