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뒷집 형님의 고물 모으기

이쁜준서 2015. 6. 13. 21:43

 

우리 뒷집 형님은 아마도 일흔 다섯은 넘으셨지 싶은데도,

관절염이라 1층에서 돼지 숯불고기를 해서 파시는

평생 해 오신 장사를 하시고, 1층 식당에 딸린 방에서 기거도 하십니다.

장사라야 잘 되는 것은 아니어도 형님 용돈벌이은 솔솔 합니다.

젊어서부터 그 장사를 해서 살아 오셨다 합니다.

 

 

 

자소엽

한 포기 한 포기가  그림을 그린 듯 선이 분명하다.

 

2층이 본 집인데,

2층에는 결혼한 아마도 40대 후반일 딸 가족이 살고 있어, 직장을 다니면서도 여러가지로 자기 어머니

일도 도우고 한 집에 삽니다.

 

뒷집 형님은 고물을 모으십니다.

파지를 주으러 가시지는 않아도, 노인분이 파지를 모으시니 주변에서 종이 박스나 옷가지등등의 쓰임새가 있겠다 싶은

재활용품을 가져다 드리고, 파지에는 물을 뿌려 차곡차곡 쌓아 두니,

여름날은 마당에 들어서면 냄새가 나고, 장마철에는 더 많이 냄새가 나기도 할 겁니다.

 

그제는 파지가 꽉 차서 고물을 실어 내시더니,

승훈이 집에 갔다 2층까지 올라 가니, 아주 서운한 맘으로 이제 고물을 그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리 관절염이 더 해 지셔서 그런가 싶어서 왜 그러시냐? 했더니,

아아가(같이 사는 딸이 그랬지 싶은데)  집에 들어 오면 냄새가 나고, 뭣 할려고 이렇게 사는냐? 하고 화를 낸다고 하셨습니다.

 

 

 

당조팝

당조팝나무가 폭풍 성장을 해서 가지가 한 쪽으로 누워서 세워 주고,

 

 

형님! 고물 쌓았던 자리가 비면 꽃이나 한 마당 키우세요라 했더니, 있는 꽃도 자꾸 죽이는데.... 라 하셨습니다.

고물을 고물상으로 낼 때는 영감이 된 시동생을 불러 실어 내라 하시고는 용돈 삼아 뚝 떼어 준다고 하셨습니다.

옛 배고프던 시절을 살아 오신 어른으로서, 가만히 있어도 동네 사람들이 가져오는 파지를 모으고, 고물을 모아서

팔아 보았자 큰 돈이 되는 것은 아니라도, 영감이 된 시동생 용돈도 줄 수 있고,

그래서 영감 된 시동생도 가끔씩 보시고,

장사 하신다고, 경노당으로 놀러도 가시지 못하시는데, 고물을 들고, 동네 비슷한 연배의 분들이 오셨다.

커피 한잔 하고 형님 기거하시는 방에 모여 앉아 담소 하시면서, 우리집 쳐다 보시면서 꽃구경들도 하시고,

 

오늘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올라 가는 2층 계단에서 보니,

딸래미가 토요일이라 일찍 왔는지 마당을 물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왜 형님 고물 못하게 하느냐?고 했더니 집도 지저분하고, 엄마가 장사도 하시는데, 힘들지 싶어서요라 대답했고,

 

고물 주으러 나서시는 것도 아니고, 이웃이 가져 오는 것을 정리 해서 쌓았다 실어 내는데,

꼭 돈을 보고 하시는 것도 아니고, 작은 재미이시기도 하는데,

형님 몸 형님 맘대로 움직여서 일 하시는 것이 얼마나 남았는지 어찌 아느냐? 했더니,

말리지 마라고요?

그러면 않된다구요?( 평소 준서할미가 선의이니 대답도 손 윗 사람에 대하는 선의로 하는 대답이였고)

담을 사이에 두고, 담 넘어 마당에서, 담 넘어 2층에서 한 대화였습니다.

 

그 딸은,

주로 장사는 해거름이 되어야 손님이 드는 것이고, 낮시간 혼자 계시는 시간에, 고물들고 왔다가,

한 사람, 두 사람 오시면, 믹스 커피 한잔 놓고, 살아 가는 이야기 하고 낮시간 혼자 계시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자기 엄니의 즐거움을 가져 오는 것까지는 모를 것이다.

 

 

아마도 준서할미 응원에 뒷집 형님 고물 다시 모아도 되실 것이지 싶다.

아파트 촌이 아닌 단독주택이 있는 동네에서 앞  뒷집 이웃으로 정 나누고 사는 곳에서는,

이웃의 손 윗사람 이야기 귀 담아 듣게 마련이라서.

 

 

 

수사해당화 나무,  가침박달나무, 일본3색병꽃나무 들은

키가 너무 커서 강전지를 해서 키을 낮추고.

 

 

꽃을 좋아 하셔서 삽목을 하거나, 분갈이 할 때 뿌리 나누기로 드린다.

가끔은 준서할미 것 사면서 사다 드리기도 한다.

일흔을 훌쩍 넘기시고도 꽃을  천금 같은 돈을 주고 사기도 하시고, 꽃 키우기를 즐겨 하시기도 하시는 맘이 아름다워서.

 

친구를 줄려고 흰색 제라늄  삽목가지 3개를 떼어 내어 해 둔 것이 자라서 꽃이 피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 현관 앞에 다홍색 옆에 흰색 제라늄이 걸지게 피고 있어, 뒷집 방에서, 마당에서 보면 그렇게 곱다면서,

우리집 제라늄은 꽃도 피지 않는데, 하셔서,

그 흰색 3포기와 빨간색 갓 피어나는 꽃몽오리가 달린 제법 긴 가지를 잘라서 물꽂이 해서 보시면서 뿌리 내라고 드리기도 했습니다.

 

다시 3가지를 삽목 해 두었습니다.

땡볕이라 뿌리 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입니다.

 

 

 

 

 

 

씨앗으로 발아 한 3년차 꽃몽오리를 달았으니,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한 아이 같은 때 입니다.

이 작은 나무가 옥상 노지에서 월동도 했으니,

 

 

 

이 포스팅의 주제와는 달리 넣은 사진의 주제가 따로 있습니다.

 

자소엽은 올 해 씨앗을 뿌려 한창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시기라면,

 

당조팝은 청소년기 입니다. 올 해는 내년에 꽃을 보기 위해서 폭풍성장을 한 그대로 지주를 세워 주고 가꾸지만,

내년 꽃을  보고 나면  또 강전지를 해서 수형을 다듬을 것입니다.

 

수사해당화는 1996년인가에 옥상 식구가 된 오래 된 나무입니다.

사람이라면 환갑을 넘어선 때 입니다.

땅에 심었다면 몇십년을 살기에 아직은 중년인지도 모르겠지만, 화분에 심어 자라기에 그런 것입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 되어서 분갈이는 못하고, 1년에 2~3회 긴 드라이버로 중간 중간  깊이 찔러 줍니다.

중앙 쪽에도 물이 내려 가라고  도와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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