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이라도 풀들이 새로 잎을 내고, 꽃도 피우는등 날씨가 너무 따뜻했다.
몇일전 남쪽에는 비가 오고, 강원도에는 눈이 내리더니 날씨는 갑작스럽게 추워졌고,
어젯밤부터 급하강한 기온은 준서할미 마당의 수도관 관리를 하지 않아 수도관이 살짝 얼어서 물이 나오질 않아
주전자에 물을 덥혀서 녹이기도 했다.
점심에는 맛있는 김장김치의 맛을 살리려면 하얀 쌀밥이 제일 맛나지 싶어서 쌀밥을 했는데,
추운 날씨에 방금 담은 김장김치가 아무리 맛나다 해도 성그럼 할 것 같아 구워 먹으려 간을 해 넣어 두었던 간조기를
찌개를 했다.
찌개가 있어 찌개는 얼마 먹지 않아도 김장김치가 더 맛나기도 했었고.
준서할미가 초등학생인 시절 시골에서는 땔감이 늘 부족 했다.
남자 어른들은 겨울에는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었고, 여자들도 산으로 갈구리를 가지고 가 소나무 낙엽진것을 긁어 모아
가져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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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보리를 섞기는 해도 여름처럼 꽁보리밥도 아니고, 콩나물을 길러서 저녁이면 콩나물 죽, 낮에는 씨레기 경죽을
끓이면 뜨근뜨근 한것이 밥보다 맛나기도 했었는데,
아침밥에 무를 썰어 넣고 쌀만 넣어서 지음 무 밥은 어찌 그렇게 먹기 싫었던지 지금은 무 밥을 한번 먹고 싶어진다.
먹는 것이야 어느 집이나 비슷했지만, 정지 한켠에 땔감이 넉넉하고, 장작이라도 수북하게 쟁여 놓으면 부잣집 부럽지
않던 시절이었다.
겨울에야 땔감을 미리 준비하기에 비에 젖지 않아 정지간에서 불 때는 것은 따뜻하고 재미가 있는 일인데,
여름에는 젖은 보리짚도 태우기도 하기에 정지간이 온통 연기로 가득하고 불은 자칫하면 꺼질려 해서 꺼지지 않게 할려면
아궁이를 들여다 보고 부지깽이로 공기가 통하게 하기에, 눈에 눈물이 흘렀고,
그 시절에는 한 사람이 여러가지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엔간한 것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가에서 다 해결을 했다.
그 중에서도 정말 손재주와 눈썰미가 있어야 할 일들은 이웃간에 가르쳐 주기도 하고 가서 도와 주기도 했다.
남의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고 서로 서로 일손이 필요로 할 때 서로가 도와 주는 것으로 해결을 했던 것이다.
품앗이로 서로 서로 도와가면서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어디 일만 그러했는가?
서로가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집안에 잔치를 앞두고는 잔치 때 쓸려고 돼지라도 키우면 그 집은 부잣집이었고,
지금처럼 돼지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도 배 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돼지를 먹여 키울 수 있는 그런 살림살이가 대부분 아니였기에.
비슷비슷한 살림에서는 묵, 단술,등의 음식을 잔치집에 해 주고 자기집 잔치 때에 또 묵을 받고, 단술을 받았기도 했고.
그 중에서는 솜씨가 있고, 그래도 조금 넉넉한 사람들끼리는 큰상에 오르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자기집 잔치 때에도 큰상음식을 부조로 받기도 했던 것이다.
잔치집에서 한꺼번에 묵도, 단술도, 큰상음식을 할 경제적 여유도, 또 일손도 나누어 해야기에,음식으로 서로 부조를 했었다.
이제 세상은 돈이 묵도 되고, 떡도 되고, 단술도 되고, 큰상음식도 되고, 이바지 음식도 된다.
이젠 부조가 돈이다.
친척이 아닌 사이는 부조를 낼 때 혼주와 인사를 하고는 예식이 시작되는 것을 보다 적당한 때에 식당으로 간다.
돈이 인정이 될 수는 없어 현대인은 점점 외로워진다.
준서할미는 김장을 이웃의 친구와 같이 한다.
같은날 둘이서 한집의 김장을 소금 간치고, 또 다른 집으로 와 간을 치고,
씻을 때는 적당하게 간이 되면 이집의 것을 씻어 놓고, 또 다시 저 집것을 씻어 놓고,
버무릴 때도 오전에 한집 것을 하고는 오후에 또 한집 것을 한다.
사용했던 큰 그릇들을 마당에 내려 놓으면 자기 집으로 가는 사람이 씻어 놓고 가고, 주인은 자기집 실내를 치우면 된다.
이렇게 하고 지내는지가 15년도 더 되었다.
그러니 일 손도 척척 맞는다.
품앗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일이고, 먹는 것이고, 내일, 네일이 없이 늘 같이 하는 것이다.
그냥 인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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