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풀빛처럼

샘물

손주 키워주기

이쁜준서 2011. 7. 5. 05:15

어제의 모임에 네살 손주를 데리고 나온 친구가 있었다.

아들내외가 연연생으로 손주들을 낳고 나니 아이들 뛰고 놀기에 30평도 않되는 집이 좁다고, 남편과 아들이 합작을 해서

집 평수를 늘이고, 아들내외와 합가를 해 살고 있는지 올 가을에 1년이 된다.

평소에는 출근을 하던 사람이 두어달 집에서 쉬고 있다. 몰래 할머니가 외출을 하고 나면 울어서 난리가 벌어지니

엔간하면 데리고 외출을 한다고 했다.

 

어제도 무릎까지 온 미색 다이트스커트를 입고 나왔을만큼 늘 일 하러 나갈 때는 정장차림이고, 구두도 갖가지 이쁜것으로

늘 바꾸어 신고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자기 나이 쉰여덟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두어달 쉬면서, 티샤스까지 다림질 해야 하는 그 깔끔한 성미로,

일단 아기들이 잠자는 이른 아침 시간에 다름질을 하고,

출근하는 아들 아침밥을 먹고 가게 하고,( 그 시간에 며늘은 잠을 자고)

해도 끝이 없는 네살, 세살 아기 둘 있는 여섯식구 살림도 하고,

네살아기를 외출을 해도 데리고 나오고, 집안에서도 데리고 자고 밥상머리에서도 무릎에 앉혀 시중들고,

아들내외와 손주들을 데리고 여섯식구가 2박3일 여행을 가면 네살 손자 아기 보기가 되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제만 해도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아기를 돌보면서 얼굴은 연방 연방 웃음 지어도

이젠 그 표정이 영락 없는 제 나이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여행 가 3박4일동안 집안 일 하지 않았더니 손이 고와지더라면서.

 

아기를 데리고 키우면, 하루 24시간을 늘 아기 수발을 해야 하기에 사람이 늙는 줄도 모르게 늙는다.

준서에미가 준서를 준서할미가 데리고 키울 때는, 멀리 있어 주말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3~4주만에 왔다,

1박이나 2박을 있다 가도, 잠은 데리고 자도, 얹혀서 지내다 갔기에, 늘 아가씨 같아 보였다.

그러더니 다섯살에 데리고 가서는, 몇달 뒤에 보니 아가씨처럼 신선한 표정은 없어지고,

어디로 보아도 아기엄마로 변해 있었다.

 

아무리 아기하고 생활에서 엔돌핀이 나온다 해도, 24시간 아기에게 시선을 꽂아 놓고, 쉴수 있는 시간도 없이

육체적으로 일을 하니 늙어지는 것 같다.

준서 아기적 생각이 나서, 음식점 실내 놀이터로 아기 혼자 들락거리는게 걱정스러워 준서할미 살짝 가 보고 오기도 하고

놀이터로 나가고 나면 준서할미 귀는 놀이터로 쏠려 있고, 나온 반찬 중에 아기가 뭣으로 밥을 먹겠나? 싶어 찬을 일별하고......

 

바쁜 에미들이 다 챙기지 못하는 손주들을 할머니들이, 돌보아 주기는 해야 하는데,

자기 관리를 잘 해서 매력적이기도 했던 그 친구를 보니, 야박스럽게 직장가는 며느리가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도 보아주지

않은 사람들이 준서할미는 이해가 않되었던 사람인데도,

그 사람들도 이해가 되었다.

 

이 친구만 해도 어제 함께한 친구들말이, 느그 아들만 좋은 것이다라고.

아들이 아침밥 먹고 갈 수 있고, 즈그 안사람 하는 일 도와 주어 조금은 편할 것이고, 즈그 아이들 할머니 그늘에서

몸도, 맘도 매꼬럼해지고

 

며늘은 아무리 도와 주어도,

(즈그들끼리 살적에는) 아침밥 먹지 않아도 되었고, 티샤스까지 다름질 해 주는 시어머니가 별난스러울 것이고,

아기들한테도 별난스럽게 챙기고, 다른 사람하고 어울리면 별난스러운 시어미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좀 대강대강 하고 살아라고 일침을.....

목욕탕 사우나 실에서 들어 보면, 일 도와 주고, 찬 해다 주어서 시어머니 고맙다는 말은 없고, 그런 일연의 일들도

별난스런 시어머니로 흉을 보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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