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비 오고, 심하게 바람이 불어 놓고서는 화창한 햇빛이 쏟아 지는 날

이쁜준서 2016. 4. 17. 12:00


지난 밤에는 약간의 비가 왔었고, 비가 그치면서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니 큰 수사해당화 나무가 넘어져 있고, 다육이중 제법 큰 흑법사 화분이 받침에서 떨어져 가지가 3개 꺾여져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늘은 얼마나 화창한지?

예전 사라호 태풍이 추석날 대소가를 돌면서 차사를 모시는데, 우리집이 세번째 였는데, 마루방에 젯상이 차려 지고,

동생들은 마당에 덥석을 깔고 그렇게 차사를 모시다가 빗방울이 뚜두둑 떨어져서 서둘러 차사를 마쳤기도 했었습니다.

갈수기에는 방천둑 밑에 방천넘어로 농사용 물을 보내는 곳에 물이 조금 모여 있고, 제법 큰 그랑이었는데 돌과 모래가

하얀색으로 보이는 그런 건천이 큰 물이 질 때는 저 위 영천에서부터 물이 내려 내려 온다 했는데, 그 때 그날은

돼지도, 소도, 떠내려 오고, 풋사과도 떠 내려 왔었는데, 그 다음날은 그랑의 물은 여전히 황토색이고, 방천둑은 터져서

논에는 세찬 흙물이 들어와 벼는 누웠고, 흙속에 묻혀 있는데도, 날씨가 얼마나 화창하던지?  그 다음날도 비가 오거나

흐리지 않고,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이지 이렇게 날씨가 화장하지? 했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비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분 다음날이

화창하면 그 때의 야속했었던 맘이 되살아 난다.


옥상은 바람에 꽃잎은 여기 저기 흩어져 있고, 화분들도 넘어진 것이 있고, 간 밤에 심하게 불은 바람으로 어수선 합니다.

딱 오늘의 옥상 풍경에서 아주 오래 전 사라호 태풍 뒤의 야속하던 하늘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