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인내하고 절제하는 것......

이쁜준서 2011. 9. 13. 06:30

꼬지꺼리를 어제 저녁에 다 썰어 놓았고, 아침에 TV를 켜 놓고 끼웠다.

정규방송이 재미가 없어서, 재방송 채널을 틀었더니, 이혼 직전의 부부들이 댄스를 배워서 서로간 경연을 하면서

신체 접촉도 하고 방송사 MC들의 진행에 따라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배우고, 그러면서 성공적으로 이혼을 하지 않고,

좋은 가정을 꾸려 나간 사례의 과정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다.

 역시 재방송 채널에서 몇번 보았는데, 아마도 준서할미가 보았던 것은

2기들이고, 3기가 시작되는 첫 방송이었다.

 

 

갖가지 이유가 있어 이혼을 할려고 했던 부부들이고, 아이들도 있는데 이혼을 결심 할 때엔 나름 절박해서 그리 결정을 할려 했을 것이다.

네쌍의 부부중에 준서할미 맘을 아프게 하는 부부는,

18세 동갑인 18개월 되는 아기가 있는 부부였다.

18세 남편이 가장 노릇을 뚜렷이 할 수 없으니 층만 달리 해서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살고 있었다.

사는 형편이 그리 넉넉하게 보이지 않은 것을 보니 저녁 식사 시간에도 시어머니는 계셔도 보이질 않은 것을 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듯 보였고,

18세 동갑 남편은 자기 아버지를 따라 막노동의 어떤 기술을 배우러 다니고 있었다.

현실은,

18세 아기 엄마는 아기를 데리고,

1층에서 저녁 식사 준비하러 2층  시부모님이 계시는 곳으로 올라가기를 몇번이나 했고,

막상 저녁밥 상에서는 이것 저것 잔심부름 한다고 저녁을 먹을 수도 없었고,

15세에 임신을 했었고

아기를 출산 하러 갈 때도 혼자 갔었다고 했다.

준서할미 가슴에 억장이 무너졌다.

 

 

집에서 있을 때는 찌들어서 예쁜줄도 모르겠던데,

다니다 그만 둔 학교 앞에 아기를 안고 있을 때는 그래도 옷도 깨끗하게 입었고, 약간의 화장을 한듯 만듯하게 하고 있는데,

그대로 교복만 입고 학교 교실에 앉으면 동급생이 고3이라 하던데 고2학년 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게 앳되 보였다.

18세 남편이 저녁 밥 먹고 한참을 있으니 배 고프다면서 또 밥을 차려 달라 했고,

아까 밥 차려 주었잖아라 하니, 그러면 라면을 끓여 달라하고,

라면은 너도 끓일 수 있잖아라

말대꾸를 한다고 18세 남편은 리모컨을 던지고, 평소에는 때리기까지 한다고 했다.

18세 남편은 남편에 대한 존중감이 없다고 했다.

 

 

 

무엇이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침에 엄마가 깨워서 일어나 학교 가는 것이고,

" 다녀 오겠습니다" 하고 나오면

" 공부 잘 하고 오너라" 란 엄마의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밥도 잘 먹지 않는지 빈혈이 있다고 했다.

외출했다 돌아 오다 아기를 데리고 만화방에 가 있기도 했는데, 집에서도 볼 수는 있는데, 늘 혼자 있으니 이렇게라도 바람을 쐬고 싶다고.

누구하나 챙겨 주는 사람도 없고, 그런 불우한 환경에서도 아기를 키운다고 그 집에서 그렇게 지내는 것이 어찌나 애처롭고 안타깝던지....

30대 철 든 에미들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자식을 버리고 가출을 하는 세상에서 제 자식 키운다고 그렇게라도 살고 있는 것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우리 사회가- 가정이던 학교이던간에

아이들을 인내하는 것을 가르치지 못했고, 기분을 절제하는 것을 가르치지 못했던 것이다.

18세 아기엄마인 그 사람 일생에만 관계 된 것이 아니고, 18개월 된 아기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 또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고.

 

18세 아기엄마의 앳된 얼굴이 자꾸 기억 된다.

20대, 30대 부부들은 철이라도 들었으니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을 하다

신체적 접촉이 있는 춤을 배우고, 그 춤을 배우다보면 세상살이에서 찌든 기분도 풀기도 될 것이고,

방송국에서 여러 상황으로의 배움으로 좋은 결과가 올 수도 있는데,

 

18세 부부는?

아무리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받는다 해도 기본적인 것이 바꾸어질 수 있을까?

18세 아기 엄마도, 18개월 된 여자아기도 행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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