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복실이 이야기

이쁜준서 2012. 3. 22. 10:32

지난 늦가을에 숲속의 나무들이 단풍이 들어 낙엽 되어 쌓여 가던  화창한 날 숲속으로 친구와 친구의 개 한마리와

함께 들어 갔지요.

그 개는 만으로 다섯살이 지났고, 올 추석전에 만 여섯살이 지나 갈 개였지요.

덩치는 그리 큰개가 아니고 성견이어도 우리가 보아 왔던 예전 스피츠 정도의 크기입니다.

목줄을 풀어 놓고 키우는데, 옥상 창고에 개 집을 넣어 놓았고, 옥상에 비 맞지 않는 곳에 사료를 두고,

또 옥상 계단 입구에 사료를 두고 제 마음대로 사료를 먹으면 되도록 해 두었지만, 식구들이 밖에서 고깃집이라도 갔다가

남은 고기를 갖고 와서는 주고, 집에서 고기라도 먹게 되면 고기도 주고, 하루에 두어번의 간식도 줍니다.

준서할미도 고기 먹는 자리에서 나오는 부스러기와 남은 고기를 가져와 줍니다.

직접 주지는 않고, 언제나 주인에게 줍니다.

 

배 고프지 않게 자라기에 고기류는 좋아 하지만 김밥, 떡 같은 것은 평소에 먹지 않았지요.

작년 초 가을에 야산에 가면서 데리고 갔는데, 그 때는 김밥을 갖고 갔는데, 김밥을 좀 주어라고 했더니 않먹는다고 주지 않아

그래도 하나만 주어라고 했더니 먹더라구요.

그래서 서너개를 먹었고 그 참 이상하다 하면서 쳐다 보는데 이젠 먹지 않을거라 했고, 준서할미 하나 남은 김밥을 주었더니

또 먹었지요.

그러더니 슬쩍 준서할미 뒷 쪽으로 돌아오더니 제 겨드랑 사이로 머리를 쑥 넣는 겁니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인데, 아마도 준서할미가 김밥을 주라고 해서 얻어 먹었고, 더 먹고 싶던 차에

하나 남은 것을 주었다고 고맙다고 그리 했지라.... 짐작만 했을 뿐입니다.

 

다시 이야기가 돌아가서 지난 늦가을 숲속으로 들어 갔을 때,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쑥떡을 다시 김을 올려 가져 갔고,

사료도 조금 들고 갔는데, 집에서는 전혀 먹지 않는 쑥떡을 먹고, 사료는 먹지 않았지요.

저도 산에 왔으니 기분이 좋아서 아마 우리들처럼 같이 먹고 싶어 그랬지.... 하고 짐작만 했을 뿐입니다.

 

우리가 갔던 산에도 멧돼지가 있는 산이라 낮시간에는 보이지 않는데, 등산로도 파 헤져 놓았고,

계곡의 큰 돌들도 헤쳐 놓았고, 아직 덜 마른 멧돼지 떵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지요.

보이지 않다가 부르면 이내 나타나고 하더니 목주위에 등, 앞 가슴까지 우리가 짐작하기로는 멧돼지 떵에 구불었는듯

묻어 있었지요.

                                                                                        그날 산에 갔다 와 목욕물을 데우는 동안                                              

                                                        하기 싫는 목욕물을 데우는데도 목줄이 없었다면 옥상으로 도망을 가서 주인이 안고 내려 오는데

                 목줄을 풀어 주지 않는 것은 기다리라는 것이다라 생각하고 가지말란 말을 하지 않아도 저렇게 기다리고 있다.

 

 

그 참 이상하다 했었는데,

얼마전 TV를 보는데, 사자가 먹이를 사냥해서는 언뜻 먹지 않고, 제 몸을 그 먹이에 구불면서 그 피를 묻혔지요.

실컨 그렇게 묻히고는 한조각을 물고 좀 으슥한 곳으로 피해서 먹었습니다.

실명하는 사람의 말로는 먹이에 제 냄새를 묻혀서 다른 사자들이 와도 제 먹이임을 알리는 것이라 했고,

다른 사자들이 와서 같이 먹어도 처음의 사자는 물고간 먹이를 먹고 있을 뿐이였습니다.

 

짐작일 뿐인데,

복실이는 그 멧돼지 떵을 보고, 지 보다 훨씬 큰 짐승임을 알고, 숲 속을 돌아 다니려니 그 냄새를 자기 몸에 배이해서

자기 냄새를 없애려고 그랬었겠지라..... 짐작 할 뿐입니다.

 

복실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

몸집으로는 제법 자랐는데도 짖지를 않아서 짖지도 않는 개가 있나? 했는데,

어느 날부터 짖기 시작했고,

택배 기사들이나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들이 들어 오지 못하고 받으러 내려 오라 할 만큼 정말 무시무시하게 으러렁거리고

짖고를 하는데,

낯선 사람들에게도 그러는데, 주인이 낯선 사람을 데리고 들어 가면서 괜찮다 짖지 마라 하면  슬슬 그 사람 바지가락이에

냄새를 맞고는 짖지 않습니다.

준서외할아버지가 갔어도, 준서할미가 짖지 마라 했더니 짖지 않았지요.

준서할미는 늘 왕래를 하는 사이이고, 준서와도 잘 알아서 그러는지 준서할미에게는 전혀 경계가 없습니다.

가면 3층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두번은 만져 주어야 합니다.

준서할미 보다 앞서서 계단에서 누워 배를 보이고 누우면 턱 밑은 만져 줍니다. 2~3회를 그렇게 해 주어야 합니다.

 

어느 날 옥상에 깨를 추수해서 널어 놓고 그 쥔장은 아무도 없어서, 저가 가서 깨를 이리 저리  비 맞지 않는 창고고 옮겨도

으러릉거림 하나 없었지요.

준서할미는 경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별력이 있는 것이지요.

 

그 집 옥상에는 화분이 200개도 넘게 있습니다.

처음 어려서는 화분의 흙을 파 헤치다 보면 뿌리 채 뽑히기도 했는데, 그러는 것도 어려서였고, 지금은 화분 하나 건들리지 않습니다.

어쩌다 고기 먹이가 생기면 기술적으로 그것도 큰 화분은 건들리지 않고, 작은 화분에 식물 뿌리 건들리지 않고,

화분도 넘어지지 않게 숨겨 놓은 적이 작년 두어번 있었지요.

년수가 늘어나면서 복실이 혼자 그렇게 영리하게 변해 갔습니다.

 

개라는 것이

예전에는 목줄도 없이 풀어 놓아 기르는 시절에는 성견이 되면 팔고 다시 강아지를 키우고 했을 때는

마음대로 뛰어 다니는 자유가 있었고, 팔기 전이라야 그저 1~2살 정도이니 병이 생기지 않았지요.

요즈음은 목줄을 하지 않고, 실내에서 키우는 개도 실내라는 공간에 갇혀 자라는 것이고, 아니면 아주 큰개들은

쇠줄에 묶여 있는 것이라 그런지 아무리 예방주사를 맞혀도 나이가 들면서 병을 한다는 것이지요.

 

복실이만 해도 중성수술에, 아파서 두번 시술을 했고, 100만원에 몇십만원 더 병원비가 들어 갔고,

아픈 복실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친구와는 더 정이 깊어져 갔습니다.

복실이더러 남편을 칭할 때는 아빠라 하고, 자기 자신을 칭할 때는 엄마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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