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통 할 때 바람으로서의 역활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준서할미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농촌에서는 양산을 들고 길 나서는 사람도 드물었다.
어른들은 알상복을 삼베로 평상복을 만들어 입었다.
장날 장에 갈 때도 여자어른들은 삼베로 만든 옷에 풀을 먹여 손질한 통치마 비슷한 것과 적삼을 입고 나갔고,
콩밭 메러 밭으로 갈 때는 삼베로 만든 주 적삼을 입고, 갔다.
삼베는 바람을 통하게 하는 섬유라 삼베 옷이 시원한 것이다.
준서는 세살 때부터 삼베 이불을 깔고 덮고 했기에,
여름이면 지금도 삼베 홑이불을 사용한다.
콩밭은 이렇게 더운 복중에도 풀을 메러 갔는데, 새벽에 나가 풀을 메고 들어와 아침을 먹고 다시 밭으로 나가
점심경에 오이 한개 따가지고 와서 찬 샘물에 오이냉국을 만들어 먹었다.
한 낮에는 콩밭을 메지는 않았다.
그런 삼복 더위에 결혼식 올리고, 친정에서 한 해 묵어 시집 온 새댁들이 혼자, 또는 아기 업고,
친정 나들이 갈 때는 양산을 받고 가면 녹색 물결의 들에서 시원한 그림이 되었다.
아무리 한더위라 해도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면 양산 안으로 바람이 지나가고
시원하기도 했다. 그 때 그 시절의 시골은 아스팔트가 되어 있지도 않아서.
오늘은 일을 할려고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어제는 여행에서 돌아 와 몸이 고단해서 더위에 지치지 않으려고 아침부터 거실에만 에어컨을 켰더니
문이 닫힌 안방도, 아이들 방도, 주방도 열고 들어서면 사우나처럼 찜통이 되어 있어서
세끼니 밥 챙겨 먹는 것만 했다.
김장배추를 심으려고 비워 둔 고랑에 길게 가뭄이 계속 되던 어느 날 풀을 멨다.
비가 오면 거름을 넣고, 비닐을 덮어 두었다 적기에 김장채소를 심겠다고.
그랬던 예상과는 달리 장마성 비가 왔고, 또 많이도 왔고, 비가 그치고 불볕 더위가 왔는데도 발이 푹푹 빠져서
두어번 다녀 오고는 그냥 두었는데,
준서가 4일날 오면 3주를 있을 것이고, 또 준서를 데려다 주러 가서도 7~10일 정도 준서네 있다 와야 할 형편이라서
어제 밭에 한번 가 보자 했었고, 오늘 6시 30분경 밭에 도착했더니 바래기, 피등의 풀이 무릎보다 큰 키다.
아침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갔었어도 한 낮이면 못 할것이라 밭에부터 들어가 풀을 뽑으려 하는데,
흙은 호미 끝도 거부하고, 풀은 버팅기를 하고,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이었다.
풀밭이라 겁이나서 처음에는 장화를 신은채 였지만,
어느새 답답해서 장화도 벗어 버리고, 갖고 간 쌀포대기 엉덩이에 깔고는 퍼질고 앉아서 풀을 뽑았다.
보리짚 모자를 쓰고 목에는 타올 수건을 걸고 일을 하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두어시간 일을 하고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는 물이 먹고 싶지도 않았다.
햇빛은 창 넓은 보리짚 모자가 막아주고 바람이 통해서 그런 것이다.
들에 갔다 집에 왔더니 11시였고, 입고 갔던 옷 몇가지 되지 않아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여행 갔다 온 속옷, 어제 하루 사용한 수건등등의 삶는 빨래를 가스불에 얹어 놓고는
욕실 청소를 시작했다.
여름에는 화장실 청소를 더 자주 하는데도 두면 그냥 지내는데, 씻어야지 생각하고 돌아 보면
화장실 바닥 타일까지 다 솔로 씻어 내야 하는 것이라.
수도꼭지도, 세면대도, 변기도, 어느 정도 높이의 타일벽도, 화장실 바닥 타일도 자잘한 집기도,
락스로도, 식초에 소다를 섞어서도 청소를 했다.
만화에서 방금의 우리 욕실을 그린다면 별이 여기 저기서 반짝이게 표현 할 것이다. (하하)
어제보다 덜 더운 날도 아닌데 남쪽 창으로는 밖의 열기가 들어 올 것 같아 창문을 닫아 놓고,
다른 문은 다 열고
일을 하니 그리 더운 줄 모르고 할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물론 선풍기도 켜 놓았고, 바람도 통해서 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간에도 맘의 소통이 있으면 감정이 쌓이는 것이 없어,
서로간에 이해를 넘어서 상대에게 배려심이 될 것이고,
바람의 소통이 있으면 더우면 더운대로 견딜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
문을 닫고 환기 할 때 말고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 놓았던 어제보다, 문을 열고, 선풍기를 켜 놓고,
일을 하는 오늘이 덜 덥게 느껴 진다.
햇빛은 가리고,
바람이 통한다면 한 낮 더위 만 피하면 선풍기 바람만 있어도 견딜만 하다.
삶는 빨래도 끝났고, 옥상에 널어 놓고는 에어컨을 켜고 해 질때까지는 신선당으로 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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