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이다.
1960년대 내 고향은 면사무소가 있고, 장날 장이 서는 장터와 소시장터가 있는 그런 시골이었다.
시골 가기전 부산에서 살았기에, 하루 저녁 전깃불이 서너차례도 꺼지는 날이 있었고, 전깃불이 나갔다 하면
다시 전깃불이 들어 오기까지는 오래 걸리기에, 집집마다 호야란 것에 불을 켜는 밤도 많았었다.
호야등 유리안은 석유가 타면서 내는 그을름을 매일 비누와 물로 닦아 내야야 헸고, 아이라 손이 작아서 초등 3학년까지
준서할미가 했었다.
내 고향 시골은 호롱불이었다.
지금은 울산시에 들어 가 있지만, 준서할미가 결혼을 하고, 산소에 인사드리러 갔던 그 때에도 전깃불은 없었고,
새신랑이 밤을 묵고 갈 것이라 우리 숙모님께서는 장이 서는 읍내는 멀고 부산에서 양초를 사 갖고 가셨다.
섣달 그믐밤에는 그 호롱불을 등에 넣은 등불이 있었는데, 그 등불을 집 곳곳에 켜 놓고 자정이 넘어 가도록 불을 밝혀었다.
불만 켠 것이 아니고, 송구영신이란 말처럼 가는 해 자정까지는 잠도 자지 않았었다.
그 풍습으로 섣달 그믐밤에는 자정이 넘어 가도록 전깃불을 켜 놓았고, 자정이 넘어서고 새벽 제일 처음 방안에서 나가
마당에 발을 딛는 사람은 여자가 아닌 집안의 가장이어야 했다.
시어머님이 계셔서 결혼해 와 20여년을 그렇게 하고 살았는데, 형제들이 모이면, 자정이 넘어서야 각자 잘 방으로 들어가고,
또 방으로 들어가서도 전깃불은 켜 둔채,잠자리를 펴고도 이야기 꽃을 피우다 누군가가 잠이 들고 하나 둘씩 잠이 들었다.
섣달 그믐밤이라고 이젠 일부러 전깃불을 안밖으로 환~하게 밝혀 두지 않는다.
세월 따라 우리네 사는 모습은 발달되는 생활환경으로 자꾸 변해 가는 것이다.
새해에는 언행이 일치되게 살았으면 한다.
작은 약속이라서, 상대에게 돈으로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해서 가벼이 여겨서는 않되는 것이다.
작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의 품격에는 흠이 가는 것이다.
사정이란 것은 생기게 마련이고, 또 부득이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함을 설명으로라도 대신 할 수 있어야 하는것이다.
지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지킬 수 있는 일만 말을 할려고 노력할 것이다.
옛어른들께서는 세상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딱 한가지라 했다.
돈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노력에 노력을 하면 떼부자는 되지 않더라도 처한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있다 하셨다.
그러나 자식은 낳기도, 키우기도 절대 하늘을 무서운 줄 모르고는 않되는 일이라 하셨다.
낳기를 지극정성으로 치성을 드리면 낳기는 할 수 있어도, 복에 없는 자식이라 키우다 잃어버린다 하셨다.
지금의 세상은 처세에 요령을 부리면 부도 따라 오는 세상처럼 보인다.
곡예사는 곡예하는 그 시간에만 곡예를 할 수 있는 것이지, 하루 24시간을 곡예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하지도 않는 것이다.
오래 오래 한발 한발 나아가면 태산 같은 정상에도 오를 수 있고, 하산 때도 수직으로 고공낙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한발 한발 땅을 딛고, 내림막도 살피고, 하산이라도 오르막도 있으니 살피고, 만추의 길도 보이지 않는 낙엽더미도 등산작대기로
푹푹 찔러 보면서 안전하게 내려 올 수 있는 것이다.
섣달 그믐날 준서할미가 비는 맘은,
내 자식들이, 내 사위가 신용 있는 사람이고, 곡예사이길 바라지 않고, 작은 일에도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어서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준서도 그렇게 바르게 키우는 그런 한 해이길 바라는 것이다.
몸 건강하기를 비는 맘인것이다.
친구같은 블벗님 아드님이 8일날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두 아이의 아빠이고, 아내의 귀중한 남편이고, 부모님에겐 당신들의 생명이고, 그 가족분들의 대들보인 그 아드님이
수술도 잘 되고, 회복도 빠르게 되시기를 하느님께 기도 드립니다.
준서할미도 에미라 그 어머니, 아버님께서 애 타시는 심정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연하심도 알 수 있습니다. 기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힘 내세요.
이방에 들리시는 분들께서도 설명절이 즐거우시고, 오가시는 길 안전운전 되시고, 정월 초하루부터 그믐이 오는 때까지
한해동안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이 많아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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