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도너츠와 홍두깨

이쁜준서 2012. 2. 5. 09:53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 식성이 달랐다.

식성이 다르다고 아이들 개인에 맞추어 해 주지는 않았지만,

큰아이는 육고기를 좋아 했고, 김치를 생김치 말고는 먹지 않았고,

호박나물 같은 밋밋한 맛을 싫어 했다.

그런가 하면 서리태콩도, 강남콩, 완두콩류를 밥에 놓은 것을 좋아 했다.

큰아이 때 모유 수유를 했는데, 실컨 실컨 먹고도 남아서 밤에 자다 옷이 젖어 짜내어야 할 정도 였다.

 

그 때만해도 시어머님과 친구분들은 아기 목욕을 1~2일에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기에

                                                     미친년 얼라 씻어 아 애 먹인데 하더니( 많이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열네 며느리가 그 짝이라고 흉아닌 흉을 보기도 했지만,

                                                    

                                                     시어머님 목욕시킬 때마다 컸다고 아주 좋아 하셨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모유도 부족했고, 그 부족한 모유도 한꺼번에 배가 부르도록 먹지 않았고,

자라서도 맛 있다고 조금 더 먹으면 부르고 대답하듯이 배탈이 났다.

지금도 소식을 하는 아이이다.

육고기보다는 밥 숟가락에 얻어 주는 생선고기를 더 좋아 했고,

서리태콩을 싫어하니 콩을 주지 않아도 밥에서 콩냄새가 나서 밥이 먹기 싫다해서

서리태콩을 놓지 않다가 아이들이 다 나가고서야 서리태콩을 놓아 먹었다.

지금도 준서가 싫어해서 준서가 와 있으면 아직은 어리기에 잡곡밥도, 서리태콩도 놓지 않는다.

작은 아이는 두부, 호박, 잘 익은 김치 맛도 좋아해서 양을 적게 먹지만 가리는 음식은 없었다. 

 

좋아하지 않아도 한번은 먹어야 그 음식의 맛을 안다고 했기에, 아이들이 상에 오르는 음식을 한번은 먹었다.

아이들이 수도권으로 올라가서 밖에서 먹는 윗쪽 지방의 음식맛에 길들여지고, 패스드푸드를 먹다 보니

양념이 제대로 들어간 음식이 아니어서 입맛 자체가 바꾸어져서

첫째 매운것을 통 먹지를 못하는 것이다.

20년을 넘게 입맛으로 굳은 것을 집나가 살면서 2년만인가?에 입맛이 변해 버렸다.

지금도 집에 오면 에미가 해 주는 음식을 좋아하고, 아프면 엄마밥이 그립다고 하긴 하지만,

에미 밑에 있을 때는 맵다 하지 않던 평상시 음식도 맵다고 한다.

 

준서할미가 양념을 한 찌개류나 김치를 먹지 않고, 김, 계란찜, 조림반찬등으로 한 이틀을  먹다가 김치를 먹게 되면,

김치가 짜고 맵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매식과 특이나 패스드푸드가 입 맛을 쉽게 바꾸어지게 하는 듯 하다.

 

어제 친구가 도너츠를 선물했다.

씨래기찌개도 있고, 김치찌개도 있고, 밥도 전기 밥솥에 들어 있어 점심에 밥을 먹기로 하고 도너츠를 아침 대용으로 먹었다.

녹차를 겻들여서.

한 입 베어 무니 참으로 달았다.

도너츠 안에 쨈까지 있어 진한 음식이 들어가니 편하지 않았다.

밀가루가 달디 단 도너츠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식재료가 들어 갔을까?

매식 음식은

일단 간이 집에서 한 음식에 비하면 짜다.

피자는 간이 많이 짜고, 빵류는 많이 달다.

그렇지야 않겠지만, 방부제도 의심이 된다.

 

20여년 전

친구가 마트에서 칼국수면을 사다 냉장고에 넣어 두고 10여일이 지나 보게 되었는데,

그 여름 날씨에 사 올 때 그대로라 했다.

그 후 당장 먼 도소매 재래시장으로 가 홍두깨를 사 왔다.

날콩가루 갈아다 냉동실에 두고 밀가루 3인분으로 반죽하고 홍두깨로 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애동호박 넣거나, 풋나물 넣어서 끓인 콩가루 반죽 손칼국수는 구수하고 맛나다.

 

준서할미부터 예전에 비하면 편안것에 익어서 잔 손 이루는 일을 잘 하지 않는다.

우리 딸래미들 초등학교 때는 면 원피스도 다리고, 빨래를 하면 다림질 거리가 꼭 있었는데,

요즈음은 다림질 거리도 없고, 바늘을 들고 바느질 할 거리도 없고, 널널하다면 널널한 시간에 뜨개질이라도 하면 좋을 것을

실상  질 좋은 모사의 값도 만만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거금을 들여서 해 놓아도 날아 갈듯이 모양새 나는 것도 아니어서

뜨개질도 하지 않게 되고,

 

젊은 엄마였을 때, 새댁시절보다 어찌 퇴화 된듯 하기도 하다.

올 여름은 홍두깨 부지런히 밀어 손국수 자주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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