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서외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보다 반팔 티샤스를 일찍 입는다.
날씨가 조금만 더워져도 점퍼 속 팔이 갑갑해지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등산티샤스는 반팔을 입지 않고, 긴 팔을 입지만, 준서할미가 무릎을 다치고는
1년에 2~3차례 야산을 오르지 야산도 가지 거의 가지 않고 지냈다.
이제 다시 둘이서 야산을 가다 보니, 딱 한벌 있는 긴팔여름 등산복 뿐이라,
여름용 등산바지도, 여름용 긴팔등산티도 더 있어야 해서 한벌을 사러 가서 두벌을 사 왔다.
바지 단을 올리려고, 늘 가는 수선집으로 갔더니, 앞 뒤도 없이 오늘 저녁 저녁 식사 약속이 있다 하셨다.
큰 아들이 오지 말라는데도 어버이 날이라고,
포항에서 올라 오는 중이라 하면서 내 평생 이렇게 벌었어도 번듯한 집 사지 못했는데,
이번에 아들이 60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고 자랑을 하셨다.
무슨 일을 합니까?
학교 선생이니더,
부모에게도 잘 하고, 능력도 있고, 복이십니더.
또 대구에 작은아들이 있다면서 미리 와서 금일봉을 주고 갔다고 자랑을 하신다.
준서할미보다 한살 더 자신 아저씨인데, 재래시장 가는 길에서 수선을 하신지가 10년이 넘었다.
남의 일이라도 자식들이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준서할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라도 듣는 기분도 좋다.
서문시장에 가서 어물전에 들렸더니 제법 큰 꽃바구니와 카네이션만 담긴 작은 꽃바구니가 보였다.
큰 것은 우리 큰며느리가 보낸 것이고, 작은 것은 올 해 결혼한 작은며느리가 들고 다녀 갔다며 자랑을 했다.
오래 거래를 했고, 나이가 한살차이라 준서할미와 주고 받는 말이 평소에도 친근한 사이이다.
10여년을 거래해도 뜨거운 물만 끓이고 믹스 커피 한통만 사 두어도 생선 손질 하는 동안 기다리게 되는
정말로 추운 날에는 손님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줄 수 있는데, 난전이 아니고 가게에서 하는 장사인데,
커피 한잔도 없는 사람이다.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았는지 일반냉장고를 하나 중고로 들였다면서 냉장고에서 시원하다면서 박카스를 주었다.
수선집 아저씨는 자식 자랑을 하더니, 다방에 커피 한잔 시켜 드리겠다 했다.
친구가 아무리 많은 수선거리를 가져 가도 뭉턱거려 1,000원 한장도 빼는 법이 없는 분이신데,
아니라고 사양을 했지만,
다들 어버이날이라고 자식들이 맘 쓰주는것에 기분이 좋아서 평소 하지 않던 인심이었던 것이다.
자식이 울타리라도 된다면 다행이라는 세상에서,
즈그들이나 잘 사면 큰 다행인 세상에서,
분명 그 두집 자식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식사 대접이라도 한다고 퇴근 후에 포항에서 오는 아들내외를 둔 아저씨나
하지말아라고 당부를 했는데도 이렇게 큰 꽃바구니를 해 마다 보내 준다는 어물전 며느리들은
내용은 모르겠고, 울타리 노릇은 한 것 같다.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싸리 울타리라도 둘러 져 있으면,
그래도 삽짝 밖에서 쥔장을 조심스럽게 찾는 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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