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 내가 친정 온 것 같다"

이쁜준서 2012. 5. 14. 06:00

 

이 동네로 이사 오면서 알아진 친구가 오랫만에 왔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장을 담으니 햇빛이 모자라서,신경을 쓰야 한다 했다.

 

 

작약

 

얼마전 전화통화에서 간장을 담아 놓고 아래 위로 메주덩이 주머니를 바꾸어 주는데

작년에는 그냥 잊고 지내다보니 위 쪽에 곰팡이가 있고, 장에 어딘지 모르게 냄새가 났었는데,

그런대로 간장과 된장으로 갈라 놓았고,

혹여 콩을 삶아 넣으면 괜찮을까 싶어 겨울에 콩을 삶아 넣었는데,

처음으로 된장을 찌졌더니 냄새가 나서

간장이고, 된장이고 다 퍼 버렸고,

내일 장을 뜰가 싶다고 했다.

 

작약

 

아들내외와 손주 둘을 거느리고 사는데,

작으만치 식구가 여섯명인데,

된장찌개란 것은 어려서부터 먹어 왔던 것이라

어느 날 된장찌개가 먹고 싶은 날이 있고, 집 된장은 마트에서 사 먹을 수도 없는 것이라

통을 가지고 오면 된장을 주겠다 했다.

 

백두풍로

 

준서할미 하는 말이

형님 작은통이나 큰통이나 된장 얻어가는 이름은 같으니 ( 서로가 웃고)

좀 큰통으로 가져 오시면 통이 많이 크다 싶으면 저가 담는 것을 조절할께요라 했다.

 

된장은 퍼 내면 쑥 내려 가기도 하지만,

우리 동서들이 하는 말이 이렇게 얻어다 먹는 된장은 참 히푸다고 했다.

올 때마다  통을 가지고 오지 않으니

늘 새통을 사야 해서, 가져간 통을 좀 가져 오지라 했더니

형님 시동생이 통 들고 얻으러 가는 것 같아 싫다고 해서 통을 못 가져 온다 했었다.

이제 동서들 장을 주지 않은지 몇년이 되어,

그래서 친구도, 친정 사촌언니와 동생들에게도 줄 수가 있는 여유가 생긴것이다.

 

풍로초

 

장독을 만지면서 고추장을 찍어 먹어보니 이젠 맛이 잡혔다.

그래서 고추장도 작은통으로 한통 뜨고,

가져온 통이 적당해서 한 가득 퍼고,

멸치젖갈 건지 달인 액젖갈도 작은병에 한병 넣고,

친구 하는 말이

" 어야 내가 친정 온것 같다"

실상 친구는 친정의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남동생이 없어 친정이 없다.

 

우산나물

 

주는 준서할미 맘이나

얻어 가는 친구 맘이나

텃밭 친구 맘이나

없다하면 내가 갖고 있으면 서로가 아깝지 않게 줄 수 있는 맘이다.

 

작은 면 직조공장을 하기에 준서할미와 텃밭친구는

베를 짜다 얼이 간다기나 해서 쭉 째서 내어 놓는 광목을 얻어 쓴다.

김장 때 배추 씻어 덮어 두는 것으로도

만두 속처럼 다지는 일이 많을 때는 광목보를 깔고 도마를 얹고 다지면 광목위에 떨어진 것은 먹을 수 있고,

 

 

아마릴리스

 

사람은,

늘 주는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늘 받는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준서할미는

장이라 무거워서 버스정류장까지 텃밭친구와 배웅을 하고

돌아 오는 길에, 텃밭친구네에서 요소비료를 얻어 왔다.

옥상 고추포기에 줄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