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가을이 준 무게감

이쁜준서 2011. 10. 23. 20:28

블로그 벗님이신 민서할머니게서 친정 모친 뵙는다고 어제 거창을 가셨다가

대구로 오는 시외버스를 타셨다는 전화가 왔다.

점심을 막 먹기 시작하던 참이어서 점심을 먹고 서둘러서 갔더니 20여분 여유가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는 전화가 왔다.

표 사는 대합실이라 했더니 나도 안으로 들어 왔는데....

많이 고단해 보였고,

1시간 정도 여유가 있게 버스표를 끊어 오셨다.

늘 포스팅하시는 글을 보고 공감하는 댓글, 답글을 한 사이인데도

아주 반가웠다.

반가움도 1시간여의 시간은 잠시 지나고

민서할머니께서는 가셨다.

 

시외버스 터미날이 있는 곳이라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서 농산물을 들고 나오시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인도에 앉아 팔고

그 틈새에 농산물을 되받아 소매로 파는 상인들도 있어

잡곡도, 과일도, 채소도 풍성한 재래시장이다.

 

한바퀴 돌면서

단감을 한소쿠리, 들깨도 두되, 밤도 한되 샀다.

할머니표 무세개를 묶어온 한단을 무만 달랑 넣고,

 

여든이 넘어 보이시는 할머니 셨고,

 단풍이 들지 않은 시퍼러게 멍든 듯한,들깻잎, 콩잎 삭힌것,

햇콩, 햇팥, 무, 파,등의 농산물들을 많이 가져 오셔서

옆에 풋고추만 파시는 아주머니 물건처럼 그 옆에 팥, 대파, 무를 갖다 놓아서

그 물건의 임자인듯 그 아주머니가 팔고 돈을 받아서는 여든이 넘은 할머니께 건네 드리고 했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께서는 시장에 잘 나오시지 않던 분이신지

집에서  누가 얼마를 받았다는 말만 듣고 오셔서

여유 없이 자기 가격만 말하시고

또 가는 귀를 잡수셔서 손님 말을 다 알아 들으시지도 못하시고,

 

인도로 쭉 이어진 곳에도 앉지 못하고 인도에서 한 골목 들어 간 곳

시장에서 제일 못한 자리인지라

일흔을 지난 할머니들이 자기 물건들을 파시면서

해는 얼마 남지 않았고, 얼마 팔지도 못하고 도로 가져 가셔야 할 일이 벌어질 듯하니

사는 사람과 가격을 조정 해주고

한가지를 파는데 다른 물건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또 팔아드리니

할머니 물건은 파는 사람이 3~4명이 되기도 했다.

받고 싶은거야 많이 받고 싶지만

손님이 깍으면 깍아 주어야 팔리지... 라들 하시면서

 

저녁을 먹고 조용한 시간이 되니

어깨에 무거운 것을 얹어 놓은 듯하다.

휀일일까?

이것 저것 장을 보아서 배낭에 넣어 왔으니

조금 무거웠던 모양이다.

 

가을이 준 행복한 무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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