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아물따나 ( 아무렇게나)

이쁜준서 2022. 1. 7. 09:07

 

늘 깨끗하고 쾌적한 거실에서 푹신한 쇼파에 몸 기대고 앉는 것이 좋고 편안 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현장까지 가는데 고생스러움도, 또 야영하면서의 먹고 자고 하는 일에 불편함도

즐길거리가 되는 것이다.

옥상 바닥에 그냥 펑퍼지게 앉는 것이 편할 때도 있고,

야산 걷다가 작은 바위에 앉아 쉴 때가 더 편안할 때도 있는 것이다.

조금은 생각에 따라서 어패가 분명 있는 말이기는 하나,

우리 인간들의 시초는 동굴을 의지해서 살고 뭐 그리 편하게 살지 않았던 것이고,

 

내 어린아이 시절 시골에서 농사 짓고 계셨던 막내 삼촌은,

형들이 도시에 두 분이 계시니 입던 옷가지 정리해서 보내 주는 것에 양복도 있었는데,

칙간퍼서 똥통 지게로 나르는 일, 이른 봄에 소를 몰고 쟁기질 할 때는,

도시에서 헌 옷으로 온 그 양복을 입으셨다.

모내기를 하고, 벼가 한창 자랄 때 논을 맬때는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에

그 수축성 없는 양복을 입을 수가 없으니,

저그는 (형들) 이 옷을 폼 나게 입으니 좋은가 몰라도 나는 천하에 불편한 옷이다 하셨다.

 

사진 1

사진 2

 

사진1은 사진 2의 야경 모습이다.

내 어린아이 시절 시골의 큰 다리라고 해야 동해 남부선 철교가 있었고,

국도에도 철교가 있는 큰그랑에  왕복2차선 정도 넓이의 다리가

있었다.

우리 어린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다가는 국도의 그 다리 난간을

아래에서 기어 오르듯 올라가서 놀기도 했다.

그 흙먼지 구덩이로 올라갔던 것이다.

전 날 하교시에 내일은 다리 아래로 올라가자 하면,

엄니 모르게 고추장을 조금 떠고

점심 도시락밥을 조금 남기고,

그 다리 난간 아래에 올라가서는 고추장을 남은 밥에 넣고

도시락을 흔들어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일종의 산보( 소풍 같아서 먹고 놀고 싶어서였지 싶다) 였다.

 

막내 삼촌은,

가을 고구마를 캘 때 캐시다 쉬실 때 밭둑으로 올라 앉아서 금방 캔 고구마의 흙을 털어서,

고구마 캐 담은 가마니에 돌리면서  겉껍질을 문대어서 잡수시면서,

저그는( 도시사람) 사과도 칼로 껍질 깎아 먹지만 고구마 이렇게 먹는 맛을 알까?

그 시절도 도시는 농촌보다 깨끔스러웠으니  어쩌면 태생인 농촌을 잊고 사는 듯 하셨을까?

 

친구가 가을에 감자 다 캔 동네 밭에서 동네 사람들과 감자를 주웠다면서

통감자 조림을 할 정도 크기의 감자를 주었다.

그 중 조금 큰 것은 골라서 두번 쪄 먹었고, 카레에 넣었고, 남은 것은 박스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잠을 잔 것이 아니라 새싹이 손가락 길이만큼 자라 있었다.

감자가 작아서 씨눈이 한곳만 있었는지 그 작은 감자가 에너지를 윗쪽의 눈으로만 모았는지

새싹은 4~5개 정도 모여서 있고 쭈글스럽고 수분이 빠져서 몰랑한 상태였다.

상태로는 버려야 하는데 친구가 공들인 것인데 싶어서 쭈글쭈글 한 감자를 들고,

새싹을 베어내고 쭈글쭈글한 껍질을 갂아 놓으니 속살은 하얗다.

한번 칼질을 해서 조금 큰 듯해도 소고기 넉넉하게 넣고 다른 채소도 있으니,

카레를 했다.

말하자면 격식 있게 썰고 한 것이 아니고 생긴대로 투박하게 채소를 썰고,

고기도 냉동 된 것을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서 겨우 고기 낱장이 떨어질 정도로 해동 했었고,

감자가 얼지는 않았으니 먹는데는 아무렇지 않았다.

밥을 하루 세끼니 먹지 못하니 감자철에는 감자를 20~30Kg 정도 쪄 먹고,

고구마철에는 올 겨울만 해도 40Kg 정도 먹고 있다.

돈 들고 사 먹는 것이야 때깔도 보고, 맛나는 품종인가도 보고 크기도 보고

사 먹는데 친구가 준 그 감자는 싹이 그렇게 길게 나오고 사들사들해도 버리지 않고 먹고 있다.

물건의 가치는 사람의 맘인 것이다.

 

무청시래기 삶아 고등어와 된장 넣고 뭉근하게 무른 무청시래기 먹고 싶은데 올 해는 준비하지 못했다.

재작년 이웃친구네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면서 고구마줄기 뜯어와 건채로 해 둔것이 생각나

어제 밤새 담그어 불리고,  아침에 삶는데 뼈 고으듯 삶는데도 부드럽지가 않다.

속살은 없는 듯 껍질과 껍질이 맞 닿은 듯해서 부드럽게 삼기지 않는 듯 했다.

식소다를 넣고 설탕을 넣고 다시 삶고 있는데 과연?

더 삶아서 어제 친구가 가져다 준 된장( 옻된장과 집된장)을 넣고 질근질근 씹이는 고구마 줄기 나물을 

먹을 수 있을까?

들깨가루도 있으니.

결과적으로 맛나게 먹었다.

 

현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흙투성이가 되어서 일을 하고,

일하다 바닥에 그냥 앉는 것 그런 것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자라서 이 사회에

중견이 되어 있고,  또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자연 체험이라고 한번씩 정제된 자연(생태공원 같은곳)으로

나가 경험을 하는 세대들이 또 자라고 있다.

인생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내 몸을 아무곳에서나 앉고, 자고 하는 경험이라도 하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우리들이 어린아이로 자라면서 할머니께서는 먹는것은 아무것이라도 먹어도 되지만,

잠자리는 가려서 자라고 하시기는 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겨울이면  그 시절 고구마는 굵은 것이 많았다.

엄니 모르게 고구마 큰 것 가마니에서 빼내어서 학교로 가져 온다.

하교 후 집으로 오면서 고구마가 커서 베어 무는 것도 처음에는 어려우니

고구마에 이 아이 저 아이 침이 묻게 마련이라도 우리들은 그 고구마를 서로 돌려가면서

베어 물었고, 그렇게 먹다보면 고구마가 작아져서 한 입에 한 가득 베어 물기도 했다.

요즘 같다면 그 침을 묻혀 가면서 그렇게 먹지 못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들은 건강하게 자랐다.

우리 세대는 몸도 마음도 대접 받고 자라지는 않았어도 우리가 대접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또는 시켜서해도 불평이 없게 자랐으니

심신이 건강한 세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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