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나물적으로 배를 채웠다.
배무르게 먹었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배를 채우다란 표현을 한 것은
먹는 다는 것은 맛있는 것, 맛 없는 것을 가려 먹는다면, 일제시대나 해방되고 1950년 육이로 전쟁을 치룬 우리 엄니분들은
가려서 먹을 수는 없었다.
맹물에 나물을 넣고 끓이다가 보리겨라도 있으면 훌훌 풀어서 끓이면 - 나물 죽이라고 훌훌 마시면 될 정도였는데
그런 죽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고, 정 없을 때는 찬물로 배를 채우기도 했노라고 시어머님께서는 말씀 하셨다.
먹을 것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야채를 먹어도, 생선을 먹어도, 육고기를 먹어도 예전처럼 맛나는 것이 없다.
그냥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먹을 때가 더 많으니 준서외할아버지 밥을 뜨고 그 보다 더 적게 밥을 떠 와서도
서너살 아이들처럼 먹다가는 먹기 싫어져서 떠온 밥을 남길 때가 많으니,
정말 맛나게 배가 불떡 일어나게 배를 채우는 그런 먹거리를 먹고 싶었다.
배부른 소리이긴 하지만......
시장을 갔다.
텃밭에 기른 정구지(부추)가 맛나 보여서 한단 사고, 맛나 보이는 보성 쪽파 한단을 사고, 일년에 2~3회 택배로 신청 해 먹는 미나리도
오늘 배달 되었고, 물오징어 한마리를 사고,
밀가루에 계란 두개를 넣고, 끝물고추를 다지고,
먼저 쪽파 전을 1개 부치고
물오징어를 넣고 정구지 전 2개를 부치고
미나리 전 1개를 부치고
점심을 군고구마로 떼웠기에 오후 4시가 넘어서 간식으로 구워지는대로 준서외할아버지부터 상에 차려 내고는
정구지 전을, 미나리 전을 - 센불에 부치기에 순식간에 전은 다 부치고
준서할미도 먹는 것에 합세를 했다.
진간장에 통깨와 막걸리 식초름 넣고 쪽파의 맛이 다르고, 정구지와 물오징어가 어울린 맛이 다르고
미나리가 다르고,
전을 먹었다기 보다는 나물을 나물의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려서 먹었는 듯 했다.
정말로 오랫만에 맛나기도 했고, 배가 불떡 일어나게 배를 채웠다.
저녁 먹기전 간식이 되어도 좋고 저녁을 대신해도 좋겠거니 했던 것이 저녁이 되었다.
풋고추를 다져서 넣었기에 약간 알싸한 향도 좋았고,
센불에 금방 금방 부쳐서 바로 먹는 것이라 얌전스레 전을 구워서 상에 나오는 전으로는 그 맛을 못내는 것이다.
내손이 내 딸이야라 시던 친정 엄니가 생각난다.
'샘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랫만에 청과로...... (0) | 2011.11.02 |
---|---|
앉았다 섰다 하다 보니 날이 저물고..... (0) | 2011.10.31 |
늦가을이 만들어 준 일 (0) | 2011.10.27 |
가을이 준 무게감 (0) | 2011.10.23 |
가을은 정 나누는 계절 (0) | 2011.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