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10월의 꽃

석류의 가을 빛과 잃어버린 맛들

이쁜준서 2015. 10. 2. 01:35

 

 

 

석류가 정말로 발갛게 익었습니다.

떠억 벌어져야 검붉은 보석 같은 알맹이가 침고이게 할텐데,

아직인가 봅니다.

 

 

가을로 접어 들었다고, 밤이 되면 바람이 입니다.

어제 어둠이 내려 앉을 무렵부터 온 비가 밤새 쉬었다 오다 했고,  오늘 저녁 때까지도 쉬었다 오다를 했으니,

밭의 김장채소는 충분한 비였을 겁니다.

이번 비를 맞고, 밭 주인들이 김장채소 밭으로 가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커 있지 싶습니다.

 

옥상 올라 가는 계단이 길지 않아서 가고 싶은 맘이 일면 정말 쪼르르 올라 간다 싶은 기분이지만, 실상 밤에는

한 계단 한 계단 따박 따박 올라 가 봅니다.

식물들 속에서 바람을 맞고 싶어서이지요.

 

 

 

가을 빛입니다.

작년에 심은 작은 나무에서 이렇게 열매가 굵고 잘 익어 가고 있습니다.

 

서문시장 그릇도소매 하는 상회가 30여년 된 단골입니다.

그동안은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 갔을 때  자기들은 도시락을 사 와서 3식구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손칼국수가 맛나는 곳이 있다면서 시켜 주었는데, 면발이 쫄깃한 손으로 반죽하고 손으로 민 오리지날 칼숙수였습니다.

 

밀가루 반죽 작은 한덩이만 하면 준서외할아버지와 함께 넉넉하게 먹을 칼국수를 한참 않했다 싶었지요.

이틀 전에,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넣고, 반죽을 해서 몇 시간 숙성시켜서 다시 조물조물 치대어서 홍두깨로 얇게 밀고, 가늘게 썰어서

건진국수로 했습니다.

반죽을 해서 숙성 시키고, 다시 조물조물 치대어서 해야 면발이 쫄깃 해 집니다.

 

경상도에서 건진국수라 부르는 것은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넣어서 반죽해서 얇게 밀고, 가늘게 썰어서

삶을 때 나물 조금 넣고, 삶아 슬쩍 한번 씻어서 식혀서 식힌 멸치국물을 붓거나 예전 시골에서 하는 것의 오리지날은

맹물에 삶아 내고 씻어 건진 국수에 삶아 낸   그 뜨신 국물을 부었었지요.

콩가루를 밀가루 반죽에 섞어서 한 것이라 맹물에 국수를 삶아 내면 그 국물이 구수합니다.

 

 

제일 윗 쪽은 봄에 피었던 꽃나무에 가을 단풍이 들고 있고,

고추대도 찬바람에 고추가 열리더니 이젠 제법 굵어졌는데 잎사귀에도 단풍빛이 찾아 들고 있습니다.

2월 실내에서도 꽃을 보여 주었는데, 4월 밖으로 나가서는 현관 앞에 그 때는 해가 들지 않은 곳이라

외기와 먼 햇빛에 적응을 해서 옥상으로 올렸다, 다시 꽃이 한창  필 때  현관 앞에서

폭염의 여름까지 피고 지고를 했었던 제라늄 들을 폭염에는  올라 오는 여린 꽃대를 잘라 주고,

가지들도, 잎들도 잘라 주어서 바람이 잘 통하게 쉬게 해 주었더니,

다시 햇빛을 찾아 옥상으로  올렸는데, 이렇게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대견한 제라늄들입니다.

날씨가 선선하니 피었는 꽃들의 개화기간이 깁니다.

 

 

우리가 지금 잊고 있는 맛이 여러가지 일 것입니다.

요사이는 최소한도 멸치국물을 낸다하면 다시마와  건멸치를 넣고 하고,

조금 더  한다면 건멸치, 다시마, 국물용건새우, 더 할 때는 건표고까지 넣어서 국물을 내면 시원하기도 하고 깊은 맛이 나는데,

그 맛에 익어서, 맹물을 팔팔 끓여서 날콩가루를 섞어서 한 칼국수를 삶으면서 채소도 같이 넣어서 한 그 구수한 국수 삶은 물로

건진 국수에 부어 먹는 맛도 잃었고,

 

콩나물 국을 끓이면서 예전에는 콩나물 넣고, 맹물 붓고, 천일염으로 간을 한 아주 간단하게 끓인 콩나물국의 담백하고 시원한

콩나물국 맛도 잃었습니다.

간혹 그런 콩나물 국을 끓이는데 뜨거울 때도 좋지만,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면 정말로 담백하고 시원하지요.

집에서 놓은 콩나물이라면 더 구수하고 시원 합니다.

준서할미도 작은 시루로 콩나물을  놓아서 먹기도 했는데, 손 놓은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있어서 멸치국물을 건새우, 마른표고버섯까지 넣은 국물로 했지만, 내일은 그냥 맹물에  채소 넣어서

삶아서 그 구수한 국물 맛으로 먹어 볼까 합니다.

 

준서할미가 어려서 시골 고향에서는 여름이면 정말로 쌀알을 찾아 보기 어려운 보리밥을 먹었습니다.

가마 솥에 보리쌀을 미리 삶아서 그저 쌀 한공기쯤 씻어서 솥 중앙에 솟아 오르게 넣고 밥을 지어서 아기와 할아버님께

섞어서 퍼고 나면 보리밥만 남습니다.

 

그 때야 가마솥에 불을 때어서 밥을 하니 엔간한 것은 다 밥솥에서 익힙니다.

된장 뚝배기에 된장 풀고, 매운고추 넉넉하게 썰어 넣은 그 된장이 얼마나 구수하고 맛나었는데,

( 그 때 그 시절에는 지금의 청양고추는 없었고, 토종고추 자체가 요즈음처럼 맵지 않고, 크기도 않았고, 적당한 크기에 제법 알싸한 그런 고추였습니다.)

보리밥에 나물이 있으면 더 좋고, 나물이 귀한 새 봄 연한 상추 뽑아서 뿌리채로 씻어서 뜨신 부들부들한 보리밥 위에 놓고, 뜨신 된장 넣어서

비벼 먹었던 그 보리밥의 맛도 잃어 버렸습니다.

 

오늘 밤에  보리쌀을 씻어 물에 담구어 놓았다 내일 아침 보리쌀 따로 삶아서 쌀과 섞어서 보리밥을 해 보아야 겠습니다.

콩 다문 다문 넣어서요.

시장 안에서 꽁보리밥집을 하는 분의 말씀으로는 보리쌀을 서너시간 담구었다 삶아서 밥을 해야 부드러운 보리밥이 된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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