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완전, 초보에게 배우러 온 전문가들,

이쁜준서 2014. 11. 9. 05:34

 

참 오래 전에 찍어다 놓은 자두 나무

 

친구의 친구는 교사였는데, 올 여름 명예퇴직을 한 사람이다.

우연하게 자두 밭을 사게 되어서 첫 해인 작년에는 유박 거름을 준다는 말을 듣고 나무 하나에 유박거름 한포를 주었더니

너무 과해서, 잎만 무성하고 많이 달리지 않은 자두는 다른 자두 밭에 자두가 익어 갈 무렵에도 굵어지기만 했다 한다.

첫해 농사는 비료 주는 것을 몰라 너무 많이 주었고, 그래도 나무가 거름이 과해서 오는 피해는 면했고,

자두는 적게 결실 되었어도, 굵었고, 자두가 귀한 철이 되어서 수입은 꾀 되었다 한다.

 

올 해도 여름에 퇴직을 했으니 역시나 직장을 다니면서 자두 농사를 했는데,

유박거름을 작년보다 줄여서 주었고, 자두 수확도 비슷한 품종의 자두와 같은 시기에 했는데,

언제 약을? 어느 시기에? 다 모르니, 자두나무 밑에 제초제는 치고 싶지 않았고.

다른 자두들이 출하 될 무렵에 수확해서, 공판장으로 가지고 갔는데,

적당하게 열려서 굵기가 좋았고, 당도도 좋고, 단단해서 오래 둘 수 있다고. 상품이( 上品) 되었고, 백화점으로 팔려 나갔다 한다.

그래서 또 수입이 생각 했던 것보다 더 받을 수 있었다 한다.

 

 

자두 수확철이 지나고 자두 상자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어느 날 자두 밭을 보러 가고 싶다는 전화가 왔었고,

한 사람이 올 줄 알았는데, 10사람이 한 차를 타고 왔다고 한다.

자두 농사 배우러 왔다면서.

우연하게 경매로 자두 밭을 사게 되었고, 올 해가 2년째인데, 무슨약을, 언제 치는지도 모르고, 제초제는 치기 싫어서 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더니 모두 웃었고,

도리혀 오신 자두 전문 과수원 주들이 자두 농사 짓는 법을 가르쳐 주고 가셨다 한다.

명예 퇴직을 하기까기 교사로 살았던 사람이 자두 농사만이 아니고, 농사는 지어 본 적이 없는 농사에는 완전 초보인데,

초보농사 꾼이 지은 농사는 전문가가 지은 자두보다 대접을 받아서, 전문가로 알려 졌던 모양이었다고.

 

직장에 나가는 사람이니, 고추 농사를 지어서 팔 것도 아니고, 자기 먹을 건고추는 사 먹으면 되고,

풋고추용으로 얼마간 심어 놓고는 밭에 한번 가면 열려 있는 것은 아기고추까지 다 따 와서는

홍초는 냉동실에 넣어 놓고, 음식에 넣을 매운고추도 냉동실에, 풋고추 찍어 먹을 것, 아기고추는 찜고추나 멸치 볶음에,

그렇게 하니 약을 치지 않아도,  탄저병이 오지 않더라 했다고.

이웃 친구네는 옥상에서도 홍고추를 따는 품종을 심고, 홍고추를 제법 따는데, 탄저병이 오고,

준서할미는 풋고추용을 심어서 맵지 않을 때  늘 따서 된장에  찍어 먹으니 늦물에나 홍고추가 달리고,

그래서인가? 탄저병이 오지 않았다.

 

그 친구는 들깨를  심어 놓고, 잎을 따 먹고, 들깨 순은 팔지 않으니 들깨순을 따다 부각으로 해 먹고,

두어 되 필요한 들깨는 사서 먹는다고.

사고방식 차이로 농약 치지 않고, 풋고추도, 들깨도, 대파도 그렇게 직접 심어서 먹는다고 한다.

 

수입이 있는 직장이 따로 있으니,

처음 짓는 자두 농사에 문외한인 것도 있었지만, 수입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자연 농법이 되었고,

그 자연 농법이 도리혀 좋은 자두를 생산하게 되고, 자두를 팔아 수입을 기대하지 못했는데, 전문농사꾼이 지은 자두 농사보다

시장에서 더 대접을 받는 잘 지은 농사가 되었던 것이다.

 

올 해 명예 퇴직을 했으니, 이젠 자두 농사에도 수입이 기대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농약을 치지 않고, 그냥 지었던 농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달마다 나오는 퇴직금만 해도 생활은 넉넉하니, 몰라서 했던 자연농법을 고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