솎아 먹어도 먹어도 언제나 한 화분 가득입니다.
한 5년전이랄까?
10년전은 분명히 아닌데,
그 때엔 가을 김장 채소를 본 밭에 조금 넉넉하게 씨를 뿌리고, 다듬어 생나물이나 데친나물로 먹을 수 있는 정도 자랐을 때
솎아서 시장에 팔러 오는 것이 많았다.
그 중에서 찰박한 김치로 담글정도로 자란 것은 홍고추 다져 넣고,물김치나 찰박김치를 담았고,
대부분은 데쳐서 된장조금, 고추장 조금, 풋고추 다지고, 마늘 다지고 깨소금, 참기름 두고 조물조물 무치면
여름 내내 풋나물 기릅다가 매운고추 듬뿍 다져 넣은 된장찌개에 나물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그랬는데, 요 근래에는
김장배추를 모종으로 심기에 그런 나물이 거의 없어졌다.
무를 본토에 씨를 바로 넣기도 하지만, 품종이 좋은 씨는 고가라 그리 많이 솎아 내도록 씨를 뿌리지도 않는다.
고구마 줄기를 심어서 땅속에서 뿌리가 나고 땅 속에서 고구마가 굵어져 가지요.
초등학교 시절 농촌에서 가을소풍을 가면 갖고 갈 간식거리가 달걀 삶은 것 뿐이어서
고구마 밭으로 가 고랑에서 흙이 갈라진 곳을 파서 몇개 파와서
가마 솥에 싸리 채반 얹어서 쪄서 갖고 갔지요.
몇일전 서문시장에 갔더니, 어물전 아줌마 이야기로 알타리 무보다 조금 작은 듯하거나 그만한 무를 무 뿌리가 서로 엇갈리게 묶어서
3,000원에 단도 크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침 10시 전후에 시장이 복잡하지 않을 때 가득 실은 차가 잠시 지나간다고 했다.
가을 무 알타리 정도 되는 것 솎은 것은 알타리 무보다 연하고 물기도 많고, 무엇보다 무청이 맛이 있어서
알타리 무 담듯이 담아도 되고, 국물을 풀기 있게 하지 않고, 그냥 맹물 끓여서 식혀서 홍고추 다지거나 갈고, 청양고추 몇개 다지고
마늘, 생강 넣고, 새우젖갈이나 액젖갈 조금 넣고 담는 찬물김치로 해도 아주 맛나는 것이다.
그런데 집근처에 그런 솎음 무가 가끔 나오기는 해도 물건이 맘에 쏘옥 들지 않아서 올 해 한번도 담그지 않았다.
고구마를 먹을 때나 햅쌀로 한 흰살밥에 척척 걸쳐 먹으면 정말로 맛나는데도.
모종으로 키운 채소는 우선 씨값을 절약할 수 있고, 자라는 속도가 빠르지 싶다.
8월 말경에 채소씨를 넣으면 햇볕이 따가워서 잘못하면 발아 된 새싹이 말라 버리기도 해서 일단 옥상에서도 가림을 했다.
서서이 햇볕에 적응하도록 해서 키우게 된다.
그러나 하우스 안에서 햇볕을 피해서 모종을 길러서 본밭에 심으면 일기에 맞추어 본 밭에 심는 것보다 더 빠르고 뿌리만 내리면
더 튼튼하게 자라지 싶다.
옥상에 올라 가 보았더니, 어제부터 오는 비에 상추가 다 누워 버렸습니다.
준서할미야 농사꾼이 아니다 보니 화분에 바로 씨를 뿌린다.
무 씨를 넣어 어릴적부터 뽑아 먹는데도 몇일이 지나면 또 한가득이다.
늘 솎아서 생저러기를 해 먹었는데,
오늘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시금치 씨도 뿌릴겸 4개를 비웠다.
그렇게 늘 솎아 먹었는데도 뽑아 먹고나면 또 자라고 또 자라고 해서, 4개 화분에 것을 뽑으니
텃밭친구와 두 집에 넉넉한 삶은 나물이 되었다.
그래도 남은 화분 4개에 채소가 자라고 있어 생선구이나 국만 있어도 옥상으로 올라가 솎아 내어 생저러기를 곁들이면
한끼 반찬으로 넉넉해진다.
예전 준서할미가 신혼살림을 할 때는
중학생인 시동생, 시뉘, 큰시동생, 시어머님, 우리 내외와 아기 일곱식구가 먹을 양식을 월금을 타면 제일 먼저 사들인다.
중학생 두명의 등록금을 떼어 모았고, 조금 여유가 있을 때는 큰시동생 장가 보낼 때 쓸려고 조금씩 모았다 금반지도 마련했었고,
참말로 물밑 같은 살림이었다.
손님이 오셔서 쇠고기 반근 사다 국을 끓이고, 과일 조금 사고, 가실 때 차비 조금 드리면, 그 달은 참 살기가 빡빡해졌다.
모종으로 기르는 채소는 한번 정도는 솎아 먹지만,
그 때 살림살이와 비슷하다.
다르다면 쬐그마한 모종을 길러 큰포기 배추도 되어 날이 갈 수록 배추 심은 밭이 넉넉해지고 풍성해 지는 것이다.
딱 한번 김장채소를 밭에 길러 보았지만, 일단 자리가 잡힌 배추는 김장채소로 수확하기 까지는 그 자람이 아까워서 한포기도 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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