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자식이 제사를 지내 줄 것 같지 않은 세월

이쁜준서 2012. 11. 2. 06:30

 

 

 

콩타작을 하고 남은 콩대궁이 입니다.

도시에서 살면서는 참 보기 어려운 장면 입니다.

창녕에 갔을 때 낙동강 둑에서 보았습니다.

예전 이 콩 대궁이는 밥 솥에 불을 때면 탁탁 터지는 소리도 재미 있고,

불도 잘 타서 콩 대궁이로 불을 땔 때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이 태운 재를 대소쿠리에 얹어 놓고 물을 살살 부어서 바친 물을

잿물이라 했고, 그 물에 빨래를 치대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은 비누가 있긴 해도 돈을 주고 사야 하니

잿물을 내어서 빨래를 치대어서 못이나 샘가에 가서 행구었지요.

 

 

서울에 친정 작은어머니께서 혼자 살고 계십니다.

작은 아버지께서 이 세상 소풍 마치시고 가신지가 10년도 넘으셨고,

자식 남매 결혼해서 친손도 둘, 외손도 둘이셨는데,

작은아버지 가시고 그 해에 자식들은 모두 외국으로 나가 버렸고,

 

그렇게 혼자 살고 계시니,

서울에 살고 있는 친정 조카가,

서울에 살고 있는 친정 질녀가,

명절 차사 때에도 성의를 표하고,

기제사 때엔 아이들 데리고 각자 네식구들이 온다고 하십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동생 내외분께서 오신다 합니다.

작은아버지 살아 생전에 그 댁에 많이 베푸셨고,

친정 질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기까지 5년을 데리고  있으시기도 하셨습니다.

 

신세 지고 사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들인데,

올 여름 미국에서 딸이 나왔다 몇일 있다 갔고,

10월에 며느리가 즈그  친정 아버지 팔순잔치 한다고 나왔다 갔다 합니다.

11월 5일이 작은아버지 기일이니, 며느리가 친정 아버지 팔순에 왔다가 간지 몇일이 되지

않는다 해도 시아버님 기일에 참석하고 갈 형편은 못 되었나 봅니다.

와서 몇일 있는 것, 친정에서 지내거라 했었고, 몇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내가 다 양해를 한 것이라 아무런 좋지 않은 맘이 없는데,

 

작은어머니 맘으로는

한국에 나왔으니

동생네에도, 조카네에도, 질녀네에도,

어머니께 잘 해 주어서 고맙다는 전화 한 통화를 해 주면 좋겠는데

모두들 그냥 가 버렸다고,

못된 넘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준서할미도 기제사에 참석을 못하고

전화만 드리는데,

 

그래도 사촌 여동생은 여름에 왔을 때 저 한테는 전화를 하고 갔습니다.

언니! 잘 지냈느냐?고,

너 오는 날은 알았지만, 바쁠 것 같아 전화도 하지 않았다 했더니

언니 말이 맞았다고 하더군요.

 

돌아가신 작은아버지께서  준서할미를 조카 질녀들이 9명이나 되어도 특별히 좋아 하셨고,

초등 1학년인 큰 아이를 결혼식에서 보시면 양복 차림이시면서,끄덕 안아 올리시기도 하셨고,

우리 아이들을 아주 예뻐 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사촌여동생이 아버지 생각이 나서 저에게 전화를 했을 겁니다.

 

 

작은어머니 말씀이

너가 우리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너에게 당부를 한다시면서,

내가 가고 나면,

우리들 제사는 지내지 말라 하고,

49제도 지내지 말아라고 내가 당부 했다고 너 동생들에게 전해라 하셨습니다.

몇 년 전에는 화장대에 있는  예전 느그 삼촌과 놀러가서 느그 삼촌이 찍어 주었던

저 사진  뒤에 영정사진 찍어 두었다 하시더니.....

 

아마도 외국에 살고 있는 아들내외가 제사를 지낼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

아예 포기를 하신 겁니다.

작은어머니께서 생각이 그렇게 되시는거지, 그 아들이 외국에서도 제사를 지내든지

추도식을 하든지 하겠지요.

 

또 이도 저도 않한다 해도, 이 변해진 세월에서 무예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이구요.

그냥 하시고 싶으신 이야기 들어 드리는 것이 낫겠다 싶어,

토 달지 않고, 듣고, 대답을 했습니다.

 

아무리 친정 동생이 친하게 지낸다 해도,

내 딸 내 아들 말은 하기 싫다 하셨습니다.

너 한테는 흉이 되지 않아서 너 한테 밖에 말 할 수 있다 하셨습니다.

사촌 동생들이지만, 우리 작은아버지 아들 딸인데,

그 아이들의 흉이 제게는 흉이 되지 않습니다.

 

 

저도 이젠 황혼이다보니

작은어머니 맘이 물 밑처럼 보여서 이 글을 쓰면서 눈가가 촉촉 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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